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CGV대학로 펀드’ 만기 3년 연장 추진, “3년 내 매각 성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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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대학로 펀드, 내달 수익자총회 개최
신탁계약 기간 5년에서 8년으로 변경 예정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CGV대학로 자산가치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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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99호가 보유한 서울 종로구 CGV대학로 전경/사진=이지스자산운용 홈페이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종로구 ‘CGV대학로’ 건물과 토지에 투자한 펀드(이지스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299호·CGV대학로 펀드)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산 매각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지스, CGV 펀드 만기 연장 결정

21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CGV대학로 펀드는 다음 달 11일 수익자총회를 열기로 했다. 신탁계약 기간을 최초 설정일로부터 5년에서 8년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다. 현재 펀드 만기는 올해 10월 17일인데 이를 2027년 10월 17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수익자들은 일단 만기 연장에 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평가 가치로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경우 대출금을 갚고 남는 돈이 투자 원금의 47%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CGV대학로 펀드 기준가는 19일 기준 514.06원으로, 지난 2일 자산 재평가 내용이 반영되면서 기간수익률 기준 30% 넘게 빠졌다. 설정 때와 비교하면 39.4% 쪼그라들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CGV대학로 건물과 토지를 인수한 건 지난 지난 2019년 10월이다. 인수가는 615억원으로 이 중 공모(이지스리테일부동산299호)로 조달한 자금 216억7,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20억원은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마련했다. 대주단은 선순위 메트라이프생명보험, 후순위 SBI저축은행 등이다.

지하 6층부터 지상 9층 규모의 건물을 모두 CGV가 사용 중인 해당 건물은 펀드 설정 때만 해도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영화관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산 가치가 대폭 깎였다. 이에 이지스자산운용은 CGV와 2022년 1월부로 임대료 지급 방식을 바꿨다. 기존에는 고정 임대료였는데, 고정임대료를 줄이고 매출 수수료를 추가했다. 매출 수수료는 ‘유료 관람객 수 x 평균 티켓가격 x 수수료율’ 공식으로 산정한다. 그러면서 조건으로 변경 전 연간 고정임대료는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다시 말해 연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30억4,000만원으로 고정된 반면, 영화관 관람객이 적으면 임대료가 줄어드는 구조가 된 것이다.

고금리에 부담 가중, 매각도 불발

게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비용 부담 역시 커졌다. CGV대학로 펀드는 2022년 10월부터 선순위 대출 기준 대출금리를 연 3%에서 연 5.5%(취급 수수료 1% 별도)로 올려줘야 했다. 펀드 배당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한 차례 대출 만기를 1년 연장하면서 올해 4월(9기 결산)부터는 이익분배금(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22년 10월부터 운용보수와 판매보수를 각각 연 0.2%, 0.5%에서 0.001%로 낮춘 만큼, 펀드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보다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 문제는 2022년 7월과 2023년 5월 진행한 매각 입찰에 매수의향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을 만큼 영화관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후 상시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도 잠재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영화관 업황이 예전만 못한 영향이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영화관 월평균 매출은 1,03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월평균 1,595억원보다 35%가량 적을뿐만 아니라 지난해 월평균(1,051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화업계는 영화관 매출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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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exels

최민식도 비싼 티켓값에 쓴소리 “나도 OTT 보겠다”

실제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가 보편화되면서 영화관이 줄도산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OTT에 비해 비싼 영화 티켓값이 꼽힌다. 이에 대해 배우 최민식도 지난 17일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극장비 좀 내려라. 너무 비싸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갑자기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죽다 살아났으니까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부담되는 가격은 맞다”고 말했다.

앞서 CJ CGV는 코로나19로 적자에 빠지자 티켓 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티켓 가격 인상과 ‘범죄도시4’ 흥행 덕에 올 2분기 영업이익 223억원을 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OTT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관객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 이전 8,000~10,000원 수준이던 티켓 가격은 최근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영화관 한 번 가면 영화표 및 간식 비용을 합쳐 1인당 평균 3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럴 바에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마음껏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철 영화관 특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4를 끝으로 톱 배우를 앞세운 영화들조차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 이에 불과 몇 년 사이 여름 관객은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렇다 보니 폐업하는 영화관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는 CJ CGV는 원주 CGV에 이어 최근 CGV 인천 논현점도 문을 닫았다. 롯데시네마도 대전 둔산점 영업을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충무로를 대표하는 극장이었던 ‘대한극장’도 66년 간의 운영을 끝내고 결국 오는 9월 30일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관객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관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효율화와 티켓 가격 인상으로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국내 OTT 앱 설치자 수는 3,000만 명을 넘어서며 영화관을 대신할 주요 미디어로 확고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관람객들이 줄고 있는 영화관과는 달리 OTT 이용자는 매년 수백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