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에 고객 신용 정보 제공한 카카오페이, 중국 자본 ‘입김’ 작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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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의 개인 정보 유출 현실화, 카카오페이 "불법은 아니다"
카카오페이 2대 주주는 알리페이, 중국 자본 영향력이 근본적인 원인?
토스페이에도 알리페이 자본 유입, 이사회에 앤트그룹 인사 포함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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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가 고객 동의 없이 개인 신용 정보를 중국 알리바바 산하 금융 결제 업체인 알리페이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페이 측은 정상적인 위·수탁 정보 제공이었던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당국은 정보 과다 등을 이유로 카카오페이를 거듭 질타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관계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카카오페이의 특수관계자로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표시돼 있어서다. 그만큼 알리페이의 ‘입김’이 카카오페이에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중국 알리페이에 고객 개인 정보 제공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최근까지 4,045만 명의 개인 신용 정보를 매일 한 차례씩 암호화한 형태로 알리페이 측에 제공했다. 누적 건수로 따지면 총 542억 건에 달한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결제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 정보까지 알리페이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공된 정보에는 카카오 계정 ID 및 이메일, 카카오페이 가입 내역과 잔액·충전·출금·결제·송금 등 거래명세가 포함됐다. 2019년 11월부턴 국내 고객이 해외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 시 대금 정산을 위해 필요한 주문·결제 정보 외 전화번호 등 정보 총 5억5,000만 건까지 알리페이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카카오페이는) 고객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 결제를 못 하는 사안이 아님에도 선택적 동의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 동의 사항으로 동의를 잘못 받아왔다”며 “고객 정보의 오·남용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의 정보 암호화 수준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의 테스트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정보를 제공할 때 활용한 암호화 보안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암호 해독 프로그램만으로 간단하게 복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제외한 휴대전화 번호와 카카오페이 아이디 등 대부분의 개인 정보를 그대로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 즉각 반박, “위·수탁 관계 맺고 있어 불법 아냐”

전문가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암호화된 개인 신용 정보를 넘긴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알리페이에 신용도 평가 시스템 구축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가 제공된 것이어서다. 카카오페이 측도 “신용정보법 제17조 1항에 따르면 개인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경우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며 “해당 결제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 이전은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 없는 업무 위·수탁 관계에 따른 처리 위탁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가 개인 신용 정보 처리 위·수탁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고객 동의 없이 불법으로 정보를 제공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카카오페이가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알리페이 측과 구체적인 계약도 없이 △해외 결제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 정보까지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넘겼다는 점이다. 즉 고객 정보가 ‘과다 제공’됐단 의미다.

현재 중국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기 위해선 알리페이 결제 시스템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문·결제 정보를 알리페이에 넘기는 건 불가피하다. 해당 정보가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페이는 이 과정에서 불완전한 형태의 이메일 등 결제에 필요 없는 정보까지 함께 제공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중국 내 결제를 위해 알리페이를 사용했던 초기에는 단순 주문 정보만 줬는데, 이후 불필요하게 제공 정보가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5~7월 이뤄진 카카오페이 현장 검사에서 카카오페이가 언급한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도 했다. 금감원은 “양사가 체결한 약정서가 있긴 하지만 해외 결제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양 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정하고 있을 뿐이며 신용 점수 산출 시스템 관련 위·수탁 내용은 전혀 기술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측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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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과 관계성 짙은 카카오페이, “토스페이도 자유롭긴 힘들어”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관계성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알리페이의 손자회사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Alipay Singapore Holiding)은 지난 2017년 카카오페이에 대해 2억 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처음 단행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2020년 1,152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렇게 알리페이가 확보한 지분은 34.33%에 달한다. 2022년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2020년 43.9% 대비 지분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2대 주주 지위는 유지하는 모양새다.

카카오페이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은 카카오페이의 특수관계자로서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라고 명시돼 있다. 유의적인 영향력이란 투자회사가 피투자회사의 재무 및 영업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은 카카오페이에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하며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자(SI)라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카카오페이의 가파른 중국 성장세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9월 “중국 내 결제처 확대를 시작한 3월부터 8월까지 중국에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결제 건수∙결제액 모두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8월 기준 중국 내 카카오페이의 MAU는 108배, 결제 건수는 193배, 결제액은 1,263배나 성장했다.

카카오페이가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알리페이의 덕이 크다. 알리페이가 중국 전 지역 수천만 개에 달하는 알리페이플러스 가맹점들에 카카오페이 이용을 가능케 하면서 카카오페이 성장에 기반을 닦아줬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로부터 얻는 수혜가 적지 않단 방증이다. 중국 자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카카오 특유의 사업 구조가 개인 정보 유출 사태를 촉발했다는 목소리가 거듭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시장 일각에선 토스페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토스페이에도 알리바바의 자금이 카카오페이 못지않게 투입된 상태여서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앤트그룹은 토스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을 수행하는 자회사 토스페이먼츠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통해 엔트그룹은 토스페이먼츠 지분 약 40%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사회 구성원도 총 5명 중 2명이 앤트그룹 인사로 선임됐다. 결국 토스페이도 카카오페이와 유사한 이슈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만큼, 당분간 당국 차원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장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