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엔지니어 영입 나선 인텔, R&D 역량 강화 통해 ‘전환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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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쟁탈전에 인텔도 참전, TSMC 출신 인재에 '눈길'
고사양 CPU 불량 의혹에 하락세 겪는 인텔, 원인은 R&D 인력 축소?
인텔 경쟁력 감소 가시화, 인재 영입 통해 R&D 역량 제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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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인재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재 영입을 통해 R&D(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인텔이 특히 눈여겨 보고 있는 이들은 대만 TSMC 출신 엔지니어들이다. 업계 1위 기업인 TSMC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은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왔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텔 파운드리 팹 건설·인재 영입 본격화

5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TSMC 출신 수석급 엔지니어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안정된 제조 공정 수율뿐 아니라 고객사에 최적화된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공정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만큼 TSMC 출신 엔지니어는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양산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TSMC 출신 인재를 끌어들이면 회사의 경쟁력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단 의미다. 인텔도 이 같은 부수 효과를 노리고 인재 영입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TSMC 출신 인재를 통해 ‘스텝업’한 사례가 이미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1년 TSMC 출신 양몽송(량멍쑹)을 영입한 바 있다.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첨단 공정 핵심 기술인 ‘핀펫(FinFET)’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양 전 부사장은 삼성 파운드리사업부에 몸담으며 2014년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14㎚ 핀펫 공정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6S에 탑재된 A9, 퀄컴 스냅드래곤 820 등 대형 고객사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을 수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텔 입장에서 TSMC 출신 인재가 1순위 영입 대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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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추락 가속, CPU 불량에 의사소통 부재까지

인재 영입에 대한 인텔의 열의는 이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고사양 중앙처리장치(CPU) 불량 등 문제로 인텔의 하락세가 가속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부터 인텔의 13·14세대 i9 데스크톱 CPU 제품군을 사용하는 PC에서 고사양 최신 게임의 크래시가 잇따르며 시장에선 인텔 CPU 불량 의혹이 이어진 바 있다. 해당 현상은 지난 2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더 아피널스’, ‘배틀필드 2042’, ‘철권 8’, ‘렘넌트 2’, ‘호그와트 레거시’, ‘팰월드’ 등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최신 고사양 게임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22일 인텔 측은 “마이크로코드 알고리즘의 오류로 인한 작동 전압 상승으로 불안정성 문제가 발생했다”고 사건의 전말을 알렸다. 그러면서 “CPU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지속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패치를 8월 중 배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제품의 이용자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텔은 최선의 조치를 취했단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인텔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이 나왔다. 이번 이슈가 불거진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피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이슈 해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에 대해 해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글을 올린 한 이용자는 “단순 마이크로코드 수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방치해 온 것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언론도 인텔의 대응에 비판적 의견을 개진했다. 미국 기술 전문 매체 디지털트렌드는 “인텔이 최근 몇 달간 이 문제에 대한 의사소통이 부재했던 부분에는 전혀 사과하지 않았으며, 안정성 문제가 드러난 이후 제기된 여러 가지 다른 문제를 무시하고 있다”며 “인텔이 지금까지 불안정 현상에 대해 오랜 기간 침묵을 지켜오다가 경쟁사 라이젠(Ryzen)이 새로운 데스크톱 CPU를 출시하기 일주일 전에 와서야 문제 해결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패치는 이미 영구적인 피해를 입은 CPU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과도한 전압에 이미 노출되었지만 아직 충돌할 정도로 성능이 저하되지 않은 CPU에 도움이 될지도 불분명하다”고 역설했다. 기술적 이슈 및 대응 문제 등으로 인텔의 기업 신뢰도가 상당 부분 소실됐음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인재 영입을 시작으로 R&D에 재투자 이룰 듯

한편 이 같은 인텔의 추락에 업계에선 “과거 R&D 인력 축소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심화한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텔은 지난 2015~2016년 R&D 인력 약 1만2,000여 명을 회사에서 내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했고, 결국 매출 하락 및 위기 대응 능력 소실 등 방향으로 원죄가 발현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텔이 TSMC 출신 인재 영입에 나선 것도 R&D 역량 약화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빠져나간 만큼의 인재를 재영입함으로써 필수 인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R&D 역량 제고에 나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단 게 인텔의 최종 목표일 것”이라며 “특히 이미 준비된 TSMC 출신 인재를 집중적으로 영입해 발 빠르게 정상화를 이룰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재 영입을 시작으로 R&D 재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단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