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G마켓‧11번가, ‘탈티메프’ 셀러 유치전 본격화 “반사이익 극대화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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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빠른 정산 강조, 티메프 이탈 판매자 유인에 총력
알리 공습 이어 아마존·쇼피도 가세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유통 격전지로 부상한 韓,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전환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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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자를 놓고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반사효과를 기대하며 탈티메프 셀러들을 흡수하기 위한 움직임과 함께 글로벌 이커머스들의 한국 셀러 유치전에 맞서 기존 셀러들을 수성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체제로 굳어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격변동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셀러 모시기 분주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최근 신규 입점 판매자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티몬, 위메프뿐 아니라 큐텐그룹 계열사에서 판매를 중지한 기존 판매자들의 새로운 판매 플랫폼이 되기 위해 신규 판매자 혜택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티메프를 포함한 큐텐그룹의 판매사가 10만 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큐텐의 해외 역직구 판매사를 포함한 수치다.

대부분의 판매자는 대부분 티메프 외 다른 플랫폼에서도 동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나, 상품 특성상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빠른 소진이 필요한 여행상품 판매자들은 티메프에서만 플랫폼 단독 상품을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판매자는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진 이후 판매 경로가 막혀버린 탓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새로운 플랫폼에서 안정화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측 역시 이러한 셀러들 유치에 적극 나서며 시장 점유율 반등을 노리고 있다.

주목받고 있는 곳은 롯데온, G마켓, 11번가 등 대기업 계열사에 속한 이커머스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이달 말까지 신규 입점 셀러들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카드결제수수료 3% 등 제외)을 제공한다. 아울러 안정적 영업환경 조성을 위해 총 20억원 규모의 셀러 판촉비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판촉지원금은 무상 광고머니와 카드판촉비, 노출구좌 등에 활용된다.

신세계그룹 계열인 G마켓은 오는 9월 말까지 스마일배송 신규 가입 셀러를 위한 운영 지원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기간 G마켓은 신규 가입 셀러에 상품 입고 및 보관비용 무상 지원과 물류센터 운영비 50% 할인, 10% 할인 쿠폰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큐텐에서 역직구 사업을 벌이는 100여 곳의 국내 셀러도 품기로 했다. 피해를 본 한국 셀러들을 지원함으로써 이커머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사 몰에 경쟁력 있는 판매자를 대거 유치하려는 복안이다.

같은 신세계 계열인 11번가도 정산 일정을 앞당겨 배송 완료 다음 날 정산금액의 70%를 지급하는 등 셀러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고객이 결제한 뒤 2~3일 만에 판매 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나머지 정산금 30%는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다음 날에 지급된다. 11번가는 이같은 시스템이 판매자들의 원활한 자금회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번가는 나아가 신규 입점 판매자에게 카테고리별 최대 절반 이상 저렴한 6%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수수료 인하 정책 및 광고 포인트(최대 65만 P) 지원 등 신규 판매자 혜택을 강화해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초기 정착을 돕는다.

매출 증대·수익성 강화 위한 포석

이커머스 업계가 셀러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는 셀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JP모건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7조원에서 오는 2026년에는 300조원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적자인 상황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시장의 점유율을 누가 더 가져가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측면에서 직매입보다 투자 부담이 없으면서도 매출과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에 용이한 셀러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커머스들의 셀러 유치 전략은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11번가는 이번 티메프 사태 이후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월 대비 16%가량 늘어났고, G마켓도 이달 1~7일 새로 입점한 판매자 수가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온 역시 지난 1일부터 7일 사이 신규 입점 판매자 수가 전월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그간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규 입점 판매자 증가치가 5%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특히 휴가가 몰려있어 이커머스의 비수기로 분류되는 여름에 이같은 증가치는 더욱 유의미하다.

셀러 유치에 힘입어 이용자 수도 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달 1~6일 G마켓·옥션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는 168만4,59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동기(156만6,906명) 대비 7.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11번가도 146만4,559명으로 2.3% 증가했고, 롯데온도 지난달 동기에 비해 약 20% 불어났다. 반면 해당 기간 쿠팡과 네이버는 큰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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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열린 ‘프로젝트 K-뷰티 고 빅(Project K-Beauty Go Big)’ 기자간담회에서 신화숙 아마존글로벌셀링코리아 대표가 K뷰티 성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아마존

한국 셀러 겨냥한 글로벌 이커머스 대응도

여기에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가 한국 셀러 모시기에 나선 것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셀러 유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초부터 알리는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케이 베뉴(K-venue)를 론칭한 데 이어 수수료 0%를 내걸며 국내 셀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알리 입점을 대행하는 이커머스 솔루션기업 브리치에 따르면 수수료 제로 선언 이후 2주 동안 입점 대행 서비스를 문의한 업체만 1만 곳이 넘는다. 이커머스는 수수료가 곧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임에도 알리는 이를 포기하고 국내 셀러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C커머스뿐 아니라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도 한국 역직구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셀러를 대상으로 구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아마존은 한국 중소 화장품 제조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 K-뷰티 고 빅(Project K-Beauty Go Big)’을 가동했다. 국내 중소 제조사, 정부 기관, 관련 협회 등과의 협업 아래 제품 기획부터 제조, 패키징, 브랜딩, 해외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지원해 K-뷰티의 해외 영토를 넓히겠다는 목표다. 아마존이 특정 국가, 특정 상품만을 위한 셀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앞서 중국 셀러들을 대상으로 20달러 미만의 ‘브랜드 없는 상품’을 위한 전용 섹션을 마련한 바 있지만 중국에서 미국으로 9~11일 내로 직배송하는 것이 골자인 만큼 한국 셀러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상품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쇼피는 동남아 현지에 구축한 빠른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한국 상품의 판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한국 뷰티 브랜드를 추가 발굴·육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쇼피가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K-콘텐츠가 가진 힘이 있다. 쇼피의 한국 법인인 쇼피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5년 동안 주문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22배와 18배 성장했으며, 누적 셀러샵 수는 30배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주문 건수와 거래액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50% 신장하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쇼피 글로벌 플랫폼의 주문 건수(50%)와 거래액(32%) 성장률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기존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으나 작년부터 베트남이 한국 제품 주문수 1위 시장으로 떠 올랐다. 태국도 2022~2023년 연간 주문 건수가 412% 늘어나는 등 최근 2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이에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글로벌 이커머스에 대응해 판매수수료 인하는 물론 풀필먼트 서비스, 물류 대행, 판매 분석 데이터 등을 제공하며 국내 셀러 유인에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국경 간 전자상거래) 판에 뛰어들며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도 다수다. 해외 시장에 직접 진출이 어려운 만큼 제휴 등을 통해 역직구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구상으로, 사실상 알리가 촉발한 국내 이커머스의 위기를 해외 사업자와의 반(反)알리 연합군을 형성해 타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