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수출 제재 우회하는 엔비디아, 중국 전용 AI칩 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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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블랙웰' 변형 모델 B20 개발 중
미국 제재·화웨이 도전에 중국 전용칩 가격 인하도
다운스트림 공급망 통제 한계도 한계, 암거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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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가 대중국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의 중국 버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그간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전용 칩셋을 내놨는데 이 전략을 최신 칩셋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엔비디아, 中 전용 AI 칩 ‘B20’ 개발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현재의 미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면서 중국 시장을 겨냥한 최신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새 칩셋은 엔비디아가 올 3월 공개한 블랙웰의 중국 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중국 내 주요 유통 협력사 중 하나인 인스퍼(Inspur)와 협력해 ‘B20’이라는 AI 가속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B20이라는 이름은 이 칩셋이 모델명 ‘B200’인 블랙웰의 변형임을 방증한다.

엔비디아와 인스퍼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간 보여준 엔비디아의 행보를 감안할 때 블랙웰의 중국 버전 출시 또한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따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군사 기술 개발 등을 막기 위해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규제에 나선 후부터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칩 제조에 힘써왔다.

엔비디아는 제재가 시작된 2022년 블랙웰의 전 세대인 A100과 H100보다 성능을 30%가량 낮춘 A800·H800을 만들어 중국에 판매했으며 이후 지난해 말 제재가 더욱 강화돼 이 칩셋들의 판로가 막히자 중국향 신제품 H20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 출시한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칩 H20은 현재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910B’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어센드 910B는 화웨이가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SMIC를 통해 7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한 AI 반도체다.

중국 현지 기업들은 ‘자국 기업 GPU’ 선호

하지만 중국 고객사들은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맞춤형 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고객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의 IT 대기업 등이 엔비디아의 중국용 칩의 성능이 현지 로컬 기업이 제조한 GPU와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엔비디아의 고객사인 바이두와 바이트댄스 역시 엔비디아의 GPU 대신에 로컬 업체의 GPU를 구매하고 있다.

여기엔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통제 강화는 중국 기술 대기업인 화웨이와 텐센트의 지원을 받는 엔플레임과 같은 스타트업 등 현지 기업들이 첨단 AI 프로세서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엔비디아의 입지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말 기준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 시장은 17%를 차지했는데 이는 2년 전의 26%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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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블랙웰 GPU/사진=엔비디아

되팔이 서버 구매로 엔비디아 고사양 AI칩 입수하기도

중국 내 전자시장에서의 암거래 증가도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칩 매출 하락을 부추긴 요소로 꼽힌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최고사양급 AI칩이 서버에 들어간 형태로 중국 내에서 재판매되면서 중국과학원, 우주과학센터, 국영항공센터 등 중국 정부기관에 이미 입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 11월 20일부터 올해 2월 28일 사이에 진행된 입찰에서 거래된 서버에는 엔비디아의 가장 진보된 AI칩 일부가 포함돼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엔비디아와 엔비디아 거래업체가 제3자를 통해 중국에 고사양 AI칩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사양 AI칩을 판매한 11개 판매자는 알려지지 않은 중국 소매업체였으며 미국의 수출 제한 전에 확보한 비축량을 판 것인지, 수출제한후에 구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는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산업보안국은 대중 수출이 제한된 반도체를 모니터링하고 최종 소비에 대한 점검과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GPU로 구축된 시스템을 제3자가 재판매할 경우에도 미국의 수출 제한 사항을 준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해 재판매됐다면 고객과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드러난 내용이 중국 국영 기관의 구매 중 극히 일부가 나온 공공 데이터베이스(DB)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방군의 현대화나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무기 개발 등 군사 응용 분야에 최고사양 AI칩에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와 사람들은 미국에서 수십만 달러의 벌금과 개인의 경우 최대 20년 징역형을 포함하여 민사 또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