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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본격화 美, 대중 추가관세 10% 공식 발효 中, 희소금속 수출 통제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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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관세 무기를 휘두르자, 중국도 대미 추가 수출 제한 품목을 발표하는 등 맞불 작전에 나섰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의 관세 전쟁이 일단 보류된 것과 달리 미·중 갈등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中, 텅스텐·텔루륨 등 대미 수출 제한
4일(현지시간) 중국 정부는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및 인듐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광물의 수출을 제한해 이를 무기화하겠다는 것이다.
텅스텐은 다이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로 강도가 강한 금속으로 주로 포탄과 장갑판, 절삭 공구를 생산하는 데 쓰여 방위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로 꼽힌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텅스텐의 60%는 텅스텐 카바이드 형태로 건설, 금속 가공, 석유 및 가스 시추에 널리 사용된다. 중국은 텅스텐 생산 및 수출을 주도하고 있으며 2023년에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생산했다. 영국 컨설팅회사 프로젝트블루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 수요의 30%를 공급하고 있다.
인듐은 인듐 주석 산화물이라는 정제된 제품을 통해 휴대전화 화면과 TV 디스플레이 생산에 사용된다. 광섬유 기술에 인듐 제품이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인듐 공급량의 70%를 생산하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미국의 인듐 수입량 4분의 1이 중국에서 왔다.
비스무트는 합금, 야금 첨가제, 땜납, 의약품 및 원자 연구에 사용된다. 미국은 1997년부터 1차 정제 비스무트 생산을 중단했으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에 전 세계 약 13,000톤의 비스무트 중 80% 이상을 생산했다. 텔루륨은 일반적으로 구리 정련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야금, 태양광 패널, 메모리 칩 및 기타 제품에 사용된다. USGS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에 전 세계 정제 텔루륨의 약 4분의 3을 생산했다. 몰리브덴은 주로 강철 합금을 강화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열과 부식에 더 잘 견디게 하는 데 사용된다. 또 윤활제, 안료, 석유 산업의 촉매로도 이용된다. 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했으며 미국은 12% 정도를 차지했다.
트럼프 2.0 출범 보름 만에 개시된 무역전쟁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10% 추가 보편 관세 부과에 대한 반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는 시행 하루 전인 3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했다. 하지만 대중 10%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4일 0시를 기해 발효했다.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임기가 시작하고서 정확히 보름만이다.
지금까지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에는 평균 약 20%의 관세율이 적용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이제부터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들에 10% 더 높은 평균 3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미 관세를 올린 중국의 전략산업 분야 중 전기차의 관세율은 100%에서 110%로, 전기차 리튬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관세율은 25%에서 35%로 올랐다. 태양광 웨이퍼 및 폴리실리콘 관세율은 50%에서 60%로, 텅스텐·알루미늄 등의 관세율도 25%에서 35%로 인상됐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선제공격을 중국이 맞받아치면서 트럼프 집권 1기 때 촉발된 미중 무역 전쟁이 재점화하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미 보복관세 발효 시점이 오는 10일이라는 점에서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 등을 통한 막판 극적 타협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 비중이 크지 않은 원유와 LNG 등을 겨냥했다는 점도 대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원유는 약 60억 달러(8조7,600억원)어치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7%에 해당한다. 중국의 LNG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6%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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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 K-배터리도 영향 가능성
다만 중국의 대미 수출 통제에 우리나라 산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제한 품목들 대부분 배터리 장비 및 제조 공정, 무기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광물로,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미국 수출을 금지하자 해당 품목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티몬 가격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로테르담 시장에서 미터톤(metric ton)당 약 4만 달러(약 5,800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0%가 뛴 것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흑연 이중용도 품목 수출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기도 했다.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 재료다. 중국은 천연·인조 흑연에 걸쳐 세계 음극재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불허하면 대체 도입선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대부분 중국 기업들에서 음극재를 조달하고, 부분적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에서 구매한다. 또한 탈중국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구축을 주도하는 포스코퓨처엠도 인조흑연과 달리 천연흑연 제품 원료는 아직 거의 전량 중국 협력사에 의존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중국 흑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적으로 군사 전용 우려를 명분 삼아 흑연 제품 수출까지 금지할 경우 공급망 불안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특정 미국 기업을 찍어 흑연 수출은 금지할 경우 이 기업을 최종 고객사로 둔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제조한 이차전지를 수출하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이차전지 생산 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충한 상황에서 같은 이유로 흑연을 원활히 조달하지 못하게 된다면 음극재 확보 문제로 생산 규모와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첨단 기술 경쟁으로 인한 중국의 대미 보복이 한국 기업을 거쳐 미국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