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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강호 힘 못 쓰는데 中 반도체는 ‘질주’, 자동차 칩 시장 판도 뒤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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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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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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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수요 둔화, 車 반도체 강자들 ‘실적 쇼크’
전통 강자 흔들릴 때, 中 차량용 반도체 ‘약진’
자국 반도체 품고 달리는 중국차, 칩 자립 가속

전방 수요 부진으로 자동차 반도체 강자들이 침체에 빠진 틈을 타 중국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중국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머지않아 시장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中,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

16일 세계 1위 자동차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언의 2025 회계연도 2분기(1~3월) 사업 설명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반도체 선두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하고 있다. 전력 효율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주행 거리와 가전제품의 전력 소비량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인피니언이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를 보면 인피니언의 지난해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7.7%로 전년 대비 2.9%포인트(P) 하락했다. 2, 3위인 온세미와 ST마이크로 역시 점유율이 각각 0.5%P, 1%P 하락하며 8.7%, 7%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중국 기업들은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약진하고 있다. 중국 종합반도체기업(IDM)인 항저우실란전자는 글로벌 전력 반도체 시장 점유율 3.3% 기록하며 세계 6위에 올랐다. 중국 자동차 업체 BYD 역시 전력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3.1%로 7위를 차지했다. 처음으로 이 시장 ‘톱10′에 진입한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전통 강자들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피니언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억1,800만 유로(약 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인피니언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총 투자 규모도 줄였다. 온세미는 올 1분기 영업손실 5억7,300만 달러(약 8,000억원)를 기록했고, ST마이크로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급감한 300만 달러(약 42억원)에 그쳤다.

중국 정부, 車 반도체 국산화율 25% 목표 ‘집중 지원’

시장에서는 앞으로 중국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의 지배력이 커질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작년 164억7,000만 달러(약 23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5% 이상 성장해 오는 2030년 423억 달러(약 5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의 차량용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미치지 못한다.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및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국산화율은 5%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올해까지 자동차 반도체의 국산 조달률을 2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국으로 올라섰으며,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 국산 칩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분기별로 현지산 칩 구매 현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등 자급자족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의 연구에 따르면 BYD의 씰 모델에 탑재된 모든 전력 반도체가 중국 공급업체에서 조달되고 있다. 자율주행 칩 분야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3년 만에 고객사를 14개에서 25개로 늘렸다.

중국 車업체들 앞다퉈 자체 개발

주목할 점은 중국의 자동차 반도체 자급자족 노력이 자동차 제조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BYD다. BYD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 기업들로부터 전력반도체를 조달해 왔으나, 지난해부터 전기차에 쓸 전력반도체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지리(吉利)자동차 역시 2018년부터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니오(웨이라이, 蔚來), 샤오펑(小鵬), 리오토(리샹, 理想) 등의 신흥 전기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에서 더욱 강한 장악력을 갖추기 위한 차원에서 반도체 자체 개발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자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개발 관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제는 AI(인공지능)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중국 내에서는 자동차 업체의 자체 반도체 개발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자동차의 스마트 드라이빙 시스템을 위한 반도체는 센서 데이터 처리, 이미지 식별, 시나리오별 실시간 반응 등의 작업에 최적화돼야 한다. 자동차 전용 반도체가 아닌 범용 반도체를 자동차용으로 사용하면 자동차용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성능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카가 필요로 하는 기능에 특화된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이 반도체는 범용 반도체에 비해 성능이 더욱 우수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 게다가 향후 스마트카를 넘어서 자율 주행차의 시대가 다가온다면 차량용 반도체는 더욱 고도화돼야 한다. 중국에서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업체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 경쟁에서 기술적인 우세를 점하겠다는 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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