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자 ‘검은우산 비대위’ 출범, “티메프 특별법 만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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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우산 비대위’, 폭염 속 금융위 앞 180여 명 집결
피해금액 회복 및 전자상거래 문제 해결 강력 요구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 계속된다” 특별법 제정 촉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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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검은우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다시 뭉쳤다. 정부의 적극적인 사태 해결 움직임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특히 피해자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자들의 피해가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티메프 피해자 연합, 두 번째 공동행동

18일 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 130여 명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은우산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티메프의 상황을 방임해 피해가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은 티메프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도 구영배 큐텐 대표가 심각한 적자인 기업을 인수할 때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합병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피해자가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위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소비자 대표로 발언한 A씨는 정부를 향해 “재발 방지하겠다, 대책을 검토하겠다 등 말만 하는 대책은 필요 없다”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을 반복할 때마다 우리는 또 지쳐 쓰러진다. 일상이 무너진다. 우리가 뭘 잘못했나”라고 반문했다. 티메프 입점 피해업체 직원인 B씨는 “우리 회사는 티메프로부터 약 30억원이라는 정산금을 아직도 못 받았다”며 “수십 년간 함께 일해온 가족 같은 직원들 15명 중 7명이 어쩔 수 없이 나갔다.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대위는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마무리했다. 신정권 비대위 대표는 “환불이나 대책은 지원이 아니라 권리”라며 “이커머스를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올바르게 다시 세워서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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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렛츠 사업 종료 공지문/사진=알렛츠 홈페이지

인터파크커머스 기업회생·알렛츠 폐업, ‘제2의 티메프 사태’ 가시화 우려

비대위는 티메프 사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는 한편, 티메프 사태 이후 번진 다른 이커머스 사용자들의 모든 피해에도 대응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미정산 사태가 확대 조짐을 보이면서 ‘제2 티메프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도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자율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형태의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ARS는 법원이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티메프가 지난달 29일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8일 만에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구영배 대표의 큐텐그룹 산하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3사가 모두 회생 절차를 위한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달 티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터진 후 판매자와 고객이 연쇄 이탈하며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고, 지난달 말부터는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달엔 일부 채권자의 가압류 조치가 이어져 사실상 영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현재 인터파크커머스가 정산하지 못했거나 앞으로 정산해야 할 판매대금은 약 550억원이며 채권자는 판매자를 포함해 5만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가구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렛츠도 16일 직원 45명을 전원 퇴사시키면서 오는 31일 이후 영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공지했다. 이에 알렛츠 입점 판매자와 구매 고객은 환불·정산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을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알렛츠의 정산주기는 최장 60일 수준으로 현재 7월분이 정산되지 않았는데, 정산 지연에 따른 피해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티메프 사태 후 우려되던 부실 이커머스의 여파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행·상품권 관련 피해자들 집단분쟁조정 신청, 1만 명 운명은

이런 가운데 피해자들의 관심은 집단분쟁조정에 쏠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티메프의 상품권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19일부터 27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을 받는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당사자 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져 민사소송 대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집단분쟁조정 신청 대상은 티메프에서 상품권(기프티콘 포함)을 구입하고 청약 철회 등(계약해제 포함)을 요청했으나 대금 환급이 거부된 소비자다. 또 상품권이 가맹점에서 사용이 중지돼 상품권 잔여금액의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소비자도 포함된다. 소비자원은 계약 품목이 여행·숙박·항공권·상품권 등이 아니거나, 상품권이라 하더라도 이번 집단분쟁조정 신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등의 절차를 현행대로 진행한다.

2007년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티메프 사건까지 모두 203건으로, 이 중 64건은 신청 요건에 맞지 않거나 신청 이유가 타당하지 않아 조정 전에 기각됐고 25건은 신청 취하와 처리 불능 등의 사유로 조정안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정안이 마련된 사건은 112건인데 이 중 실제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48건(전체의 42.9%)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개별 사건 조정 성립률(70%)보다 낮다. 단 집단분쟁 사건의 조정 성립률이 개별 사건보다 낮아도 한 번 성립되면 대규모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티메프 관련 상품 미환불 피해 사건은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번 여행, 숙박, 항공권에 대한 참가자 모집(9,028명 신청)에 이어 이번 상품권 관련 참여 신청을 받기로 한 만큼 신청자는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집단분쟁조정은 성립 시 사업자로부터 전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계획서를 제출받아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는 소비자까지 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분쟁조정안이 도출되더라도 이를 피해자들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분쟁조정은 이의제기나 재심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건(7,200명)의 경우 분쟁조정위가 판매사인 머지플러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온라인쇼핑몰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들도 일부 책임을 부담하라고 조정안을 냈지만 모든 사업자가 거부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