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업사이클’ 탑승, 서버 D램 가격 ‘최대 20% 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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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공급사들, 수요 확대 힘입어 가격 인상 
구매 모멘텀 DDR5에 집중, 상승 곡선 가팔라질 전망
반도체 시장 하반기 전망도 맑음, 실적 기대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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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사진=SK하이닉스

올해 하반기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가격이 큰 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제조 업체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집중에 따른 DDR5 생산능력 제약과 인공지능(AI) 서버 투자로 인한 수요 확대를 근거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HBM과 함께 고부가가치 D램으로 꼽히는 DDR5 기반의 128GB(기가바이트) 시장 확대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D램 가격, 공격적 인상 요구

16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공급업체들은 최근 고객사들과의 올해 3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 전 분기 대비 15~20% 수준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D램 가격 인상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D램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로 D램 수요가 증가한 점도 가격 인상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분기 중 D램 가격을 15~20%가량 올릴 방침이라고 반도체 주요 고객사에 통보했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주요 D램 생산 업체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서버용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인상이 가파를 경우 수익성 개선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내년 생산 계획을 어느 정도 확정한 공급 업체들이 DDR5 수익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DDR4는 여전히 고객사가 재고를 비축해 놨기 때문에 구매는 DDR5에 쏠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DDR5는 차세대 D램 규격으로, DDR4 대비 속도가 두 배 빠르고 가격은 40%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11월 세계 최초로 16Gb DDR5 D램을 개발, 2020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이어 올해는 10나노급 5세대(1b)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DR5를 미국 인텔에 제공하며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또 SK하이닉스는 전체 서버용 D램 출하량에서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을 올 초 65% 이상까지 끌어올렸고,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도 올 2분기 서버용 DDR5 매출을 전 분기 대비 80% 이상으로 높이며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D램 호황

업계는 서버용 DDR5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의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실시된 대규모 서버 투자의 교체주기가 돌아오면서 수요 확대를 이끌고 있어서다. 아울러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협의하는 HBM과 달리 DDR5는 시장에서 단가가 결정되는 만큼 판가가 추가 인상될 여지도 있다. 수익성이 가장 높은 HBM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서버용 DDR5의 이윤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DDR5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서버용 고용량 모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128GB의 고용량 모듈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10㎚(나노미터) 5세대(1b) D램 단품으로 제작한 32GB 기반 제품으로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용량의 모듈을 16GB D램으로 만든다. 16GB D램 2개를 묶어 32GB로 만든 다음 40개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32GB D램으로 고용량 모듈을 제작하면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원가를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업계 최초로 개발한 32GB 기반 DDR5 128GB의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하반기 중 공급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용량을 더 확대한 256GB 모듈로 전선을 확대하고, 향후 선단 공정을 기반으로 32GB D램을 활용한 모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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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DDR5 32GB D램/사진=삼성전자

D램·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 하반기 영업익 청신호

이런 가운데 메모리 시장의 업사이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에 쓸 D램과 낸드플래시 물량까지 계약을 요청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시장 전반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D램은 10%대 중반, 낸드플래시는 20%대 초반의 단가 상승이 있었음에도 완판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3분기에도 서버용 D램은 물론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도 15~20% 더 인상할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 낸드플래시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47.4%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에 신제품 QLC(쿼드레벨셀) 9세대(290단대) V낸드도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1TB(테라바이트) TLC(트리플레벨셀)의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하반기 양산 예정인 후속작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Cell)’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해 3비트를 저장하는 TLC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하반기엔 매출 166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고, KB증권도 3분기 영업이익이 DS 중심의 실적 개선 영향으로 13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해 전체 영업이익을 44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 17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는 27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