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선박 8척 인도 지연에 ‘보상금 지불 리스크’ 직면, 근본 원인은 시스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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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 7척·특수선 1척 납기 지연, 지체상금 배상 위기
'인력난 심화' 토로 vs 자재 구매 등 운영 시스템 미비
슈퍼 사이클 맞은 발주처들, 기회 비용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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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잠수함 구조함 강화도함/사진=방위산업청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해군 함정의 납기일을 또 연기했다. 이에 기업의 신뢰 저하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인력 부족으로 납기가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 내부에서는 인력난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오션, 상선·함정 인도일 또 연기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건조 중인 상선과 함정의 납기를 무더기로 지연해 거액의 페널티를 물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 한화오션이 인도 일정을 미룬 선박은 상선 7척, 특수선 1척으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HMM이 한화오션에 발주한 컨테이너선은 지난달 30일이 납기였지만 11월 25일로 미뤄졌고,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018년 수주한 잠수함구조함은 5차례 납기일을 연기했다가 다시 아예 납기일을 ‘미정’으로 변경했다.

앞서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지난 2021년 6월 1만3,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했는데, HD현대중공업(계약금 8,912억원)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계약금 8,881억원)이 각각 6척씩 맡아 건조해 왔다. 이 중 HD현대중공업은 5척, 한화오션은 2척만 납기(6월 30일) 내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남은 1척을 인도할 예정으로 통상 배를 인도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를 감안해 한 달의 유예기간(Grace period)을 두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 인도’로 간주된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은 나머지 4척을 다섯 달 뒤에야 인도할 예정이라 지체상금 배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업계가 상선보다 더 주목하는 대목은 ‘특수선’이다. 특수선 분야에선 2년 전 해군에 인도됐어야 할 강화도함이 아직까지 인도되지 못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발주한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을 2018년 12월 수주했다. 최초 납기일은 2022년 12월 15일이었지만, 5번이나 연기 공시를 거쳐 1년 7개월 넘게 늦어지고 있다. 업계는 한화오션이 지체상금 최대 금액을 다 채우고도 납기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납기 지연이 종료되지 않아 지체상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많게는 계약금(4,435억원)의 10%인 약 444억원까지 부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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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체면 구긴 한화오션, 신뢰 저하 불가피

물론 납기 지연 자체가 이례적인 건 아니다. HD현대미포도 올해 상반기 계약금 3,389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7척 납기를 3~5개월 늦춰 인도한 바 있다. 특히 조선업이 최근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데다 홍해 사태 등으로 글로벌 선박 발주가 크게 늘면서 수년 치 일감이 쌓인 국내 조선 3사 모두 납기를 맞추는 것이 최대 현안이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같은 발주처에서 경쟁사와 동일한 물량을 나눠 받았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한화오션은 선박 건조 능력에 있어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화오션 측은 납기가 늦어지는 이유를 인력난에서 찾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선박을 만들 용접공이 부족해 인도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부터 있어왔던 조선사들의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오션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력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산 시스템 붕괴’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에서는 생산 시스템 붕괴로 자재 구매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대기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오션 거제 옥포조선소의 관계자 A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인수합병(M&A)되며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구매 부서를 서울 한화 본사로 통합한 것”이라며 “이는 생산 시스템 붕괴와 납기 지연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적기 납품을 강조하면서도 몇 달 전 주문 제작한 자재도 제대로 공급이 안되고 있고, 생산에 필요한 소모품도 절약을 내세워 생산 자체를 막는 사태까지 왔다”며 “현장에서 소모성 자재 하나를 바꾸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식 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화오션 복수의 내부 관계자들에 의하면 선박용 후판 구매가 생산 시점에 이뤄지지 않아 다른 선박의 후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에 차질이 빚어지자 다른 선박의 후판을 사용했는데, 당시 두께가 다른 후판을 사용하다 뒤늦게 선주가 알아차렸고, 잘못 사용된 후판 부분을 잘라내고 정상적인 자재 사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 B씨는 “구매부터 무너진 생산 시스템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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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HMM에 인도한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루비호의 모습/사진=HMM

호황 맞은 HMM은 발만 ‘동동’

인력난에 대한 입장에서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옥포조선소 관계자 C씨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인건비 정상화를 밝힌 후, 한때 숙련공들이 거제 조선소로 돌아왔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인력난이 시작된 것”이라며 “숙련공이 떠난 자리에 한화가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인력으로 채우면서 생산 및 납기 문제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해 7월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을 위한 포괄적 협력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최근 베트남 노동자 30여 명이 한화오션 정직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C씨는 “통상 선박에 대한 자재 구매 등 일련의 시스템은 서울 본사가 아닌 해당 조선소에 일임하는데 한화의 경우 조선소 운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서울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화오션은 생산공정 정상화를 통해 변경된 납기까지 컨테이너선을 건조·인도하는 한편, 선주사인 HMM 측과 지체상금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도크당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진수 기간을 기존 6주에서 5주로 단축, 진수 공정률을 50%에서 60%로 높이는 등 납기 지연을 막기 위한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발주 선사인 HMM으로서는 선복 부족으로 업황이 한창 조인 시점에 인도가 미뤄지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HMM 측은 “지난해 이미 지연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져 투입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에 월별 투입에는 차질이 없다”면서도 “지금은 운용할 수 있는 선박이 많으면 돈을 벌기 좋은 시점”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미 사전에 만든 선박 운용 계획이 있지만 보다 확대될 수 있게끔 선박 인도가 제때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