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HBM3E 엔비디아 테스트 통과? 구세대 제품 공급망 확충·차세대 제품 경쟁력 제고 ‘투트랙 전략’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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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 로드맵 실현에 속도 붙나
HBM3도 엔비디아 납품 시작, '공급 구멍' 해소
3라운드를 맞이한 HBM4 경쟁전, '루빈'으로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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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8단)가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꾸준히 알려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HBM3E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은 그동안 구세대 HBM 공급에 주력하며 저가 제품 시장 장악을 주요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아 왔지만, 퀄테스트 통과가 확정될 경우 HBM3E에서도 업계 1위 SK하이닉스를 추격할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HBM3E, 엔비디아 공급 현실화 수순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오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시장이 삼성전자의 HBM3E 퀄테스트 통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간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기술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하이닉스가 HBM3E 8단 시장을 선점해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3월부터 해당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 중이며, 내년엔 제품 생산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6세대 HBM인 HBM4의 경우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 기술력에서도 기술 발전 속도에서도 SK하이닉스가 한 발짝 앞서가는 모습이 거듭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을 시작하면 삼성전자의 로드맵 역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HBM3E의 양산과 공급을 본격화하겠단 계획을 공식화한 바 있다. 아울러 HBM3E 12단의 양산 램프업 준비도 마친 상태로, 복수의 고객사들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 공급을 확대 예정이다. 또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며 고객 맞춤형 HBM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최적화된 커스텀 HBM도 개발 중이다. HBM4는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올해 하반기 출하를 목표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치열한 경쟁 속에 3라운드를 맞이한 HBM4 시장은 엔비디아가 2026년 선보일 차세대 AI용 GPU ‘루빈(Rubin)’으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지난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향후 로드맵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 출시하는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블랙웰 울트라’까지는 HBM3E를 사용하고, 루빈에 처음으로 HBM4를 적용할 계획이다. HBM4는 루빈에 8개, 루빈 울트라에 12개가 각각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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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선 ‘HBM3’ 엔비디아 납품

엔비디아 퀄테스트 이전에도 삼성전자의 HBM 부문 성장성은 높은 편이었다. 4세대 HBM인 HBM3의 경우 이미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한 상태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달 중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용으로 개발한 H20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3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선 이미 삼성전자가 HBM3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납품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HBM3를 선택한 건 기존 HBM3 조달처였던 SK하이닉스가 HBM3E 생산을 늘리는 대신 HBM3 공급을 조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차세대 HBM의 등장으로 발생한 ‘공급 구멍’을 삼성전자가 메운 셈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편입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HBM 수요가 공급을 훌쩍 뛰어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을 맞은 만큼 SK하이닉스의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어서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제품을 공급받음으로써 가격 협상력을 높이고 제품 수급을 안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엔 HBM2E 공급, 삼성의 비즈니스 전략은

삼성전자의 HBM 제품 공급망은 중국에까지 뻗쳐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업체들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HBM 물량을 대거 비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HBM 매출 중 약 30%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국발 수요의 대부분이 최첨단 버전인 HBM3E보다 두 단계 아래인 HBM2E에 집중돼 있단 점이다. 중국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이전 세대 반도체 공급에 주력하고 있었던 셈이다. 1등 기업의 기술적 도전을 추격하는 한편 저가 제품 시장을 장악해 나가는 삼성전자의 HBM 비즈니스 전략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반도체 호황사이클 맞물려, DS부문 매출 확대 기대

이런 가운데 시장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차세대 HBM을 본격적으로 납품하게 되면 AI 반도체 호황사이클에 탑승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인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작년에만 영업적자 15조원을 기록하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100억원으로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2분기에는 6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5년까지 고급 AI에 대한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블랙웰이 시장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며 “AI 서버 시장 수요가 지속돼 전체 HBM 공급량은 2025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도 최근 고사양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메모리사업부 내에서 HBM 개발 조직을 운영해 오다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HBM 전담 조직을 강화하기도 했다. HBM 경쟁은 앞으로 16단, 20단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16단 HBM 기술을 공개하며 2026년 양산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제품 개발 주기가 이전보다 짧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3사는 현재 HBM5 표준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5는 빠르면 2028년에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