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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계 악화하며 학문적 협력 축소돼 "美로부터 독립하겠다" AI 인재 양성에 힘 싣는 中 美, 中 참고해 AI 교육 국가 전략 수립해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양국의 교육 현장을 재편하고 있다. 연이은 외교적 충돌로 상호 신뢰가 무너지며 학문적 협력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 교육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인공지능(AI) 기술을 발판 삼아 교육 개혁을 단행하고 나섰다.
美·中 학문 파트너십 '삐걱'
1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학문적 교류가 속속 단절되고 있다. 수십 년간 인공지능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양국 학계가 외교적 충돌로 인해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각국 정부는 연구 보안이 필요한 분야의 유학생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했으며, 미국 대학들은 중국 대학과의 제도적 파트너십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자립을 선언하며 자체 학문 체계를 강화하고, 외국과의 협력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서구 시스템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체 기술과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때 세계 인재의 기본 선택지였던 미국 대학들이 중국으로부터 입지를 위협받기 시작한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협력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한때 공동 연구를 가능케 했던 신뢰는 희미해졌고, 남은 파트너십도 제약과 감시, 의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中, AI 교육 개혁 단행
외교적 긴장이 대외 협력을 가로막는 가운데, 중국은 AI를 중심축 삼아 교육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AI는 핵심 교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학생들은 머신러닝과 데이터 패턴, 알고리즘 사고의 기초를 일찍부터 배우며, 고등학교에 이르면 실제 응용 사례와 윤리적 쟁점까지 다룬다. 교사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교원이 디지털 수업 도구를 활용해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으며, 적응형 학습 플랫폼을 통해 맞춤형 수업과 실시간 학습 피드백이 제공된다.
대학교 수준에서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추세다. AI 교과 과정 개발, 교원 양성, 연구 기관 설립, 대학 간 전략적 제휴 등에 국가 예산이 집중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거대 빅테크를 비롯한 외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기술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중국이 현재 추구하는 교육 모델이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감시, 통제, 이념 주입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AI를 교육 시스템 전반에 통합하려는 일관된 국가 전략만큼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아직 중국의 독보적인 속도와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美도 미래 전략 마련해야 할 때
중국의 AI 중심 교육 전략은 단순한 개혁을 넘어 정부가 미래 기술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를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그 스케일과 방향성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도 중국처럼 AI 교육에 대한 ‘국가 전략’을 정립해야 할 때라는 진단이다.
한 나라가 AI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길러야 하고, 알고리즘 시대 인재를 육성할 교사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하지 않도록 뒷받침할 제도도 필요하다. 이 같은 '밑 작업'에 실패한다면 미국은 단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넘어 닥쳐올 미래에 온전히 대비할 수 없게 된다. 창의성, 학문적 자유, 비판적 사고는 미국 교육의 강점이지만, AI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교육 지형을 과감히 재설계하는 지금, 미국의 교육자와 정책 결정자들 역시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정학적 분열은 피할 수 없을지 몰라도 배움만큼은 국경을 넘을 수 있다. 미래의 협력은 조약이나 신뢰만이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