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트릿지·차세대 유니콘 그린랩스 동반 추락, 침체 가속하는 애그테크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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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본잠식 빠진 트릿지, 애그테크 최초 유니콘 기업의 추락
자구책 마련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려울 것"
러-우전쟁 등으로 날개 달았던 애그테크 업계, 지난해 들어 투자 침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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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식 트릿지 대표/사진=트릿지

국내 애크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최초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에 등극하며 기대를 모았던 트릿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실적 악화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데다 신규 투자금 유치마저 난항을 겪으면서다. 한때 차세대 유니콘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린랩스도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는 등 생존에 급급한 모양새다. 애그테크 업계 전반의 침체가 가시화했단 평가가 시장을 중심으로 쏟아진다.

애그테크 유니콘 트릿지, 실적 악화에 완전자본잠식까지

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 농수산물 플랫폼 기업으로 주목받던 트릿지는 최근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데이터 서비스로 사업을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함에 따라 출구전략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트릿지는 2015년 설립된 농식품 스타트업으로, 해외 농산물을 직접 트레이딩하는 것을 비롯해 글로벌 농·축·수산물 무역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해 왔다. 트릿지는 전 세계 약 120억 건에 달하는 농·축·수산물 무역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다리처럼 연결하는 등 푸드테크 분야 혁신을 일궈내며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2년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 D 펀딩을 성사시키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도 3조6,000억원에 달한다. 트릿지는 이를 포함해 1,418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트릿지의 손실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트릿지의 영업손실은 2021년 169억원, 2022년 599억원, 2023년 38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도 -57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4월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불확실성’을 제기한 이유다. 트릿지에 500억원을 투자한 DS자산운용이 회사 지분을 100% 상각 처리한 것도 트릿지의 경영 상태가 악화했음을 방증한다.

이탈리아에 솔루션 수출 등 자구책 마련 본격화

위기가 가시화하자 트릿지는 흑자 전환을 위한 자생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 기관에 솔루션을 수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5월 트릿지는 이탈리아 정부 수출진흥기관인 ITA(Italian Trade Agency)와 대규모 ‘데이터 기반 마켓플레이스’ 솔루션 계약을 체결했다. ITA는 이탈리아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이탈리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ITA와의 계약을 통해 트릿지는 농식품 부문 공식 파트너사로 채택됐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농식품 기업들을 트릿지 이탈리아관에 입점시켜 글로벌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이탈리아 농식품 기업들을 전문적으로 지원해 자사 역량을 강화하겠단 게 트릿지의 최종 목표다. 현지 농식품 기업들의 수출과 신시장 개척 등 수출 진흥 활동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트릿지는 자사가 운영 중인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에 이탈리아관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유망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문무역상사는 수출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간접수출 지원을 위해 운영되는 제도로, 전문무역상사에 지정되면 유망기업 매칭, 수출보험료 할인, 마케팅 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트릿지는 전문무역상사 지정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전문무역상사 단체관 참가, 수출멘토링 등 프로그램을 통해 수출 초보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신호식 트릿지 대표는 “정부의 신뢰에 걸맞게 국내 농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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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테크 업계 투자자 관심 식었다, 그린랩스도 ‘몸집 줄이기’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사업 확장 및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마지막 투자를 받을 때 몸집(기업가치)이 지나치게 커진 탓에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려워진 탓이다. 애그테크 분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떨어진 것도 트릿지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당초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애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실제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에 따르면 글로벌 애그테크 투자금은 2018년 200억 달러(약 27조원)에서 2021년 520억 달러(약 70조 6,000억원)로 두 배 넘게 불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023년에 접어들면서 애그테크 분야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식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Pitchbook)이 공개한 ‘애그테크 보고서(Agtech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은 총 172건의 거래를 통해 19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벤처 자금을 조달했다. 직전 분기 대비 39% 감소한 수준이다. 동기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건수도 고작 14건(5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다. IPO 시장이 축소한 데다 이자율이 상승해 인수합병 여건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애그테크 업계 전반에도 침체가 가속하는 분위기다. 한때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업계의 기대를 받았던 그린랩스도 마찬가지다. 그린랩스는 지난 2017년 법인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농업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막대한 성과를 보여왔지만, 지난해 초 기존 경영진의 경영 실책 및 부정행위, 투자시장 침체 등 이슈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에 그린랩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농산물 데이터 사업이 집중하는 등 사업 전략을 구사하며 적자 폭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500여 명에 달했던 직원도 100명 수준으로 줄였다. 그 결과 그린랩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359억원으로 손실을 전년(-1,020억원) 대비 64.8%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동기간 영업매출 역시 2,807억원에서 373억원으로 86.7% 급감했다. 결국 그린랩스는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애그테크 업계의 현실을 직접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