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텍사스주에 ‘이용자 생체 정보 무단 수집 소송’ 합의금 2조원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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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검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메타 제소
10년간 얼굴 인식 기술에 고객 사진 무단 사용해
주요국 규제 강화 속에 중국 얼굴 인식 기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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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본사 전경/사진=셔터스톡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가 텍사스주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송에 대해 2조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메타가 2010년대에 페이스북에서 이용자의 얼굴을 자동 인식하고 해당 데이터를 축적·사용했는데, 사전 동의조차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주요국 정부가 얼굴 인식 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고객 생체 정보 등 데이터 수집과 관련한 분쟁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텍사스주 개인정보보호법 소송, 2년 만에 마무리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2022년 텍사스주가 제기한 개인정보보호 소송에 대해 14억 달러(약 1조9,300억원)에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텍사스주검찰은 페이스북이 얼굴 인식 기술 등을 통해 주민 수백만 명의 생체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사용한 것을 문제 삼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텍사스 검찰이 소송을 제기한 핵심 기능은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시스템이’다. 소송 제기 당시 텍사스 검찰은 메타가 해당 시스템을 이용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이상 페이스북 이용자가 올린 사진 속 얼굴 구조 등 생체 정보를 파악해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 이용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메타는 “검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0년 메타는 페이스북에 게재한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 속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게시한 사진 속 얼굴을 식별해 해당 인물의 계정을 태그하라고 추천하는 식이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었지만 정부나 경찰, 기업 등이 사찰, 수사, 개인신상 추적 등에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페이스북은 2021년 11월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용자 1억명의 생체 인식 데이터를 삭제하고 얼굴 인식 시스템을 폐지했다.

소송을 주도한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부 장관은 “메타의 얼굴 인식 시스템으로 인해 정보 보호 권리가 침해된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의를 추구했다”며 “이번 합의는 단일 주가 제기한 소송 중 가장 큰 합의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메타와 텍사스주가 합의한 14억 달러는 메타의 분기 매출의 4%, 순이익의 10%를 넘는 규모다. 메타도 “문제를 해결하게 돼 기쁘다”며 “텍사스에서 사업 투자를 심화할 수 있는 미래 기회를 모색하고 잠재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에 앞서 일리노이주에 7,600억원 합의금 지급

NYT에 따르면 미국 내 개인의 생체 정보 수집을 법으로 제한하는 지역은 텍사스주, 일리노이주, 워싱턴주 3곳으로 텍사스주에 앞서 지난 2015년 일리노이주가 메타에 얼굴 인식 데이터를 무단 수집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메타는 2020년 합의금 5억5,000만 달러(약 7,600억원)를 지불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페이스북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년 5개월간 이용자 동의 없이 얼굴 인식 데이터를 생성·수집한 데 대해 메타에 6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의회가 3일에 걸친 논의 끝에 가 AI규제법(The AI Act)를 제정했다. 해당 규제는 AI 규제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입법 제안으로 AI 기술의 위험 정도에 따라 4가지 등급으로 나눠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얼굴 인식 기술을 가장 강한 등급인 ‘용인할 수 없는(unacceptable) 위험’으로 선정하고 기술 활용 분야를 국가 안보 등으로 제한했다. 다만 인신매매 피해자 수색 등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은 허용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얼굴 인식 기술과 관련해 개인정보 수집, 사생활 침해, 알고리즘 편향 등 리스크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소송과 대규모 합의금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얼굴 인식 기술은 눈, 눈썹, 코, 입, 턱 등 얼굴 주요 부위 데이터를 추출한 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얼굴 데이터와 비교해 사람을 인식한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표본도 부족한 데다 최근 주요국에서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정확성을 높인 기술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

Authentication by facial recognition concept. Biometric. Security syste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中, 데이터 활용 등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

반면 중국의 얼굴 인식 기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주요국과 달리 중국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 아래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해 놓고 있어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공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도입 사례를 보면 △얼굴 인식을 활용한 결제·송금 등 금융 서비스 △무단횡단 등 교통 법규 위반자 단속 △출입국 심사 시 신분 대조 △지하철 통행 시스템 △학교 출석 등 다양한 곳에 적용 중이다.

특히 CCTV를 통한 범죄자 수사·검거에 얼굴 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톈왕(天網·하늘의 그물)’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주요 도시에 범죄 예방을 위해 고도화된 CCTV를 설치하는 공공 프로젝트로, 최근에는 7명을 살해하고 도주 행각을 벌여온 수배자를 20년 만에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수배자가 도피 기간 성형 수술로 얼굴을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이용했지만 중국 공안은 빅데이터와 얼굴 인식 기술 등을 이용한 CCTV를 통해 수배자를 특정하고 결국 체포에 성공했다.

하지만 얼굴 인식 기술의 정확도가 확보되지 않을 때 뒤따르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얼굴 인식 기술의 오류로 무고한 사람을 절도범으로 간주해 체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상점 내 CCTV에 찍힌 범인의 얼굴을 얼굴 인식 기술로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에 게시한 사진과 비교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지만, 체형 등에 큰 차이를 보여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단해 뒤늦게 석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