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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파키스탄과의 분쟁에서 군사용 드론 활용 분쟁 이후 드론 스타트업의 주가 최대 46% 상승 美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기업 가치 280억 달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에서 드론이 전술·전략적 무기로 활용되면서, 글로벌 벤처 자본은 기존 테크 분야에서 AI 기반 국방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드론 제조업체가 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 스타트업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드론 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유치는 지난달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에서 군사용 드론이 실전에 대거 투입된 이후 인도 내 방산 기술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인도 드론 업체 라페, 1억 달러 투자금 유치 성공
26일 닛케이 아시아는 "인도의 드론 제조업체 라페 엠피브르(Raphe mPhibr)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1억 달러를 확보했다"며 "이는 인도 방위 스타트업 투자 거래 중 사상 최대 규모로, 파키스탄과의 분쟁에서 드론이 활용된 이후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벤처캐피털(VC) 제너럴 카탈리스트가 투자를 주도했으며, 씽크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기존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제너럴 카탈리스트는 미국의 안드루일, 독일 헬싱 등 다수의 방위 스타트업 투자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설립된 라페는 이번 투자에 앞서 이미 4,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라페는 기존의 감시·정찰용 드론뿐 아니라, 물류·보급용 드론 등 다양한 군수용 무인기 라인업을 마련해 인도군과 준군사조직에 공급하며 국방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왔다. 비벡 미쉬라 CEO는 "자사의 드론은 최대 100kg의 페이로드로 최대 20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향후 더 넓은 범위와 용량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회사의 초점은 세계를 위해 인도에서 드론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으로 곧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잇따른 군사 충돌 이후 드론 방산업체 관심 쏠려
최근에는 라페 엠피브르뿐 아니라 다수의 인도 드론 제조업체들이 VC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인도와 파키스탄 간 최근 무력 충돌에서 대규모 무인항공기(UAV)가 전력으로 활용됐던 지난달 6일 이후, 솔라 인더스트리즈(Solar Industries), 바라트 다이내믹스(Bharat Dynamics Limited, BDL), 바랏 일렉트로닉스(Bharat Electronics Limited, BEL), 아이디어포지(IdeaForge), 아스트라 마이크로웨이브(Astra Microwave) 등 인도 드론 업체의 주가는 최소 5%에서 최대 46%까지 상승했다.
드론 산업에 대한 관심은 비단 인도 만이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 군사적 충돌에서 드론이 실전에 활용되면서 방위산업의 새로운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양측 사상자의 70% 이상을 유발했으며, 정유공장과 탄약고 등 전략 시설 파괴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양국은 올해 수백만 대의 드론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로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도 이란과의 '12일 전쟁'에서 자국 영공을 침입한 수백 대의 이란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군사용 드론을 자체 개발·수출하며 드론 강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바이라크타르 TB2'는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리비아 등 여러 분쟁 지역에서 실전 성능을 입증해 수출과 기술 투자 유치로 이어졌다. 중국은 자국 군대(PLA) 현대화의 일환으로 AI 기반 드론, 무인기 편대(스웜) 등 첨단 드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장(DJI), 이항(EHang), 지얀(Ziyan) 등이 생산한 중국산 드론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지로 수출되며 군사용·산업용 드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美 VC, 테크 스타트업에서 AI 방산업체로 이동
이러한 흐름 속에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도 기존의 테크 스타트업 대신 AI 국방 스타트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안두릴은 VC가 대거 몰린 대표 사례로 2024년 말 기준 기업가치가 약 280억 달러에 달한다. 2018년 미 국토안보부와의 국경 감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2019~2021년 사이 미 육군, 해군, 공군 등과 본격적인 방산 계약을 체결하며 군사용 자율 드론 및 통합 감시 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래티스(Lattice)’, 자율 드론 ‘고스트(Ghost)’ 시리즈는 2020년대 초반부터 미 국방부의 핵심 무인 시스템으로 채택됐다.
지난 16일 열린 파리 에어쇼에서는 독일 방산업체과의 드론 기술 협력이 공개했다. 이날 안두릴은 스스로 이동하며 작전 수행이 가능한 17피트(약 5.2m) 크기의 대형 드론 ‘퓨리(Fury)’를 처음 선보였는데, 미 공군은 퓨리와 같은 규모의 대형 드론 1,000대를 배치해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도 이날 안두릴과의 협력을 공식 발표하고, 퓨리와 함께 순항미사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바라쿠다(Barracuda)’ 드론을 공동 개발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드론 스타트업 스카이디오(Skydio)는 전직 구글 개발자들이 설립한 기업으로, 자율 비행과 장애물 회피 기능이 뛰어난 AI 기반 드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스카이디오의 드론은 미군의 정찰·감시 임무에 채택돼 2022년에는 미 국방부와 1억 달러 규모의 표준 정찰 드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의 소형 전술 드론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는 정찰, 감시, 정밀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미군과 동맹국 정부에 대규모로 공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