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아마존, AI 스타트업 인재만 쏙 빼가는 방법으로 반독점법 규제 피해 편법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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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아마존, 경쟁 규제 강화에 AI스타트업 투자 늘려, 인수 대신 인재만 채용하는 전략으로 선회?
미국·유럽 챗봇 기업들 지분 투자 활성화하자 미국·영국·유럽 경쟁 당국에서 반독점법 조사 나서
반독점법 회피 위해 인수 대신 채용했다는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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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타파 술레이만 창업자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영국 경쟁 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의 AI스타트업 ‘편법 인수’ 조사에 돌입했다. AI스타트업 인수 시 경쟁 당국의 강도 높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회피 목적에서 인재와 기술만 영입한 혐의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AI스타트업 직접 인수 대신 인력만 채용하는 편법으로 경쟁법 회피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 CMA)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플렉션(Inflection) AI 공동 설립자 및 직원 영입에 대해 영국 규정에 따른 인수합병 여부를 조사한다고 밝혔다. MS는 지난 3월 AI 챗봇 개발회사 인플렉션 AI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공동창업자를 MS의 AI 사업 최고책임자로 영입하며 직원 70명 대부분을 함께 채용했다.

이에 영국 CMA는 MS의 인플렉션 인수가 AI 스타트업의 편법 인수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간 CMA는 구글, 애플, MS 등 거대 기술 기업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보고서를 통해 “MS와 인플렉션 AI, 아마존과 앤트로픽 간 파트너십은 이들 (대형 기술) 기업이 자신의 이익에 맞게 시장을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CMA는 공식 1단계 합병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를 심층 조사로 확대할지 여부는 9월 11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MS는 “우리는 인재 채용이 경쟁을 촉진한다고 확신하며, 이를 합병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CNBC 등의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경쟁 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AI 에이전트 개발 스타트업 어뎁트의 거래에 대해 비공식 조사에 나섰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어뎁트의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루안과 팀원 일부를 아마존의 일반인공지능(AGI) 팀에 합류시켰다. 이후 어뎁트의 AI 시스템 등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도 획득했다. 어뎁트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며 “아마존과의 협약을 통해 AI 에이전트 구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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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마존

올해 초부터 각국 경쟁당국 조사 나서

영미권 경쟁 당국이 채용을 가장한 편법 인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 1월 FTC는 MS·구글·아마존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 독점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MS가 오픈AI에 130억 달러(약 18조원)의 투자를 진행한 후 오픈AI가 설립 목적과 달리 기술 공유를 포기하고 MS에만 기술 이전을 해 줬다는 의혹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투자를 이용해 사실상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FTC는 MS, 아마존, 구글, 오픈AI, 앤스로픽에 협력사에 대한 영향력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각각의 회사가 공유하고 있는 문서는 무엇인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에 대한 내부 문서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FTC는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이사회 자리나 기타 감독권을 요구했는지 여부를 포함한 내용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및 인수를 통한 기술 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 전략이 변경됐다는 것이 업계에서 최근 AI스타트업 인수·합병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경제적 실질은 투자 혹은 인수지만, 외형적으로는 스타트업 인력을 통째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경쟁 당국의 감시를 피했다는 것이다. 빅테크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MS가 독점 금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오픈AI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MS-오픈AI 전략적 제휴, EU 경쟁법 위반 여부 조사도

지난해 MS와 오픈AI의 전략적 제휴가 가시화되면서 MS가 각종 AI 제품을 출시하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사무국도 올해 1월부터 MS와 오픈A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이 반독점법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AI 산업을 선도하는 두 기업의 전략적 제휴가 사실상 기업 합병 절차였음에도, EU가 규정한 기업결합 규정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앞서 MS는 올해 2월 프랑스에서 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와 1,500만 유로(약 217억원)를 투자하는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미스트랄의 AI 기술에 관한 연구 개발(R&D) 성과를 사실상 1,500만 유로에 독점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계약 사실이 발표되자 레아 쥐버르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 집행위는 대형 디지털 시장 참여자와 생성 AI 개발자, 제공업체 간 체결된 합의를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언급된 합의를 통보받았고 그것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스트랄 AI는 오픈AI처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딥러닝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연구·개발하는 회사다. 구글과 메타 출신 엔지니어들이 지난해 4월 설립해 10개월 만에 약 5억 유로(약 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시장에서는 이 기업의 잠재적 가치가 21억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