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 수요 회복에 기업용 SSD 가격 80% 급등,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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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가동률 선제적 확대 착수
솔리다임, QLC 기반 기업용 SSD 시장서 리더십 확보
AI 반도체 훈풍 영향, 과잉 공급 해소되며 가격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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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서버 증설을 위한 주문 증가로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가격이 80% 이상 뛰어오르면서 SK하이닉스와 자회사인 솔리다임이 선제적으로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끌어 올리고 있다. AI 광풍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기업용 SSD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기업용 SSD에 특화한 쿼드레벨셀(QLC) 기반 대용량 SSD에 초점을 맞춰 생산량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솔리다임, 낸드플래시 생산량↑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올해보다 월평균 웨이퍼 생산량을 약 10%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솔리다임 역시 강력한 SSD 수요를 바탕으로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내년 초부터는 5% 안팎의 생산량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SD는 기존 하드디스크(HDD)의 한계를 극복한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빠른 속도로 데이터 읽기·쓰기가 가능하다. 서버 업계에서는 특히 QLC 기반 대용량 SSD가 각광받고 있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Cell) 한 개에 TLC(3개)보다 1개 많은 4개의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소비전력을 줄여 빠른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를 자랑하며, 초고용량 기업용 SSD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SK하이닉스는 60TB(테라바이트) 이상 QLC 제품에 이어 내년 초 128TB로 용량을 확대한 신제품을 양산,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낸드 설비 뜯어내고 D램 라인 구축했지만, 수요 회복세 뚜렷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는 최근 불고 있는 AI 반도체 훈풍 영향이 크다. AI 서버에 저장하는 데이터가 폭증하자 IT 기업들은 고용량 SSD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SSD 평균 판매가격에 프리미엄까지 얹어 물량 구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AI 서버에 저장하는 데이터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고용량 SSD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SSD가 AI 모델 학습에서 파라미터(학습 값)를 저장하는 것 외에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저장하는 체크포인트를 생성해 중단 시 특정 지점부터 복구할 수 있도록 한다”며 “향후 몇 년 동안 AI 서버는 SSD 수요에서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 대해 기업용 SSD 수요 증가세는 뚜렷하지만, PC와 모바일 등 일반 응용처 수요 회복세가 완만하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던 이천 M14 팹(공장) 하부층 라인을 뜯어내 D램 설비로 채우는가 하면, 낸드플래시 전용 설비인 청주 M15 팹 또한 D램 전용으로 전환했다. 시장 자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D램 부문에 집중되면서 낸드플래시 관련 투자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낸드플래시는 수익성 위주의 판매 전략을 지속 유지하겠단 방침이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는 “올해는 우선 낸드플래시 투자는 없다고 봐야 하고, 내년 물량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지난해 낸드플래시 수요가 침체된 상태에서 과잉 공급이 이뤄지면서 적자의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대대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낸드 가동률은 20~30%대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은 한때 가동률이 10%대까지 하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도 가동률을 50% 밑으로 낮추며 감산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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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일본 요카이치 공장 전경/사진=키옥시아

낸드플래시 감산, 중국·일본에 추격 허용했다?

강도 높은 감산 결과 공급 과잉이 일부 해소됨에 따라 최근 낸드 가격은 상승세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낸드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낸드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63%가량 성장한 620억4,000만 달러(약 85조8,600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대대적인 감산이 중국과 일본에 추격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YMTC와 일본 키옥시아가 경쟁사들의 투자 축소를 기회로 삼아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며 점유율을 추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YMTC는 올해 중국 우한에 설립한 새 낸드플래시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시설 투자 금액을 지난해의 2배 수준까지 늘릴 것으로 추정된다. YMTC는 중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배력 강화와 자급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으로 시설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

키옥시아도 낸드플래시 증설에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키옥시아는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을 두고 있어 낸드플래시 점유율 확대와 같이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설 투자 역량을 HBM과 D램에 대부분 할당하면서 중국과 일본 경쟁사들의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