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스트리밍 부문 사상 첫 흑자 전환, ‘스포츠 스트리밍’으로 실적 개선 흐름 공고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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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스트리밍 흑자 기록, 상승세 당분간 이어질 전망
킬링 콘텐츠 부족하단 한계는 여전, 디즈니 측 "K-콘텐츠 투자 확대하겠다"
스포츠 콘텐츠로 성장성 제고, FOX·WBD와의 합작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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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 스트리밍 부문이 사상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이번 분기가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인사이드 아웃2’의 흥행으로 디즈니+ 신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성장을 보조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단 점도 호재로 평가된다. 다만 킬링 콘텐츠 부족 등 한계로 한국에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단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디즈니, 2분기 스트리밍 영업이익 4,700만 달러

9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자사의 스트리밍 사업 부문이 매출 63억8,000만 달러(약 87조6,000억원) 및 영업이익 4,700만 달러(약 645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디즈니는 현재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훌루(Hulu), 스포츠 위주의 ESPN+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 스트리밍 부문 흑자 전환 소식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흑자 규모가 작긴 하지만, 디즈니 입장에서 상당히 상징성이 큰 사건”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전까지 디즈니 스트리밍 부문의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자체 OTT 디즈니+의 경우 제작비 및 라이선스 비용 증가 등으로 110억 달러 이상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디즈니 휴 존스턴 최고재무책임자(CFO)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얼마 전까지 우리는 스트리밍 부문에서 분기당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흑자를 기점으로 디즈니 스트리밍 부문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극장용 영화 부문의 ‘인사이드 아웃2’가 흥행 성공 이후 전 시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에 대한 시청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즈니+에 대량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2’ 티저 영상 공개 이후 유입된 디즈니+ 신규 가입자는 1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디즈니+의 실적 여건이 상당 부분 개선됐단 의미다. 이런 가운데 오는 9월 계정 공유 유료 정책 도입, 10월 구독료 인상, 12월 디즈니+ 및 ESPN+ 통합 등이 진행되면 디즈니 스트리밍 부문의 실적 개선 흐름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명 시리즈 후속작 개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단 점도 호재다. 최근 개봉한 ‘데드풀과 울버린’부터 시작해 오는 11월엔 ‘모아나2’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엔 ‘주토피아2’와 ‘아바타3’가 개봉된다. OTT 서비스 신규 가입자를 유인할 동기가 산재해 있는 셈이다.

한국선 힘 못 쓰는 디즈니+, 왜?

다만 디즈니+가 한국에서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단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디즈니+의 이용자 점유율은 8.7%에 불과했다. 넷플릭스(39.0%)는 물론 쿠팡플레이(25.4%), 티빙(17.4%), 웨이브(9.5%) 등 국내 사업자에게도 밀리는 수준이다.

이 같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은 ‘킬링 콘텐츠’ 부족이다. 킬링 콘텐츠는 OTT 사업의 전부라 할 만하다. 가입자에게 OTT 서비스를 구독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구실이 바로 킬링 콘텐츠라서다. 그러나 디즈니+가 지닌 콘텐츠는 ‘마블’, ‘스타워즈’ 등 국내 시장에선 다소 매니아틱한 장르로 평가받는 게 대부분이다. 그나마 2021년 ‘지옥’, 2023년 ‘무빙’ 및 ‘카지노’ 등 한국형 킬링 콘텐츠를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루기도 했지만, 대부분 ‘반짝’ 성장에 그쳤단 점에서 한계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디즈니가 선택한 출구전략은 K-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2024 디즈니+ 콘텐츠 라인업 미디어데이’에서 캐롤 초이 디즈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은 “엔터테인먼트·스트리밍·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의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디즈니+는 올해도 한국 지역 콘텐츠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 확대에 따라 디즈니+의 K-콘텐츠 제작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도 다양한 K-콘텐츠 라인업이 준비돼 있다. 당장 지난 4월엔 서스펜스 스릴러 ‘지배종’이 공개된 바 있고, 5월엔 ‘삼식이 삼촌’이 나름의 호평을 받으며 성과를 냈다. 오는 14일엔 액션 시리즈 ‘폭군’이 공개될 예정이고, 올해 하반기 중엔 강풀 작가의 신작 ‘조명가게’나 김혜쑤 주연의 ‘트리거’ 등도 공개될 예정이다. K-콘텐츠를 통한 OTT 저변 확장에 적극적인 디즈니의 태도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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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부문 강화 본격화, 스포츠 도박 앱도 출시

최근엔 스포츠 부문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성장성도 제고해 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2월 디즈니, FOX, 위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등 3사가 1/3씩 동등 지분을 투입해 새로운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가을께 출범할 예정인 합작 스포츠 OTT는 3개사가 보유한 스포츠 전용 방송 채널과 모든 스포츠 종목의 스트리밍 권리를 통합한다. 즉 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기만 하면 ESPN, ESPN2, ESPNU, SECN, ACCN, ESPNEWS, ABC, FOX, FS1, FS2, BTN, TNT, TBS, truTV, ESPN+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단 것이다.

당초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경쟁 관계를 유지하던 3사가 돌연 연합을 선언한 건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한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OTT 사업자에게 있어 스포츠 생중계 판권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스포츠 콘텐츠 수요층이 광범위한 만큼 스포츠 생중계 판권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고정 이용자 풀도 넓기 때문이다.

실제 디지털 컨설팅 업체 메조미디어가 OTT 시청자 48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OTT 구독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절반 이상인 53%에 달했다. ‘일주일에 1회 이상 OTT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 중계를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스포츠 콘텐츠의 확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특히 디즈니는 최근 스포츠 도박 앱 ‘ESPN 벳(Bet)’을 출시하는 등 스포츠 부문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사 합작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에 따른 디즈니의 성장 효과가 매우 클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