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12년 만에 첫 분기 적자 전망, 리니지 매출 하향세 반전 못 만들면서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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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2012년 2분기 이후 첫 분기 적자 예상
기존작들 지속 부진, 리니지 매출 하향세 반전 가능성 낮아
김택진 대표 부인 윤송이 CSO의 경영 실패에 대한 지적도
"글로벌 시장 승부수보다 IP 신규 발굴에 초점 맞춰야"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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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2분기 실적 악화로 인해 영업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씨 측은 리니지 매출 하향세 반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엔씨,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평가에 글로벌 신작 출시 예정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2분기 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2년 2분기 영업손실 76억원을 기록한 후 약 12년 만의 적자다. 당시는 400여 명의 희망퇴직으로 인한 위로금 150억원이 원인이었으나, 최근 적자는 9분기 연속된 매출 감소가 주원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리니지M’을 제외한 기존작들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향후 매출 하향세 반등을 일궈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엔씨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리니지가 지적재산권(IP)의 수명을 다했다고 지적한다. 엔씨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 동안 리니지 IP 게임에서 과금을 하는 특정 이용자층을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했다. 과금 중심의 운영 방식 탓에 신규 이용자 유입에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고 리니지 IP에 많은 과금을 하는 이용자에 수익을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가시화됐던 주이용층 이탈이 최근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데다, 리니지 IP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작 게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매출 하향세의 주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엔씨 관계자는 “2025년까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신작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며 “연내 모바일·PC 신작 ‘호연’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 ‘블레이드&소울2’, ‘TL’ 등을 선보여 성과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는 엔씨가 리니지 IP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이외 장르, 플랫폼 개발에 소홀했던 탓에 회사가 플랫폼 신작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빠르게 변하는 게임 시장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엔씨가 단시간에 다양한 장르 및 플랫폼 신작 개발 및 운영 등에 변화를 주고 수익성까지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엔씨를 바라보는 국내외 게임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부진 극복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기존 게임 사업 및 서비스 운영 구조가 대중에 알려지면서 출시를 준비 중인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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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이 엔씨소프트 CSO/사진=엔씨소프트

9년간 실패만 반복했던 가족 경영도 개선해야

업계에서 또 반복적으로 나오는 지적은 김택진 엔씨 대표의 아내인 윤송이 CSO(최고전략책임자)의 거듭된 경영 실패다. 윤 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북미 법인(엔씨웨스트)를 이끌어왔으나, 북미 법인은 최근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년 이상 도전했던 북미 시장이 엔씨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한 데다 누적 손실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해 3월 엔씨 주주총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 주총에 이어 이번에도 엔씨는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김택진 대표 등 경영진의 ‘불통’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엔씨웨스트가 7년간 적자를 냈는데도 김 대표 배우자이자 엔씨웨스트 책임자인 윤 CSO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CSO의 전임자가 3년 적자를 이유로 해임됐던 것에 비해 특혜라는 지적이다.

윤 CSO는 KAIST 전기공학과 학부를 거쳐 2000년 한국인 최연소로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박사 후 매킨지&컴퍼니(McKinsey&Company), 와이더댄닷컴(widerthan.com), SK텔레콤의 최연소 상무를 거쳐 2008년에 엔씨로 자리를 옮겼다. ‘과학 천재’로 알려진 인재가 기업 행보 끝에 고속 성장 중인 게임사로 이직하고, 이어 게임사 대표의 재혼 상대가 된 것을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2012년 북미 법인 지휘권을 넘겨받고 2015년까지 일시적이지만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과학 천재의 ‘경영 천재’ 데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10여 년에 가까운 적자에 윤 CSO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대부분 사라진 상태다.

글로벌 시장 승부수 이전에 IP부터 다시 시작해야 지적

현재 엔씨는 대만을 제외한 대부분의 해외 시장에서 실적이 좋지 않다. 매년 매출액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되고, 윤 CSO가 맡고 있는 북미 지역은 미국과 캐나다를 합해 5%를 넘지 못한다. 그마저도 대표적인 IP인 리니지의 흥행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리니지 IP의 수명이 끝났다는 평가에 각종 IP 개발 소식이 들려오지만, 시장의 평은 밝지 못하다.

북미 시장은 콘솔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리니지와 같이 특화된 MMORPG가 설 자리가 없는 부분도 비현실적 승부수라는 지적과 맞물려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년 동안 콘솔 준비해야 된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는데도 못했던 것을 그런 인력들이 다 나간 현시점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독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했던 해당 관계자는 엔씨에서 콘솔 이전을 외쳤던 인력 중 한 명으로, 최근 엔씨가 콘솔 및 PC로 플랫폼 이전을 위해 운영 중인 ‘프로젝트TL’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과거 핵심 인력들이 이미 빠진 상황”이라며 현재 팀에 대한 평가를 피했다.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콘솔 및 PC로의 이전도 중요하지만, 리니지 이후 ‘장기 먹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IP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사실상 ‘리니지 회사’라는 평가를 극복하지 못한 탓에 “리니지 라이크 때문에 회사가 망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다만 박병문 엔씨 신임 공동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리니지 라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하루 150만 명의 이용자가 있는 게임이라며 리니지 IP는 여전히 상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