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하반기 가격 상승에 엔비디아發 슈퍼사이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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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1,400% 넘게 증가
메모리 수요 회복에 반도체 매출 TSMC 추월
외신 "엔비디아에 HBM3E 공급 기대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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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으로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6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2년 만에 업계 1위 TSMC를 넘어서며 실적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인 HBM3E 8단 제품은 3분기 이내에, 12단 제품은 하반기에 양산해 공급하는 등 HBM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실적 개선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4조683억원, 10조4,43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4%, 1462.29% 증가한 규모다. 순이익은 470.97% 늘어난 9조8,41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만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DS 부문 매출만 놓고 보면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TSMC의 매출 6,735억1,000만 대만 달러(약 28조3,800억원)를 넘어섰다.

AI 시장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 반도체 부문의 실적을 크게 개선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생성형 AI 서버용 제품의 수요 강세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기업용 자체 서버 시장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며 DDR5(더블데이터레이트)와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의 수요가 확대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DDR5, 서버SSD, HBM 등 서버 응용 제품의 판매 확대와 생성형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대폭 호전됐다.

시스템LSI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용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등의 공급이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돼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파운드리는 5나노 이하 선단 공정 수주 확대로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AI 서버 구축을 위한 HBM 등 서버용 메모리 제품의 수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서버·PC·모바일 전 분야에 최적화된 QLC(쿼드레벨셀) SSD 라인업을 기반으로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가격 반등세 뚜렷, 실적 개선 빨라질 듯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를 고려할 때 하반기에도 성장 모멘텀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서버용 D램과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15~20% 인상한다고 주요 고객사에 통보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20% 이상 인상했다. AI 열풍이 서버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일부 제품의 품귀현상까지 발생해 고객사의 물량 확보 의지가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이 역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 서버용 D램인 DDR4(64GB) 가격도 수치상으로는 2분기 140달러에서 3분기 144달러로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가 확대되면서 실제로는 160달러(약 22만원) 이상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 최종 협상 가격이 15%가량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D램 가격 인상에 회의적이었으나 지난 4월 3일 발생한 대만 지진의 여파로 마이크론이 D램 가격을 두 자릿수 인상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과 실적 반등의 배경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전략 조정을 지목한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최저점으로 하락했을 때 삼성전자는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제품 가격 인상을 유도했는데, 이 시기 메모리 반도체 생산 감소와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지난해 삼성전자 DS 부문은 15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올해 시장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자, 제품 가격을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했고 반년 만에 영업이익 17조원의 대반전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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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3E 엔비디아 승인, HBM4 양산에 승부수

여기에 HBM3E의 엔비디아 납품도 이익 증가에 한몫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3E 대량 생산 준비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을 오는 8~9월로 예상하면서 하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도 “삼성전자가 일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2~4개월 이내에 HBM3E 엔비디아 인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AI 가속기 분야를 선도하는 엔비디아 지원을 더 빨리 받을수록,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조만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자들 인식도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 삼성전자는 HBM 시장 점유율을 최소 10% 늘려 약 5조5,3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고성능 AI 칩 경쟁에서 SK하이닉스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HBM3E를 양산하면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1년에서 1분기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경쟁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다. HBM4는 제품 양산에 신기술이 도입되고 고객 맞춤형 기능이 대거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찌감치 HBM 부문의 ‘게임체인저’로 평가받았다.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인 ‘로직다이’를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HBM4의 성능을 크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객 맞춤형 제작에 능한 파운드리 기업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이에 HBM의 강자인 SK하이닉스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손을 잡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IDM) 기업인 점을 앞세워 HBM 기술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있다. 삼성은 HBM4의 로직다이 제작에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4나노 파운드리는 70%가 넘는 수율을 자랑하는 삼성의 ‘간판 공정’으로, 칩 성능과 전력 사용량 측면에서 엄청난 강점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역전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