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중국 이커머스는 아마존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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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테무·틱톡샵, 고유 비즈니스모델과 강점 살려 아마존에 도전장
제조업 의존 구 모델 벗고 알고리즘 활용한 글로벌 브랜드 확장
아마존 대비 미약하지만 지속 성장 시 독주 체제 흔들 수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Temu Marketplace Stock Photo Illustrations
사진=동아시아포럼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굳건한 지위가 중국 기업들의 도전에 위협 받고 있다. 쉬인(Shein), 테무(Temu), 틱톡샵(TikTok Shop) 등 중국 플랫폼들이 각자의 특성을 살린 비즈니스 모델과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급성장하면서다. 쉬인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선두 주자라면, 테무는 방대한 상품군과 가격 경쟁력을, 틱톡샵은 시청자 정보를 활용한 효율적인 목표 시장 공략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이들 신규 진입자들은 첨단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제조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급속도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아마존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 플랫폼 구축과 대규모 광고 캠페인 통해 시장 진입 성공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아마존이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중국 제조업체들의 입점을 허용하면서 의도치 않게 아마존의 영업 비밀을 가르쳐 준 셈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 시장 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생산력 또한 급증했지만, 미국 당국과 업체들은 이를 큰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다. 중국산 제품들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빈번히 제기되는 가운데 언론들도 중국 제품들에 위험 수준의 유해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경고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까지 글로벌 브랜드의 인증 없이 중국산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브랜드보다 고객 후기가 구매 의사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 당국과 업체들은 자국 온라인 플랫폼만이 품질과 안전성을 보증할 수 있다고 여전히 장담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가 하면 전통 매체를 동원해 자국 제품의 품질을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결국 아마존으로부터 배운 플랫폼 마케팅에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소비자 신뢰를 얻는 홍보 전략을 결합해 서구 시장에 무임승차할 수 있었다.

쉬인, 디지털 마케팅과 생산자 밀착 관리가 강점

이같은 방식을 최초로 활용한 쉬인은 현재 세계 최대 온라인 패션 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쉬인은 오프라인 소매점 운영을 최소화하면서도 H&M과 자라(Zara)의 합계 매출 총액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쉬인의 사업 모델은 두 가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첫 번째 고리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고객들에까지 연결돼 있다. 탁월한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동원해 소셜 미디어와 자체 웹사이트, 모바일 앱에 목표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패스트 패션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메일과 인플루언서, 방송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도 추가로 활용한다.

두 번째 고리는 중국 내 6,000여 개의 의류 공장 네트워크를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요와 연결해 준다. 고객의 패션 취향을 감지하는 독보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쉬인은 소셜 미디어에서 트렌드세터들이 착용하는 의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가능성이 보이는 디자인만 소량 발주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다. 반응이 감지되면 재주문하는 방식이다.

쉬인은 특유의 패션 감각을 무기로 202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제휴 공장들의 일평균 2,000에서 1만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관리 단위)에 달하는 신제품을 자사 앱에 입점시키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긴밀한 연합을 통해 공장들이 자사 제품만 생산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고 디자인 정보가 경쟁사에 누출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었다.

테무는 방대한 상품군과 초저가로, 틱톡샵은 틱톡 기반 고객 정보로 승부

테무는 PDD 홀딩스의 자회사로, 모기업 자체가 공급망 관리에 광범위한 경험을 보유한 다국적 상거래 기업이다. 또 다른 자회사인 핀둬둬는 청과물 판매 플랫폼으로 시작해 공산품 영역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해 왔는데, 핀둬둬가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동안 테무는 2022년 9월 미국, 2023년 4월 유럽 진출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테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250개 이상의 상품 카테고리에 걸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급증하는 수요를 중국 내 제조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쉬인이 6,000여 개의 제조업체를 밀착 관리해 제품을 조달한다면 테무는 십만 개가 넘는 제조업체를 통해 훨씬 더 방대한 상품군을 더욱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실제로 테무 앱에는 2.14달러(약 3,000원) 가격표를 붙인 전기솥이 있는가 하면 6.18달러(약 8,600원) 하는 수영복도 있는데 여기에 배송비까지 무료다. 중간 단계 도소매상을 건너뛴, 중국 제조 공장과 미국 소비자 간 이뤄지는 직거래 덕분에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틱톡샵의 경우 숏폼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전 세계 최다 시청자를 보유한 틱톡을 기반으로 한다. 방대하게 축적되고 분석된 시청자 기호에 대한 정보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에서 적정한 목표 시장을 발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지속 성장과 투자 통한 공급망 개선이 관건

사실 그동안 중국은 소비자 브랜드 구축에 있어 한국과 일본에 뒤처진 편이었다. 특히 서구 문화가 가진 미묘한 차이를 이미 터득한 한국, 일본과 달리 중국은 그러한 면을 이해하기에는 섬세함이 부족하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첨단 플랫폼 기술 기반의 알고리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소매업과 미디어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막강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아마존이 느끼는 위협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자사의 총 소매 판매액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업계 분석으로는 7,000억 달러(약 970조원)에서 7,500억 달러(약 1,0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재무 정보 역시 충분치는 않지만 쉬인, 테무, 틱톡샵을 모두 합한 총 상품 판매액 규모는 아마존의 12%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의 최근 성장률 자료를 근거로 추정하면 테무의 매출은 150억 달러(약 21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틱톡샵은 2024년 총판매액으로 175억 달러(약 24조원)를 예상했다. 쉬인은 2025년 총판매액 추정치로 600억 달러(약 83조원)를 제시한 바 있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는 이 수치들마저도 아직 아마존 총판매액의 12%를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시장 경쟁 상황은 혁신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의 관점에서 조망해 볼 수 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한 신규 진입자는 틈새 고객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갈수록 투자 규모를 확대해 선도 제품과 서비스를 압도하는 선호도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쉬인과 테무에서 주문 시 배송까지 2주가 걸리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초저가라는 강점이 오랜 기다림을 상쇄해 주는 상황이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경우 현지 물류 창고를 포함해 지금의 공급망 체계를 개선할 공산이 크다. 쉬인은 이미 중국 외 지역의 공급업체들에까지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아마존도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도전에 맞설 대응 태세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은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중국 제조업체와 미국 소비자 간 직거래 전용관 개설 계획을 밝히면서 주문부터 배송에 걸리는 기간을 9일~11일로 산정했다. 하루 배송이 일상이 될 만큼 최우선시해 온 빠른 배송을 양보하더라도 중국 업체들의 팽창을 좌시하지 않겠단 아마존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스스로 더는 독보적 시장 지배자가 아님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혁신으로 무장한 신규 기업들이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한다면 얼마 못 가 1위 자리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문의 저자는 존 데이튼(John Deighton)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The Harold M. Brierle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hinese e-commerce platforms are poised to rival Amazon’s empire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