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오픈AI “파트너십 재조정 불가피”
신뢰 균열 조짐 곳곳에서 포착
MS 패키지 효과 ‘기대 이하’ 평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트너십이 심각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픈AI는 자사 영리법인 지분을 넘기는 대신 수익은 배분하지 않는 새 조건을 제시했고, MS는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양사가 오랜 시간 유지해 온 기술 독점권이 우선협상권으로 바뀐 가운데, 오픈AI가 대체 파트너와 손을 잡으면서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했다. 기술적 불만과 구조적 불균형이 누적되면서 인공지능(AI) 업계의 대표적 동맹은 파국에 가까운 균열을 보이고 있다.
‘반독점적’ 구조 비판, 사실상 결별 수순
1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오픈AI는 영리 기업 전환에 대한 MS의 승인과 관련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독점 제소를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WSJ은 “오픈AI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기관에 자사와 MS가 맺은 계약이 경쟁 제한 금지에 해당하는지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며, 향후 필요시 MS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가능성이 있는 공개 여론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MS는 그간의 투자 규모에 비해 회수할 수 있는 이익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오픈AI의 영리 기업 전환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픈AI는 현재 MS가 보유한 미래 수익 등을 포기하는 대가로 재편된 영리 부문의 지분 33%를 넘기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의 AI 모델 사용권, 최대 1,200억 달러(약 1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수익 배분 20% 등 기존 계약을 통해 MS가 확보한 여러 권리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MS는 “오픈AI가 자사와의 협력 조건을 일방적으로 재조정하려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별도의 수익 배분 없이 지분만 제공한다는 제안은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한 제품군 개발에 있어 MS의 사업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안이란 지적이다. MS는 2019년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당시 개발 중이던 GPT‑3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이후 꾸준히 자금을 추가 투입해 누적 투자액은 약 130억 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오픈AI는 자사의 지분 양도 제안이 수익 모델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S에 수익을 배분하게 되면, 자체 운영에 쓸 여력이 거의 없어져 장기적인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아울러 수익 없이 기술만 공급하는 지금과 같은 협업 구조가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부 위기감 또한 극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오픈AI는 오는 12월까지 기업 구조 전환을 완료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은 400억 달러(약 55조원) 가운데 절반인 200억 달러를 날리게 된다.
‘우선협상권’ 전환과 대체 파트너 물색, 금 간 동맹
업계는 이번 사태를 이전부터 예고된 균열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오픈AI는 MS의 클라우드 인프라 독점 공급자 지위를 우선협상권 체제로 바꾸는 재협상을 추진한 바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 협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실상은 여타 파트너들과의 기술 협업을 위한 명분 쌓기에 가깝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AI가 MS와의 종속 관계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이미 작년 말부터 감지됐다”며 “이번 마찰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변화는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오픈AI는 최근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와의 대규모 협업에 나서며 MS가 제공하는 애저(Azure) 생태계 밖으로 기술 파트너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AI 칩을 이용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기업으로,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학습에 필요한 연산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MS 또한 자사 오픈소스 AI 모델인 파이3(Phi-3)를 비롯해 자체 AI 생태계 강화를 위한 인재 확보와 연구소 조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사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양사의 파트너십이 지속되더라도 과거처럼 긴밀한 관계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이처럼 두 회사는 겉으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각자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오픈AI는 기술 고도화에 따른 영향력 강화를 추구하고, MS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수익 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식이다. 한때 AI 업계의 대표적 동맹이었던 이들 기업이 서로의 이해를 놓친 채 각자의 셈법에 따라 움직이면서 협력의 전제 자체도 무너졌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MS 제공 인프라·패키지, 오픈AI 내부에선 실효성에 의문
갈등의 출발점은 애초부터 삐걱거렸던 협력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AI는 오랜 기간 MS로부터 인프라와 자금, 생태계 지원 등을 제공받았지만, 내부에선 이 같은 지원이 실제 사업 성과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특히 애저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활용에 있어서는 대기 시간과 유연성, 자율성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엔지니어링 팀 내부에서는 “MS의 기술 패키지가 기대 이하”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왔고, 결국 오픈AI는 새로운 클라우드 파트너 물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성능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픈AI는 조직 구조상 비영리 모회사와 영리 자회사가 분리돼 있는데, 영리 법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만 지속 경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MS와의 협력 구조는 지분 제공과 투자 유치는 가능해도 수익 자체는 공유되지 않는 구조로 고착돼 있었다. 자금은 유입되지만 활용의 자유도는 떨어지고, 수익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내부적으로 ‘왜 이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이 짙어졌다.
반면 MS 측은 초기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정작 오픈AI의 전략 결정에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여전히 비영리 성격을 띤 구조로 유지되고 있으며, 기술 로드맵이나 파트너십 전환 등 핵심 결정 또한 내부 보드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MS는 기술 제공자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픈AI가 선택적으로 협력 조건을 바꾸는 과정에도 개입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갈등은 수년간 누적된 양측의 인식 차이와 구조적 불균형이 폭발한 결과로 정의할 수 있다. 오픈AI는 겉으로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략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려 했으며, MS의 역할을 기술 인프라 제공 수준에 머물게 하고 싶어 했다. 애초부터 주도권은 오픈AI에 있었고, MS는 수익 없이 기술을 대가로 투자한 모양새가 됐다. 오픈AI가 다른 선택지를 갖게 된 만큼 양사 파트너십의 미래 역시 비관적일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