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프롭테크’ 투자액도 반토막, 수익성 개선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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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실적 부진, 경영난에 파산하기도
직방,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로 IoT 도어록 판매
다방, 반려동물 가구 겨냥 ‘펫세권’ 서비스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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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프롭테크(Proptech·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 기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벤처투자까지 위축되면서 투자액이 반토막 나는 등 전반적인 업계의 전망도 어둡다. 이에 프롭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분석 세분화, 사물인터넷(IoT) 연동, 콘테크(Con-Tech, 건설기술과 IT를 융합한 서비스 산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직방 3년 연속 영업손실, 다방도 매출과 영업익 모두 감소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롭테크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1세대 프롭테크의 대표주자인 직방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407억원으로 전년 370억원과 비교해 30억원 증가하며 2020년 이후 3년간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다방 역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떨어졌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지난해 매출은 209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6억7,586만원을 기록해 2022년 9억8,492만원과 비교해 대비 31%나 하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업체인 알스퀘어도 영업손실 규모가 2022년 92억원에서 지난해 238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부동산R114도 같은 기간 5억원에서 33억원으로 증가했다.

주요 기업의 연이은 실적 부진과 부동산 경기 불황에 프롭테크 시장의 투자도 위축됐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국내 프롭테크 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2022년 2조6,943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3년 1조2,040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공사비 급등으로 착공 물량이 줄면서 스마트 건설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콘테크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이로 인해 프롭테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게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업공개 추진했던 어반베이스는 파산 절차 돌입

파산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지난해 경영난을 겪으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지만, 회생계획안을 제때 제출하지 못해 지난 18일 결국 파산했다. 어반베이스는 2014년 설립된 3D 공간 데이터 전문기업으로 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영역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이 기술로 국내 아파트의 약 96.5%에 해당하는 9만8,000여 개의 3D 도면을 구축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2020년에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고, 2021년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한화는 어반베이스의 기업가치를 4,000억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벤처투자, CKD창업투자, 삼성벤처투자, 브리즈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도 재무적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리면서 총 누적 투자금은 250억원에 달했다.

이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발판으로 지난해 어반베이스는 기술특례 상장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2020~2022년 어반베이스는 1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적자는 14억원, 24억원, 82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초에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투자 시장 위축과 부동산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사업성이 크게 낮아져 원매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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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방

앱 개편, IoT 서비스 확대 등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시도

이같은 프롭테크 업계의 실적 부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 최적화돼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고물가와 거래 감소 등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 최근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 세분화와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등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직방은 이달부터 가상 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도입했다. 유료 서비스인 소마에는 현재 아워홈과 우미글로벌, 동아쏘시오그룹, GS건설, SPC그룹의 섹타나인 등 2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사무실 대여비는 규모에 따라 좌석당 월간 15∼27달러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하이엔드급 디지털 도어록’을 판매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2022년 직방이 삼성SDS의 홈 IoT 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스마트홈 부문의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다방도 3년 만에 대대적인 앱 개편에 나섰다. 특히 반려동물 가구를 겨냥한 ‘펫세권’ 데이터를 새롭게 도입해 인근 동물병원, 반려동물 미용실,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호텔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또 특정 단지를 주제로 앱 이용자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인 ‘우리 단지 이야기’ 기능도 추가했다. 부동산 임대차 권리분석 서비스 ‘집지켜’는 지난 15일 전국 주요 임대주택에 대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알스퀘어는 중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탈중국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해외 법인 이전 서비스 사업 분야를 적극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근 중국의 법무·회계법인인 항신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베트남 등에서는 부동산 임대차 중개와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인테리어, 직접 시공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밖에 토지 중개 거래 전문 업체 밸류맵은 올해부터 인테리어 및 야외·구조물 철거 등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