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행’ 네이버웹툰, 상장 후 연일 하락세 ‘제2의 쿠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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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주가, 상장 후 4거래일 만에 공모가 밑으로
웹툰 시장 정체와 경쟁 심화, 수익성 등 주가 발목 잡아
상장 초기 주가 폭등했다 40%가량 하락한 쿠팡과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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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 추이/출처=야후파이낸셜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한 네이버웹툰의 주가가 상장 이후 연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상장 후 4거래일 만에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고 13거래일 넘게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지적받았던 웹툰 시장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웹툰엔터, 상장 첫날 23달러에서 최근 20달러선 무너져

21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한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종가는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13거래일 연속 공모가인 21달러를 밑돌았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5% 오른 2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4거래일 후인 지난 2일 20.07달러를 기록하며 공모가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5일에는 19.65달러까지 하락하면서 한때 2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 계열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 2005년 네이버의 하위 서비스로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2014년 영어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2016년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20년에는 웹툰엔터테인먼트를 본사로 바꾸고 네이버웹툰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콘텐츠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을 발판 삼아 글로벌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네이버는 웹툰(북미), 라인웹툰(동남아시아), 네이버웹툰·시리즈(한국), 라인망가(일본), 왓패드(북미) 등의 플랫폼을 통해 15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억7,000만 명에 이르며 보유 콘텐츠는 5,500만 개, 작품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도 2,400만 명에 달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미 한국, 일본 등에 다양한 지식재산(IP)을 확보할 수 있는 창작 풀이 조성돼 있다”며 “콘텐츠 플레이어로서 디즈니처럼 롱런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의 성장 전망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에만 1억4,480만 달러(약 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창립 이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순손실 이력이 있고 향후 비용 증가가 예상돼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콘텐츠 관련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 증가분을 초과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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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플립툰/사진=아마존재팬

웹툰 시장 성장세에 구글·애플 등 빅테크 기업 뛰어들어

웹툰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에는 세계 웹툰 시장이 2030년 600억 달러(약 8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전망치가 후퇴했다. 올해 수정된 2030년 웹툰 시장 전망치는 2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 이용자 수도 2022년 최고치를 찍은 이후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까지 거론됐던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도 상장 당시 3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웹툰엔터의 기업가치 하락에는 웹툰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최근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일본·프랑스의 콘텐츠 기업, 애플·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도 웹툰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이 중 카카오의 일본·프랑스 플랫폼 ‘픽코마’는 지난해 세계 만화앱 수익 1위에 올랐다. 이어 네이버의 라인망가, 네이버웹툰,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가 2~4위에 올랐고 일본의 소년점프 플러스, 코단샤의 마가포케가 5~6위를 기록했다.

종이 만화에 익숙한 프랑스는 지난해 자국의 대표 스튜디오 ‘엘립스 애니메이션’과 ‘유니크 헤리티지 미디어 그룹’이 웹툰 사업에 뛰어들면서 출사표를 던졌고, 미국은 아마존을 통해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마존 플립툰은 100여 개 작품을 일본어로 제공하는데 대부분 키다리스튜디오·레진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업체에서 연재되는 웹툰이다. 또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작해 적극 활용하는 ‘기다리면 무료’ 수익모델을 적용해 K-웹툰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애플도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에 일본 이용자를 겨냥해 ‘세로 읽는 만화(다테요미만가)’ 페이지를 신설해 사실상 웹툰 시장에 진입했다. 이렇듯 웹툰 시장의 성장에 수혜를 노리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해 주요 웹툰 플랫폼의 월평균 이용 시간이 11% 감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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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가 추이/출처=야후파이낸셜

‘주가 반토막’ 쿠팡 따라가지 않으려면 수익성 개선해야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네이버웹툰이 앞서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21년 3월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당시 공모가는 35달러였지만 첫날 주가가 70달러에 육박하며 이른바 ‘따상(공모가 대비 2배 상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쿠팡의 최고점이 됐다. 현재 쿠팡의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을 지속한 끝에 20달러 대에 머물러 있다. 공모가에 비해 4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수익성과 더딘 성장 속도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했고 이익을 낸 후에도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9,800만 달러(약 1,40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 기록한 1억700만 달러보다 감소했다. 그간 쿠팡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꾸준한 성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다.

2분기부터는 월간 구독 서비스 수수료를 올려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이 역시도 결국은 소비자에 손실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룬 일시적인 성과일 뿐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와의 경쟁 심화도 부정적 요인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도 쿠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익원이 구독 서비스로 제한적인 데다 적자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올해 1분기 1,420만 달러(약 197억원)로 깜짝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에 그쳤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시장에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독자와 사용자 수를 늘리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 광고 수익 등 비즈니스 모델의 확대, IP 라이선스 수익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