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상황 심상치 않다” 정산 지연으로 홍역 치르는 큐텐그룹, 발 빼는 셀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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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줄 수는 있나" 티몬·위메프에서 등 돌리는 셀러들
'수천억원 마이너스' 자본 상황이 시장 불신 키워
일각에서는 현금성 상품권·선불충전금發 피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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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그룹 계열사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여파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큐텐그룹 산하 기업의 대금 지급 능력에 의문을 품은 셀러(판매자)들이 줄줄이 플랫폼에서 이탈하는 가운데, 티몬·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까지 관련 피해를 떠안는 양상이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위메프 입점 셀러 약 500여 개 사가 대금 정산일에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위메프는 “전산 시스템의 일시적 오류에 따른 문제”라며 조속한 대금 지급을 약속했고, 모회사 큐텐은 뒤늦게 400여 개 사에 대한 대금 정산을 마쳤다(지난 12일 기준). 큐텐 측은 지연 피해를 입은 셀러들에게 연이율 10%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고, 2주 이상 정산이 지연될 경우 위시플러스(큐텐 산하 이커머스 허브 플랫폼) 입점 시 판매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보상안도 함께 제시했다.

티몬에서도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졌다. 티몬은 지난 22일 판매자 공지를 통해 “(위메프 사태 이후) 일부 판매자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줘 거래 규모가 일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정산금 지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여론은 일파만파 악화했다. 소비자들이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피해를 떠안으면서다. 최근 티몬·위메프에서 여행·항공 상품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는 여행사·항공사로부터 취소 또는 재결제 요청을 받고 있다.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는 안내를 받은 업체들이 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결과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는 이미 티몬·위메프 내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위기를 감지한 여타 유통 기업들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줄줄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홈쇼핑관에서는 현대홈쇼핑·신세계라이브홈쇼핑·공영홈쇼핑·GS홈쇼핑·CJ온스타일·SK스토아·홈앤쇼핑 등이 판매를 중단했으며, 전문몰관에서도 LF몰, 엔터식스 등이 철수했다. 올라, 페이코 등 핀테크 서비스도 이들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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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하는 자본 상황, 시장 불안감 가중

업계에서는 셀러 대거 이탈 사태의 원인으로 큐텐그룹 산하 기업들의 자본 상황을 지목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위메프는 지난 2020년부터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위메프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2,44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부채 총액은 3,318억원으로 전년(2,608억원) 대비 27% 증가했으며, 자산 총액은 920억원으로 전년(1,137억원) 대비 19% 줄었다. 부채가 총자산보다 3배(361%) 이상 큰 셈이다.

티몬은 큐텐 인수 이전인 2016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자본총계 -2,061억원)였으며, 큐텐에 인수된 후에도 좀처럼 자본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5억원 수준이다. 보유 현금 역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티몬의 2021년 기준 555억원이던 현금(보통예금)은 2022년 80억원으로 급감했고, 그중 16억원은 지급보증서 발급을 위한 담보가 잡혀있는 상태다. 사실상 티몬이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약 60억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감사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것은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일종의 ‘신호’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티몬이 언젠간 폭발할 ‘시한폭탄’이라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사실상 터질 게 터진 셈”이라며 “여론이 악화하며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자 큐텐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이 줄줄이 자진 사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몬의 ‘상품권 돌려막기’ 의혹

한편 일각에서는 큐텐 계열사들이 환금성이 높은 상품권 판매를 통해 현금 유입을 늘리며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흘러나온다. 이들 업체가 상품권 판매를 통해 소위 ‘돌려막기’를 시도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티몬은 지난달 최대 10%에 달하는 할인율을 앞세워 도서문화상품권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통상 도서문화상품권이 온라인상에서 액면가보다 3% 정도 할인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티몬이 주문 이후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발송해 주는 ‘선주문’ 형태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티몬은 상품권 판매 시점부터 발송 시점까지 약 한 달 동안 일시적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티몬이 이 시기에 자체 선불충전금인 ‘티몬캐시’를 10% 할인해 판매한 것 역시 현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현금성 상품권 유통과 선불충전금 판매를 확대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쉽게 말하면 돌려막기를 한 셈”이라며 “정산 지연 사태 이후 제휴처들이 속속 티몬에서 판매한 상품권과 티몬캐시 관련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