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22% 과세 본격화에 ‘시장 붕괴’ 우려 내건 업계, 시장선 “유예 가능성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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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소득세 부과, 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22%
과세 유예 주장에 정치권은 '묵묵부답', 총선 이후 정책적 관심도↓
과세 체제 개편안도 구상 완료 수순, 취득가액 산정에 총평균법 도입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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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장자산업계 관계자들은 소득세 부과로 인해 시장 전반이 붕괴될 것을 우려하며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주식보다 손실 위험이 큰 와중에 세금까지 덧붙으면 가상자산의 유인 동기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떨어져 실제 과세가 유예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월 1일 가상자산 과세 본격 시작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 가상자산 소득세는 기본 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여기에 2%의 지방소득세가 추가된다. 5,000만원을 투자한 비트코인을 15억원에 팔았다면 14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에 22%의 세율을 적용해 3억1,8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식이다.

이에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등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소득 과세 시행 이후 국내 코인 거래량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주식과 채권, 펀드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경우 5,000만원 이상의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데, 가상자산은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모든 투자자들이 납세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점도 거래소들의 우려를 증폭하는 요소다. 실제 올해 초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달아올랐던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투자 열기가 눈에 띄게 가라앉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월 1억원을 돌파했지만, 11일 기준 8,200만원으로 급락한 상태다.

국내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도 지난 3월 20조원대에 달했으나 현재는 당시의 10% 수준인 2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더군다나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 당국이 현재 거래 중인 코인들의 상장 적정성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어서 코인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내년부터 소득세까지 부과될 경우 대다수 투자자가 시장을 떠날 것”이라며 “이대로면 내년 상당수 거래소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과세를 유예하거나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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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유예’ 주장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오로지 금투세

그러나 실제 과세가 유예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두 차례나 과세 유예가 이뤄진 바 있어서다. 유예가 없었다면 소득 과세는 이미 지난 2021년 1월부터 시행됐어야 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가 시들해진 것도 거래소 입장에선 악재다. 지난 4월 총선까지만 해도 여·야권은 앞다퉈 과세 유예 등 공약을 내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기를 다시 한번 유예하겠다고 약속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겠단 취지였지만, 지금은 금투세 유예 논란에 밀려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한 바도 있다. 앞서 지난 2018~2021년 빗썸은 약 150건의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833억원가량의 가상자산 등을 지급했다. 첫 거래 고객, 거래금액 상위 고객, 일정 거래금액을 달성한 고객 등에게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주는 식이었다. 문제는 과세 당국이 빗썸의 이벤트 보상을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봤다는 점이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복권, 경품권, 그 밖의 추첨권에 당첨돼 받는 금품’ 등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5만원이 넘는 경품에 대해선 금액의 22%를 원친징수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해당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을 대상으로 총 4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매겼다.

올해 초엔 가상자산 위믹스의 발행사 위메이드에 대해 500억원대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1월 가상자산 위믹스의 2019~2022년 회계처리와 관련한 법인세 통합조사 결과 53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공시했다. 위메이드가 가상자산 위믹스를 발행한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2022년 흡수 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메이드트리에서 발생한 위믹스 매각분이 세금으로 계상된 것이다. 올해부터 새로운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이 적용된 영향이다.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이를 모두 반영해야 한다. 주석을 통해서도 발행한 가상자산의 규모, 백서 내용, 내부유보 및 무상 배포 현황 등을 적시해야 한다.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밑바탕이 이미 마련돼 있단 의미다.

취득가액 산정 방식으로 ‘총평균법’ 도입 유력

취득가액 산정 등 과세 체제 개편안도 어느 정도 구상이 완료됐다. 취득가액 산정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을 구하기 위한 필수 과정 중 하나다. 취득가액은 필요경비로 공제돼 과세금액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거래분에 대해선 이동평균법으로, 그 외엔 선입선출법으로 취득가액을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동평균법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가상자산의 평균 단가를 매번 계산해 취득가액을 산정하는 것이고, 선입선출법은 먼저 산 코인을 먼저 판매한 것으로 보고 가액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의 특성상 현행 산정 방식이 지나치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상자산의 경우 국내외 거래소에서 24시간 거래가 이어지고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한 거래, 가상자산 간 스왑(교환) 거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 스스로도 취득 경로와 취득 가격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현행 산정 방식으로는 부정확한 결과가 도출될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가상자산은 다양한 종류의 거래소를 이동하며 거래하고 초 단위로 가격이 급격히 변동하는 경우가 있어 개별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의 소득 신고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과세 입증책임이 투자자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검증이 상대적으로 간단한 ‘총평균법’을 가상자산 과세 논의 기준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총평균법은 평가 기간 말미에 단 한 번의 평균 단가 계산으로 취득가액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현행 이동평균법이나 선입선출법 대비 상대적으로 계산과 검증이 쉽다. 논쟁의 여지 자체가 적단 의미다. 물론 총평균법도 탈중앙화거래소나 스왑 거래, 채굴 등을 이용한 소득에 대해선 매수가액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 등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국세청으로선 비교적 간편하고 불편이 적은 총평균법 도입이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