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IT 아웃소싱 강국 인도, AI 등장에 수십만 명 해고 삭풍
입력
수정
거세지는 AI '일자리 습격' 인도 창작자·개발자·사무직, AI 위협 노출 채용 규모 75% 뚝, 2~3년 내 50만 개 일자리 증발

저임금 숙련 인력을 무기로 글로벌 아웃소싱을 이끌어 온 인도의 IT 서비스 산업이 AI 확산 앞에서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단순 코딩과 고객 응대 같은 반복 업무가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벵갈루루 등 아웃소싱 거점의 기반마저 위태롭다는 경고도 나온다.
인도 TCS·오라클, 감원 칼바람
27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IT·BPO(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 산업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인도 최대 IT 서비스업체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가 대표적이다. TCS는 이달 초 1만2,0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력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빅테크 기업인 오라클도 인도 내 직원 10%를 감원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지원 부문을 대폭 축소했다.
인도 IT 서비스 기업들의 감원을 지난 18개월간 살펴보면 감축 규모는 8만 명에 달한다. 인도 대형 IT 기업인 인포시스(Infosys)는 2024 회계연도에 2만6,000명을 감축한 데 이어, 올해도 수습 직원 700명을 해고했다. 위프로도 2024 회계연도에 2만4,500개 직무를 없앴고 최근에도 수백 명의 중간급 직원을 정리했다. 테크마힌드라 역시 1만700명을 감축했으며, 2025 회계연도 4분기에만 1,700명이 추가로 퇴사했다.
‘대규모·저비용’ 사업모델 위태
이들 기업 모두 명분은 구조조정이지만, 업계는 AI가 대체 가능한 직무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TCS 같은 기업들은 저렴한 숙련 인력을 활용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사업모델에 의존해 왔다. 이에 IT 서비스 산업은 인도 경제의 핵심 축으로 불렸다. 인도 IT기업협회 나스콤(NASSCOM)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약 567만 명을 고용하며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코딩, 테스트, 고객지원 등에 투입되면서 이 같은 산업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AI가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고, 고객들이 단순한 인건비 절약보다는 더 혁신적인 솔루션을 요구하면서 이 모델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날 바르마(Sonal Varma)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 도입은 인도의 최대 과제”라며 “단순 업무는 사라지고, 중간 관리직도 변화의 압박에 놓였다”고 짚었다.

벵갈루루 외주 기지 무너질 수도
실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주요 IT 기업들은 매년 60만 명의 신입 대졸자를 채용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이 숫자는 약 15만 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언어스인사이트(UnearthInsight) 등 현지 컨설팅사들은 향후 2~3년 내 인도 IT업계에서 최대 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나아가 업계 내부에서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의 아웃소싱 기지들이 줄줄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가 저수준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면서, 몇 달 내에 대규모 해고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인도와 같이 아웃소싱 프로그래머가 다수 존재하는 지역에서 AI 기술 확산은 커다란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IT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가 중산층과 청년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디언익스프레스는 “IT 부문은 전통적으로 인도의 수많은 공학 졸업생들에게 경제적 상향 이동과 번영을 향한 가장 간단하고도 갈망되는 길”이었다며 “이 부문의 고용 전망이 하락하면 인도 경제와 정치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타임스오브인디아 역시 “인도 IT인재들에게 ‘코드 레드’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AI가 기존 인력 피라미드 구조를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기술 수요에 따른 해고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인도 경쟁력연구소는 “교육, 시간 등 동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장벽을 간과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