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3년 만에 ‘성과급제’ 개선, 산정 방식 투명성 제고 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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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도체 부문 '적자'에도 임원 성과급 수억 원
내부에서는 업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지급률도 비판
성과급 공정성 두고 불만 누적, 노조 가입률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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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3년 만에 성과급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파운드리 사업부 등의 ‘제로 성과급’을 계기로 노조 등 내부에서도 성과급 제도 개편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기조는 유지하되 업황에 따라 변동이 심한 지급률의 차이가 큰 현행 산정 방식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산정 방식 공개하지 않는 OPI 두고 투명성 논란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등을 중심으로 성과급 제도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서는 사내외 이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의 ‘연간 목표 영업이익’을 설정하고, 목표 초과분의 20%를 재원으로 직원에게 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초과이익성과급)를 지급하고 있다. 목표를 얼마나 초과했는지에 따라 연봉의 0~50% 범위에서 OPI가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향후 투자 계획 등 기업 기밀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목표 영업이익과 OPI의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OPI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임원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성과급 지급률과 함께 임원 장기 성과급 제도(LTI)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2005년 도입된 LTI 프로그램은 임원 재직기간을 3년 단위로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의 임원에게는 목표달성장려금(TAI), OPI와 별도로 LTI가 지급된다. LIT는 전체 보수 내 비중이 상당해 1인당 1~2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이후 3년에 걸쳐 50%, 25%, 25%씩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니 지난해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임원들은 50%의 LTI를 지급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임원 연봉 동결을 발표했지만 억 단위 성과급을 챙긴 점을 감안하면 진정성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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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노동조합 공지 중 7.23.자 게시물 ‘우리 회사 OPI 지급 기준에 대해서’/출처=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 파운드리부 등 ‘제로 성과급’에 문제 제기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노조는 경쟁 업계 대비 낮은 보상과 투명성이 부족한 보상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직급·사업부·계열사에 따른 극심한 처우 차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DS부문의 ‘제로 성과급’은 노조원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업계에서는 2022년 1만 명이던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 수가 지난해 2만5,000명으로 폭증한 배경도 이런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OPI 지급률은 반도체연구소와 SAIT(삼성종합기술원)가 각 월 기본급의 25%, 메모리사업부가 12.5%로 책정됐다. 반면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0%로 OPI가 지급되지 않았다. DS부문은 TAI 제도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인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지만, 반도체 업황 악화로 2022년 하반기 50%, 2023년 상반기 25%에 이어 같은 해 하반기에 또다시 성과급이 쪼그라들었다.

다른 사업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처럼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사업부는 매년 거액의 성과급을 받지만, 생활가전처럼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사업부는 훨씬 적은 성과급을 받는다. 실제로 같은 기간 DX부문은 MX사업부와 VD사업부가 각각 월 기본급의 75%를 받았다.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과 TV 판매 성과로 2023년 상반기 50%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다. 반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생활가전·네트워크사업부는 상반기와 동일하게 각각 25%의 OPI를 지급했다.

美 실리콘밸리 사례 등 벤치마킹해 개선안 마련

현재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은 ‘목표 영업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DS부문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도 지난 2021년 성과급 지급 방식을 영업이익의 10% 범위로 변경했다. 1년에 두 번 지급하는 PI(생산량 목표달성장려금)도 영업이익률에 연동해 최대 15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러한 내부 의견을 반영해 업황에 따라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들쭉날쭉한 성과급 변동 폭을 줄이는 한편 미국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조직보다 개인 성과 비중을 높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과급 산정 기준과 관련해 ‘공개할 수 없다’는 기존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