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수순에 주주 반발 확산, 결국 합병 퍼즐 못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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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2단계 합병 계획 좌초, 주주 반발이 원인
합병 비율에 불만 폭발, "셀트리온제약 주가 고평가됐다"
서정진 회장의 공매도 반감 여전, 합병 재타진 가능성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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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그룹 통합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합병에 대한 양사 주주들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확인된 영향이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

16일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두 회사의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두 회사 이사회가 현시점에선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음을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입장에선 당초 계획했던 ‘2단계 합병’ 안이 마지막에 어그러진 셈이다.

앞서 셀트리온그룹은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1단계 합병을 이룬 뒤 2단계로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과 유통 사업을 각각 맡았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 게 현재의 셀트리온이며, 2단계 합병 대상인 자회사 셀트리온제약은 케미칼 의약품(합성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반대 의견 내비친 셀트리온 주주들, “합병 비율 문제 있어”

셀트리온의 합병 계획이 무산된 건 주주 의견 청취 결과 반대 의견이 다수 나타나서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셀트리온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양사 합병에 대해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 평가도 진행했다.

그 결과 셀트리온 주주들을 중심으로 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수 표출됐다.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의 합병 찬성 의견은 8.7%에 그쳤으며, 반대는 36.2%, 기권 55.1%로 집계됐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에 달한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은 ‘양사의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 등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 조건으로는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그만큼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들의 불만은 이미 예전부터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표출돼 왔다. 양사의 기업가치 차이가 커 합병 비율 산정 자체가 쉽지 않아서다. 16일 기준 셀트리온의 주가는 19만7,200원(시가총액 약 42조100억원), 셀트리온제약의 주가는 75,700원(시가총액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10배 이상의 격차가 난다. 실적에서도 차이가 크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1조8,734억원, 영업이익 6,385억원을 기록한 반면 셀트리온제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888억원, 360억원 수준에 그친다. 단순 비교해도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제약보다 약 17배 많지만, 주가 차이는 2.6배 정도에 불과하다. 셀트리온 주주 입장에선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우선 기존 약속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 의중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제약 주주의 합병 찬성률이 67.7%에 이르렀음에도 합병은 유보하기로 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각자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주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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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셀트리온

합병 재검토 여지 남긴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반공매도’에 영향받았나

다만 셀트리온그룹이 향후 합병을 재차 타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셀트리온 측이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자회사 계열사 합병에 몰두하는 까닭은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서 회장은 그간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 왔다. 지난해 8월 온라인 투자자 대상 간담회에서도 서 회장은 “최근 공매도 대차잔고를 확인하니 기절할 정도 숫자지만, 공매도는 대주주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것이 공매도 문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서 회장은 “그렇다”며 “(공매도 세력에 의한 주가 하락 등) 이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경우 좌시하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 회장의 ‘반공매도’ 태도에 시장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애초 셀트리온이 저평가된 원인이 온전히 공매도 세력에 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시선에서다. 이런 가운데 셀트리온의 자회사 합병을 향한 열의는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이래 셀트리온의 주가가 상승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6일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일 대비 8,000원(5.34%) 증가한 15만7,900원으로 마감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역시 4,000원(5.95%) 올라 7만1,200원으로, 셀트리온제약은 5,000원(7.50%) 상승해 7만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