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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내달 비상경영 선포, 배터리·정유·화학 동반 부진에 선제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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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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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전사 차원의 리밸런싱과 재무개선 병행
'SK 위기설'의 진앙지 SK온은 작년 구조조정 단행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 IPO 재추진으로 자금 수혈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이 내달 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최근 주력 사업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회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기의 중심에 있는 SK온이 지난해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임원 연봉 동결, 희망퇴직 등을 단행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까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에너지 계열사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구성원 의견 수렴 후 '비상경영' 선포 예정

2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5월 초 비상경영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현재 내부적으로 임원 조기 출근 확대, 매주 비상경영회의 개최, 각종 회의 와 교육 축소 등 전사적 비용 절감 방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사전 의견을 청취한 뒤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SK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5월 초 연휴가 끝나는 7일경에는 전사 차원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은 지난해 7월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SK온은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고 극복 의지를 대외에 알리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분야별 최고책임자(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하고,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했다. 이와 함께 분기 흑자 전환을 조건으로 임원 연봉을 동결하고,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고연봉·고연차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자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내걸며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연봉의 50%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고, 무급휴직 신청자에게는 2년간 학위과정 학비 50% 지원, 학위 취득 후 복직 시 나머지 50% 지급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K온은 "경영 효율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세 차례 무산됐던 SK엔무브 IPO도 재추진

최근에는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의 과반을 차지하는 알짜기업으로 이번 IPO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산 구조 재정비를 위한 리밸런싱 전략이 일환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엔무브의 IPO와 관련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SK엔무브의 비즈니스모델을 더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절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 수단 중 하나로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SK엔무브의 IPO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시장 여건 등이 충족되지 않아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IPO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는 KB증권·JP모건·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면서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정유·석유화학 부문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 역시 흑자 전환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엔무브의 IPO가 그룹의 성장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SK엔무브의 IPO 이후 SK온과의 합병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양 사의 합병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지만, SK온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시차를 두고 합병을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더욱이 SK온은 2022년 이후 외부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약 3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2026년까지 적격 요건을 충족한 상태로 상장하겠다고 협약했다. 만약 기한 내 연 7.5%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FI들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포함해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

SK이노·E&S 합병 등 사업의 밀도 높여

이처럼 계열사 구조조정 방향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리밸런싱 전략이 회사의 체질 개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가장 규모가 컸던 SK이노베이션·E&S 합병은 이번 리밸런싱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합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그룹의 미래 동력인 배터리 부문도 현금이 충당된 상황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도 양 사의 합병 효과로 당분간 영업이익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한다.

석유화학의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졌다. 지난해 4분기에는 SK E&S와의 합병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1,59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주당 2,000원의 배당을 발표하고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향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자산은 2023년 말 80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10조6,000억원으로 36.9% 증가했으며, 이 중 현금은 같은 기간 20.1% 증가한 1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해 포트폴리오가 석유, 화학, LNG,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로 확장하고 새로운 시너지 창출 기반을 마련한 것에 의미를 둔다. 당장 추진 가능한 사업만 해도 3가지가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솔루션 사업단과 SK E&S의 기존 사업을 결합해 그룹 계열사의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AI 데이터 센터 등을 대상으로 한 통합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울산콤플렉스에는 LNG 직도입을 통한 자가 발전설비 운영을 검토 중이며, E&S가 개발 중인 호주 가스전의 원료를 이노베이션이 직접 확보해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재계에서는 리밸런싱의 궁극적인 목표가 SK온을 중심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보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SK온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은 최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하며 사업 경쟁력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제조를 넘어 원자재 조달 및 물류 역량을 강화했고 매출은 13조원에서 62조원으로, 자산은 33조원에서 40조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더불어 연간 약 5,000억원 규모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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