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워킹맘용 시간제 근무’ 도입한 독일, 결과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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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근무, 워킹맘 경력 단절 방지에 실제 효과 입증
기업 입장에선 숙련 노동자 유출 방지 기능도
“노동 시장 전체 생산성 끌어올리는 방책”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최근 유럽에서 유연근무제(flexible working)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고정적인 출퇴근 시스템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스스로 근무 시간대와 총 근무 시간을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아이를 둔 근로자들이 가정과 일 사이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파트타임’으로 불리는 시간제 근무도 유연근무제의 한 형태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시간제 근무 정책 관련 논의들도 급물살을 탔다.

사진=CEPR
사진=CEPR

시간제 근무, 출산 후 일자리 복귀 촉진

이런 가운데 유럽의 비영리 연구기관 CEPR(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은 독일에서 시간제 근무가 이른바 ‘워킹맘’들의 노동력 공급 및 근로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CEPR에 따르면 이들에게 시간제 근무 자격을 부여하자 실제로 파트타임 고용률이 올라갔고, 시간제 근무 대상자인 워킹맘들은 시간제 근무 기회가 없던 워킹맘들과 달리 근로소득도 챙길 수 있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워킹맘들은 아이를 낳기 전 일했던 업계로 돌아가 업무 노하우를 유지하며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이는 곧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저스펙 일자리’로 몰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일뿐 아니라 최근 들어선 많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시간제 근무를 법제화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시간제로 일할 권리를 줌으로써 이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이 일터로 돌아오게끔 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최근 낮은 혼인율과 출생률 등으로 부쩍 달라진 인구 구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근로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역설한다.

더욱이 많은 연구 결과들은 출산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근로 소득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다. 일종의 ‘출산 페널티’다. 출산휴가를 늘리거나 현금으로 보너스를 주는 등의 가정 부양 정책들이 때때로 효과를 내긴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또 이 같은 정책들은 워킹맘들의 고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거나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라 워킹맘들의 소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없었다. 성 불평등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연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 폴-팔루드키에비치(Hannah Paule-Paludkiewicz) 독일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 연구원은 법적으로 보장되는 시간제 근무 권리가 출산한 여성들의 노동시장 내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앞서 독일에선 지난 2001년 1월 풀타임 근로자들이 한층 쉽게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법이 발효됐다. 15명 이상을 고용한 회사에만 적용되는 이 법엔 부모들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자세한 분석을 위해 폴-팔루드키에비치 연구원은 출산 전 일을 하고 있었던 여성 170만 명의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데이터는 개개인의 근무 이력과 노동 소득 정보 등을 담고 있다. 더불어 관련법 도입 전후 법 적용을 받는 대규모 사업장과 법 적용 대상이 아닌 소규모 사업장 내 변화도 각각 분석했다. 이는 경기 흐름이나 사회 규범 등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배제한 채 시간제 근무 정책이 여성들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독립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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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근무법 도입에 따른 여성들의 출산 이후 파트타임 근무율 변화(좌)와 일일 소득 변화 추세(우) 그래프/출처=CEPR

워킹맘들, 기존 직장 유지하며 커리어 이어 나갈 수 있어

분석 결과 법 도입 후 시간제 근무 적용 대상인 워킹맘들이 출산 2년 뒤 실제 시간제 근무로 일을 하게 될 확률은 시간제 근무 대상이 아닌 여성들에 비해 2%포인트 높았다. 대규모 사업장 기준 워킹맘들의 시간제 근무 고용 비율은 법 발효 전보다 15.7% 늘었다. 법 도입은 또 워킹맘들의 일일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전통적으로 풀타임 근로자들이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때는 아예 직장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쉽게 말해 여성들의 경우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 위해 이전 직업보다 더 낮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자리들로 밀려나는 경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폴-팔루드키에비치 연구원은 “워킹맘들이 시간제 근무를 허가받을 경우 출산 후 직장을 바꾸는 경우가 줄었고, 결과적으로 각 기업에 특화된 능력과 노하우들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업체들 입장에서도 숙련된 여성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간제 근무를 하게 된 워킹맘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식과 능력을 요구하는 직종에서 근무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번 분석 결과는 시간제 근무 도입이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을 막을 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곧 노동시장 전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출산으로 인한 노동시장 내 성 불평등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간제 근무는 워킹맘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책인 것이다. 이와 같은 가족 정책을 채택한 나라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주목할 여지는 충분하다.

원문의 저자는 한나 폴-팔루드키에비치(Hannah Paule-Paludkiewicz) 독일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 연구원입니다. 영어 원문은 Right to work part-time increases mothers’ labour incom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