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평균 142만원 절약” 배달 라이더, 직고용보다 대행 쓰는 게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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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체의 배달 대행 플랫폼 이용, 비용 절감 효과 有
유연한 인력 운용·관리 부담 경감 등 장점 뚜렷
"시장 구조 뒤집히면 소용없어" 침체하는 배달 대행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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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대행 플랫폼이 외식업체의 배달 비용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때보다 한층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인력 관리 부담 감소 등을 배달 대행 서비스 특유의 장점으로 꼽았다.

라이더 직고용과 대행, 비용 차이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 디지털경제연구원은 19일 세종대학교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이희찬 교수 연구팀에 의뢰하여 진행한 ‘외식업체의 플랫폼 이용을 통한 배달 대행 서비스 비용 절감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기협은 이번 연구의 취지에 대해 “외식업체가 직접 배달원 고용 방식이 아닌 플랫폼 배달 대행을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으로 유리한 선택인지, 그렇다면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정량적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외식업체가 플랫폼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월평균 142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외식업체가 배달원을 직접 고용했을 때 투입되는 월평균 유지 비용이 약 472만원 수준일 것이라 추산했다. 이는 고용 지출과 오토바이 유지비 지출을 합한 금액으로, 배달원 1인을 고용한다는 가정하에 외식업체의 평균적인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기준으로 도출됐다.

플랫폼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시 외식업체의 비용 부담은 월 추정 평균 330만원까지 줄어들게 된다. 배달 대행 단가와 배달 건수를 고려해 도출된 값이다. 배달 대행비는 음식점이 부담하는 평균 배달 대행비(2,700원)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3km 미만 평균 배달 대행비(3,000원)를 모두 외식업체가 지불하는 것으로 가정했다(6,000원).

배달 대행 서비스의 장점

배달 대행 이용 시 매장의 부담이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연구책임자인 이희찬 교수는 “수치로 나타나는 부분 외에도 플랫폼 배달 대행 서비스로 인한 효용 측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피크타임 주문이 동시에 수십 개가 들어올 경우, 여러 명의 배달원을 고용해야만 처리할 수 있는 배달 주문을 플랫폼 배달 서비스로 해결 가능한데, 이는 배달 플랫폼이 여러 배달원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할 때와 달리 매장 상황에 맞춰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인력 관리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 역시 배달 대행 서비스 특유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원을 직고용할 경우 고용주는 계약, 휴가 사용, 바이크 관리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가뜩이나 바쁜 매장 일에 배달 인력 관리 부담까지 추가되는 셈”이라며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같은 수고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계약된 수수료와 관리비 등을 제공하면 대행 플랫폼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외식업체는 채용·근무 일정 조율·급여 조정 등 인력 관리에 품을 들일 필요가 없으며, 보험 등 번거로운 행정 절차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이 배달 라이더의 고용보험·산재보험 신고 등을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는 배달 라이더들과 직접 계약한 사업주(배달대행업체)가 근로복지공단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하지만, 행정 편의상 플랫폼사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배달 대행 플랫폼들은 이 같은 편의성을 앞세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폭증한 배달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배달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며 시장 입지를 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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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배달 대행 플랫폼

주목할 만한 부분은 최근 들어 비대면 수요가 감소하고, 배민·쿠팡이츠 등 유력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 수직 계열화에 나서며 관련 시장의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사의 직접 배달이 늘어나면 배달 대행사에 할당되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전반이 가라앉고 있는 셈”이라며 “배달 대행 플랫폼 이용이 아무리 업체 입장에서 효율적이라고 해도, 시장 구조가 배달 플랫폼사의 직배달 위주로 재편돼버리면 소용이 없다”고 짚었다.

위기에 빠진 배달 대행 플랫폼들은 속속 생존을 위한 ‘덩치 줄이기’에 착수하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바로고는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해 250여 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절반 수준까지 감축했다. 홍보와 마케팅 같은 지원 부서 인력은 물론, 사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영업·개발 인력까지 일부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고는 차후 모아라인·딜버 등과 진행하는 스토어프로그램 같은 협력 사업과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바로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1,684억원, 영업손실은 166억원 수준이었다.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만나플래닛도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130명에 이르던 직원 수를 60명 안팎까지 줄였다. 만나플러스는 최근 라이더 정산금 지급이 지연되거나, 일일 출금 한도 제한이 생기는 등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9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실은 54억원에 달했다. 만나플래닛은 차후 지속 증가하는 기업 간 거래(B2B)와 제3자 물류(3PL) 수행 확대에 주력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