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 프리랜서 아닌 근로자”, 플랫폼 노동시장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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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상고 기각',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자에 해당”
온라인 플랫폼 근로자도 기존 법리대로 근로자성 판단
국내 플랫폼업계, 인건비·노무관리 부담 등 혼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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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차량/사진= VCNC

대법원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결로, 이는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유사 소송의 향방’은 물론 플랫폼 기업의 책임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타다 운전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5일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운전기사들과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타다를 운영하던 VCNC는 2019년 7월 차량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A씨를 비롯한 기사 70여 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실질적으로 VCNC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였는데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재심을 청구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으나, 쏘카가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시작했다. A씨는 당초 구제신청을 할 때 VCNC를 상대로 냈다가 뒤늦게 쏘카를 상대방으로 추가했다.

1심은 쏘카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근로자성 판단 기준으로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했는지 △노무 제공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았는지 △스스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정했는지 △근로제공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있는지 △기본급, 고정급을 정하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법원까지 이날 원심 판단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쏘카가 A씨 등 타다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상당한 지휘 및 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관련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낮은 사업구조를 고려해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다변화된 현대의 고용형태에 비춰볼 때 열악한 근로자일수록 어려움을 겪고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이용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한 노무제공관계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누가 투자하겠나”, 플랫폼업계 ‘폐업’ 공포

이에 국내 플랫폼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쏘카는 A씨 등 70여 명의 부당해고 주장에 대한 배상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인건비와 노무 관리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쏘카 측은 “법원이 타다 드라이버 공급업체와 타다 서비스 운영사의 존재와 역할을 부정한 것은 플랫폼 사업이라는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이번 타다 판결을 계기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플랫폼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프리랜서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중 비즈니스 모델(BM)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회사가 적지 않아서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플랫폼 사업 모델 자체가 일과 고용자를 이어주는 것인데 이번 판결로 고민해야 할 회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얼어붙은 플랫폼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이제 어떤 투자자가 법적 리스크가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하겠냐”며 “플랫폼 생태계에 돈이 돌지 않으면 폐업하는 플랫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년 전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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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버

美 대법원, ‘우버-노동계’ 긴 싸움에 종지부 “긱워커는 독립계약 가능”

한편 이번 타다 소송에 대한 판결은 미국 대법원의 판결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이날 “우버(Uber), 리프트(Lyft), 도어대시(DoorDash) 등 어플리케이션 기반 운송·배달회사 운전자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회사의 직원이 아닌 독립 계약자”라며 “운전자는 직원에게 적용되는 캘리포니아 산재 보상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는 긱 워커(Gig Worker, 초단기 근로자)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 캘리포니아주 및 일부 노동조합과 독립 계약자로 봐야 한다는 승차공유·배달업계 간의 갈등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회는 2019년 긱 워커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AB5(Assembly Bill 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이듬해 플랫폼 기업들은 ‘주민투표’ 카드를 들고나왔다. 긱 워커들을 독립계약자 신분으로 인정하되 최저임금의 120%와 각종 보험, 차별 및 성희롱 방지 등을 보장하는 내용의 주민발의안 제22호다. 결과는 찬성 58%로 플랫폼 기업들의 승리였다.

이후 일부 노동조합이 항소를 제기, 2021년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이 다시 뒤집혔고, 대법원은 항소법원 판결을 인정했다. 이로써 플랫폼 기업들은 수년 간의 법적 분쟁을 종결하고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노아 에드워슨(Noah Edwardsen) 우버 대변인은 “운전기사나 배달원이 일주일에 몇 시간을 일하든 원하는 시간과 방식으로 일할 자유가 캘리포니아 법에 확고히 새겨지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