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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직후 中 제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소액 물품까지 관세 부과하며 알리·테무 등 타격 미국 수출 대신 한국 등 다른 국가에 초저가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리자,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거대 플랫폼들이 한국을 비롯한 대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초저가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쿠팡·네이버 등 기존 강자들도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해외 직구 거래액 8조원, 이 중 中 점유율 60%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 대비 5.8% 증가한 242조89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직접 구매(직구) 거래액은 전년보다 19.1% 늘어난 7조9,583억원으로 이 중 중국의 점유율이 60%에 달했다. 중국 직구 거래액도 알리·테무·쉬인 등 이른바 'C커머스'의 공세로 48% 증가한 4조7,77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직구 제품의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 중국 직구액의 분기별 추이를 보면, 지난해 1분기(65.4%)와 2분기(64.8%)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3분기와 4분기는 각각 45%, 28.5%에 그쳤다.
실제로 C커머스들은 한국 시장 진출 이후 빠르게 입지를 확장해 왔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는 각각 912만 명, 823만 명으로 쿠팡(3,303만 명)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2018년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는 2021년 이용자 수가 168만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4년 만에 1,00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뒀다. 알리보다 5년 늦은 2023년 한국에 진출한 테무도 알리와의 격차를 90만 명으로 줄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론칭한 쉬인은 홈페이지 개설 전에 이미 80만 명 이상의 한국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커머스는 쿠팡이 2,791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쿠팡과 함께 사실상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네이버 쇼핑도 선전 중이다. 마켓 플레이스로 분류돼 이커머스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쇼핑·페이·스마트스토어 등 커머스 관련 서비스 이용자가 2023년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11번가(781만 명), G마켓(543만 명), GS샵(346만 명) 등 다른 토종 업체들은 C커머스와의 격차를 쉽사리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5위권인 신세계그룹의 G마켓이 알리와 합작법인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알리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알리·테무, 주 7일 배송제 도입하며 쿠팡과 격차 줄여
문제는 미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 C커머스가 국내 시장에서 장악력을 더욱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도 빠짐없이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인 만큼 저가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알리·테무·쉬인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시행한 지난 4일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자국 내 수요 부진으로 쌓인 막대한 재고를 미국과 유럽에 판매해 이익을 거둔 중국 업체들이 이제 미국 수출 대신 한국 등 다른 시장에 '초저가 물량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알리는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삼양식품, 동서식품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의 본사 직영몰을 대거 입점시켜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렸고, 테무는 새해 들어 '홀리데이 프로모션 90% 할인 쿠폰' 제공, 사은품 증정 행사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국내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테무의 국내 물량 80%를 담당하고, 알리·G마켓 합작법인도 이 배송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이 올해부터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면서 쿠팡 등 기존 사업자와의 격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플랫폼에서만 가능했던 휴일 배송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주말에도 직구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결합하면 고객이 밤 12시 이전에 주문해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내 셀러가 해외에 직접 물건을 파는 '역직구'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알리는 최근 한국 상품의 미국·일본·프랑스·스페인 판매를 지원하고, 향후 판매 국가를 확대하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에는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고, 무료 번역 서비스도 제공한다. 2020년 이후 역성장을 이어온 국내 역직구 시장은 지난해 소폭(1.5%) 증가하며 성장세로 돌아섰다. 대중국 판매액(-7.4%)은 감소했지만, 미국(41.7%), 유럽연합·영국(18.8%) 등에서 크게 성장하는 등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다.
쿠팡, 인프라 확충·대만 진출 등으로 1위 굳히기 나서
C커머스의 공세 속에서 국내 유통 플랫폼 1위 쿠팡은 올해 한층 강화된 배송 역량을 앞세워 초격차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쿠팡은 ‘2027년 전 국민 쿠세권(쿠팡+역세권), 100% 무료 배송'이라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이를 위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해당 계획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 역시 국내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 2022년부터 대만에 진출해 ‘로켓배송·로켓직구’ 서비스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풀필먼트센터 구축 등 대만 현지에 투자한 금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현지에 풀필먼트센터 두 곳이 운영 중이며 세 번째 풀필먼트센터도 가동이 예정돼 있다. 쿠팡은 궁극적으로 국내 셀러에게 대만 수출 기회를 제공해 동반성장 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만1,000곳에 달하며, 지난해 이들의 수출 거래액은 2년 새 2,600% 증가했다.
네이버는 2025년을 "네이버쇼핑 역사상 가장 크고 새로운 변화"의 해로 선언하고 새로운 비전과 로드맵을 발표했다. 쿠팡과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는 선도기업이지만 지난해 내내 거래액 성장률 시장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서 쿠팡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30일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 스토어'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주문 후 1시간 내 배송(지금 배송)부터 고객이 원하는 일자와 시간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 배송'을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