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경쟁 전략은 K-콘텐츠, ‘무빙’ 등 성공 사례에 한국 시장 대규모 투자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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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투자 확대 나선 디즈니, "미래 경쟁력 제고 차원"
디즈니 메가 IP 성과 부진한 아시아, K-콘텐츠로 출구전략 마련
일각선 "합병 등 전략 활용하는 토종 OTT는 이기기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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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가 한국 및 한국의 K-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한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 등을 통해 K-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한 영향이다. 디즈니는 K-콘텐츠를 거듭 제작해 나감으로써 자사 OTT 디즈니+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디즈니의 전략 구상에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인 데다 최근 토종 OTT들의 성장세가 만만치 않은 만큼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 “K-콘텐츠, 전 세계에 소구력 있어”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릭 슈라이어 월트디즈니컴퍼니 TV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TV 전략 부문 사장은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가 아시아 국가에서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중 단연코 K-콘텐츠가 가장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60도 관점으로 봤을 때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소구력이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콘텐츠”라며 “한국은 콘텐츠 제작과 스토리텔링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K-콘텐츠가 예상 밖의 국가와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다고도 전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중남미에서 한국 콘텐츠의 성과에 놀랐다”며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즈니가 K-콘텐츠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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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포스터/사진=디즈니+

‘무빙’이 시장 흐름 바꿨다

그간 디즈니+는 아시아 지역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왔다. 디즈니+가 지닌 ‘마블’, ‘스타워즈’ 등 메가 IP는 아시아인에게 매니아틱한 장르로 굳어져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한국 시장에선 디즈니+ 철수설이 나돌기도 했다. 지난해 6월께 디즈니+ 한국 OTT 콘텐츠 팀이 대거 퇴사하며 해체 수순을 밟았기 때문이다. 결국 디즈니+ 입장에선 아시아 시장에 전폭적인 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단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 디즈니+가 제작한 현지 콘텐츠가 줄줄이 흥행을 터뜨리면서다. 특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건 ‘무빙’이었다. 무빙은 공개 이후 디즈니+ 이용자 순유입 약 14만 명(모바일인덱스 기준)을 이끄는 등 디즈니+의 성장력을 끌어올렸다. 무빙으로 하여금 디즈니가 K-콘텐츠의 가치를 재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단 의미다. 이날 슈라이어 사장이 “짧은 기간 한국에서 이뤄낸 성과는 매우 놀랍다. 무빙과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무빙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디즈니가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이루는 등 사업 영역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단 점도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다. 그만큼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커졌단 뜻이어서다. 앞서 지난 2월 디즈니는 4분기(회계연도 1분기) 순이익이 19억1,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 주당 1.04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기록한 주당 70센트에서 49% 늘어난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 역시 1.22달러로 LSEG(런던 증권 거래소 그룹) 집계 전문가의 전망치 99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이 기간 매출의 경우 235억5,000만 달러(약 32조3,000억원)로 전망치 236억4,0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쳤지만, 사업 영역에서 5억 달러(약 6,9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만큼 미래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약 성장한 토종 OTT들, 디즈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에 디즈니+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 구조 전반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사업의 기반을 넓혀 두겠단 취지다. 슈라이어 사장이 직접 한국 시장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슈라이어 사장은 “향후 한국에서 대규모의 예산을 적극 투입해 최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의 투자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즈니+ 오리지널 콘텐츠는 단기간이 아닌 2~3년 후를 내다보며 투자를 늘려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 경쟁력을 위해 K-콘텐츠를 키워 나가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디즈니+의 K-콘텐츠 투자 전략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빙 등 오리지널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내 점유율이 낮은 상황을 타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디즈니+의 이용자 점유율은 8.7%에 불과했다. 넷플릭스(39.0%), 쿠팡플레이(25.4%), 티빙(17.4%), 웨이브(9.5%)에 이어 5위 수준이다.

최근 토종 OTT들이 다양한 출구전략을 통해 고정 소비층을 모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대표적인 게 티빙과 웨이브다. 양사는 당초 경쟁 관계에 있었으나, 최근 넷플릭스의 아성에 대항하기 위해 합병 논의를 본격화했다. 두 OTT가 합병을 이루면 구독 유인 동기는 확실히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한 번의 구독으로 두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서다. 양사는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국내 방송사가 보유 중인 막대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연계 서비스를 제공, 관련 이용자를 흡인할 수 있단 것이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스포츠 중계권을 활용해 후발 주자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시즌이 장기간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는 종영 이후 금세 화제성이 식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비 고정 시청자 확보가 수월한 편이다. 수요층 역시 탄탄하다. 고정된 시청자층이 넓은 범위에 분포하고 있어서다. 작품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요자 범주가 널뛰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비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승부를 보고자 하는 디즈니+ 입장에선 이 ‘변동성’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단 점도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를 비롯한 주요 OTT 플랫폼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및 영화는 1,700편이 넘지만, 막상 이 중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은 20편 정도에 그친다. 과도한 콘텐츠 제작이 관리 부실,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부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계정 등을 통해 콘텐츠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OTT 업계 1위에 최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넷플릭스를 두고 “볼 게 없다”는 반응이 거듭 쏟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단순 이용자 수 확대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인 콘텐츠 질 확보에 나서는 게 디즈니+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