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경영진 태도에 사기 떨어진 큐텐, 티메프 사태 이후 임직원 ‘퇴사 러시’ 본격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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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중심 운영 이어 온 큐텐, 직원 사이 볼멘소리 확산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티메프 사태, 큐텐 임직원 이탈에도 속도
일각선 임금체불 우려 목소리도, '퇴사 러시' 심화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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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모기업 큐텐그룹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무책임한 경영진의 태도에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티메프 사태에 큐텐 직원 이탈 가속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구영배 큐텐 대표의 소집에 따라 티몬 임직원 줌(Zoom) 화상회의가 열렸다. 회의 내용은 단순했다. 20명 정도가 참석한 회의에서 구 대표는 “나를 믿고 따라 달라”며 “셀러(판매자)들도 채권자들도 우리 회사가 망하면 돈을 못 받기 때문에 망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직원의 ‘퇴사 러시’를 막기 위해 구 대표 자신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셀러 미지급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티몬 내에선 “이러다가 월급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영진들의 모습에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다.

큐텐 전현직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큐텐의 모든 의사 결정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독단적으로 이뤄졌다. 구 대표를 비롯한 소수 임원을 중심으로 탑다운(Top-down·하향) 방식으로 관리됐기에 대부분의 직원이 티메프 사태를 당일에서야 인지할 수 있었단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큐텐 관계사 직원은 “구 대표는 처음 보는 직원들에게도 반말을 할 정도로 권위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 지시한 내용에 대한 말 바꿈도 잦아 직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며 “젊은 나이에 성공을 맛봐서 그런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대표의 무리한 경영 방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구 대표를 강하게 질타했다.

티몬 등 계열사 대표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책임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단 이유에서다. 특히 티몬은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오는 10일 급여일에 임금체불이 이뤄질 수 있단 우려도 쏟아진다. 티메프 직원들의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임금체불 시 ‘퇴사 러시’ 심화할 듯

만일 임금체불이 현실화하면 퇴사 양상은 그룹 전체로 번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지면 기업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다. 임금체불 자체가 직장인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심각한 사태기도 하다. 보통 직장인들은 집세를 비롯해 적금, 보험, 카드 대금 등 지출 대부분을 급여일 기준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설문조사를 봐도 직장인 중 상당수가 임금체불이 발생할 시 퇴사를 결정하겠다고 응답했다. 미디어윌이 운영하는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6%가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4.5%가량이 임금체불 이후 퇴사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7.7%는 임금체불 경험 시 퇴사를 준비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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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 문제로 퇴사자 급증한 바 있어

굴지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지급 문제로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이어진 사례가 있단 점도 티메프를 옥죈다. 결국 ‘퇴사’의 무게감 자체가 과거 대비 상당히 줄었단 의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문제로 노사 갈등을 빚었다. 전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이 연봉의 20% 수준으로 적게 책정된 점이 원인이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퇴사자 수는 급격히 늘었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에 따르면 퇴사자 수는 2019년 4월 22명, 5월 18명, 2020년 4월 13명, 5월 10명가량이었으나 2021년엔 4월 38명, 5월 94명까지 급증했다. 특히 성과급 문제가 확산한 5월 25일엔 하루에만 34명의 퇴사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 측 관계자는 “노사가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합의안을 들고 왔으나 이미 많은 직원들의 마음은 떠난 후였다”며 “그 사건 이후 일부 조직에서는 퇴사 혹은 이직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