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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후 1년도 못 버틴 온라인몰 ‘수두룩’, 내수 붕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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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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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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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저가 공세에 유통업 속수무책
생계 유지 위해선 부업 필수화
내수 기반 생존 불가능에 가까워

국내 온라인몰 30%가량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하며 자영업 붕괴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저가 공세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며 중소 유통망은 사실상 기능을 잃었고, 자영업자들은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부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이에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내수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창업자도, 폐업자도 ‘역대급’

30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100대 생활업종의 1년 생존율은 2023년 기준 77.9%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77.8%에서 2022년 79.8%로 3년간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 다시 꺾인 결과다. 국세청은 소매, 음식·숙박, 서비스업 중에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품목 또는 용역을 판매·취급하는 업종 100개를 추려 최근 5년(2019∼2023년)간 폐업하지 않고 살아남는 비율인 ‘자영업 생존율 통계’를 전날 공개했다.

통신판매업은 이번 조사에서 1년 생존율 69.8%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 비대면으로 상품·서비스를 판매하는 업종 모두를 아우르는 통신판매업의 3년 생존율은 45.7%, 5년 생존율은 33.6%에 그쳤다. 이는 갈수록 늘어나는 신규 창업자 수와도 맞물린다. 2023년 통신판매업 신규 창업자는 21만1,275명으로 생활업종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알테쉬’라 불리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가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 매우 큰 악재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성장기는 이미 지나갔으며 현재는 포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업으론 일상 영위 역부족

본업인 자영업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추가 수입원을 찾는 창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의하면 현재 자영업자이면서 부업을 하는 사람은 올 1분기 월평균 15만1,8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4년 1분기(월평균 11만272명)와 비교하면 무려 37.8% 증가한 규모다.

부업을 하는 자영업자는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의 부업 관련 정보 중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나 대리운전 등에 관한 게시물이 늘어나는 데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음식 장사를 한다고 밝힌 한 익명의 네티즌은 “가게 문을 열기 전과 후에 각각 2시간 정도 전기자전거로 배달 일을 한다”며 “(배달로) 하루 3만원 정도 벌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영업자가 부업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빠듯한 소득이 꼽힌다. 지난해 자영업자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314만8,615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기준)으로 가계지출인 343만6,312원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임금 근로 직장에서 퇴직하고 자영업에 뛰어든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48.8%는 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버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자영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자영업이 과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경쟁력 약화가 예견된다는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영업자들은 경제적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므로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이 내수 보강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익성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 살아남는 자영업자는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곳들은 단계적인 퇴출을 유도하면서 재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비 없는 사회의 그림자

문제는 자영업 붕괴가 한국 사회 전체의 내수 구조 약화, 즉 ‘소비 없는 경제’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연구에서 한국의 내수 소비는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계단식으로 하락해 왔다. 1988~1996년 9.1%였던 평균 소비 성장률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4.5%로 낮아졌고, 2003년 카드대란 이후에는 3.1%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4%로 지속 하락했다. 심지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1.2%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소비 비중도 2002년 56.3%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1년에는 47.1%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는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8위에 해당하며, GDP 1조 달러 이상인 12개 국가 중에서는 네덜란드 다음으로 낮은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내수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 △산업 고용창출능력 약화 등을 꼽았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제조업 취업유발계수가 2000년 15.4에서 2020년 6.3으로 급감했다는 점을 들었다. 수출 호조가 내국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해졌음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자영업 붕괴로 드러난 내수 위축이 한국 경제에는 구조적 경고음과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 주체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상권이 침체하고, 창업도 투자도 위축되는 악순환에 접어들었단 지적이다. 소비 없는 사회에서는 투자도, 창업도, 고용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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