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안방’에서도 1위 자리 위험 신호, 2분기 전기차 시장점유율 50% 첫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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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등 타 브랜드 판매량 증가에 고전
부실한 영업 네트워크에 캐즘 현상까지 이중고
저가형 신차로 위기 벗어날까, 업계 관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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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까지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켜온 테슬라의 분기별 점유율이 절반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량이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테슬라, 분기 점유율 절반 이하는 처음

9일(현지시간) 콕스오토모티브는 올해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비중이 49.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지난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은 59.3%로, 1년 새 약 9.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는 테슬라의 신차 판매가 주춤한 반면 현대자동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경쟁사들은 판매량을 늘리며 약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에 대해 “2012년 모델S를 출시하면서 만들어 낸 시장에서 지배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NYT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사가 많지 않았고, 완전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나 가속 성능 등에서 (테슬라가)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엔 테슬라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성능의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미국에는 1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테슬라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판매하면서 딜러 네트워크가 부족한 점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유지보수와 수리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를 보유한 BMW나 포드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신모델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NYT는 “(테슬라의) 베스트셀러인 모델Y는 2020년 판매를 시작해 업계 기준 구식이 됐다”며 “현대차와 기아는 테슬라보다 더 많은 전기차 모델을 제공하며, 경쟁력 있는 가격과 새로운 디자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도 테슬라 위기 부추겨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 현상도 테슬라의 부진을 견인했다. 캐즘은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단계에서 갑자기 수요가 꺾이는 것을 일컫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차(NEV) 판매량은 313만9,00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0.4% 늘었지만, 성장률로 보면 30.2%에서 9.8% 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중국을 빼면 수요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중국 NEV 판매량은 139만2,000대에서 176만5,000대로 56.2% 증가했는데 전 세계 판매량에서 이를 빼면 118만3,000대에서 137만4,000대로 16.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그나마 23.3%로 평균을 웃돌았고, 북미(12.9%)와 아시아(5.7%)는 한참 뒤떨어졌다.

전기차 캐즘은 2022년부터 조짐을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전년 대비 전 세계 전기차 등록대수 증가율이 2021년 135%에서 2022년 55.3%, 지난해에는 30.1%로 떨어졌다. 올해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올해 NEV 인도량이 전년 대비 16.6% 성장한 1,641만 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전동화에 전념하던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미루는 등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그간 전동화에 올인하던 GM은 실버라도 EV 양산을 미루고 PHEV도 생산하기로 했고, 포드는 차세대 대형 전기 SUV 양산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했다. 폭스바겐은 아예 2026년 설립 예정이었던 독일 신규 전기차 공장 계획을 아예 취소해버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5년까지 전동화 비중을 절반으로 늘린다던 목표치를 5년이나 뒤로 밀었다.

생존 위기도 심각하다.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은 41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축소, 시장 기대치에도 크게 못미쳤다. 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크게 하락했고 결국 전 세계 10% 이상의 직원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주요 임원들까지 해고 대상에 올랐음은 물론, 테슬라 사업 강점으로 꼽히던 충전 네트워크 ‘슈퍼 차저’ 매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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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3/사진=테슬라

테슬라, 저가형 신차 출시로 반등할까

이런 가운데 업계의 눈의 테슬라의 저가형 신차 모델 출시에 쏠리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재무 보고서를 통해 저렴한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기본가 2만5,000달러(약 3,500만원) 수준의 대중 시장용 전기차를 내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한다는 목표 아래 ‘레드우드(Redwood)’라는 암호명이 붙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테슬라는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적인 조립 라인을 퇴출(tossing out)시키기로 했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공장은 100년 전 포드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가 처음 창안한 컨베이어 벨트 조립법을 채택하고 있다. 차체를 선형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이동시키며 각 공정별 부품 장착과 도색 등을 하는 방식이다.

테슬라는 컨베이어 조립법 대신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유사한 ‘언박스드(unboxed)’ 공정을 도입해 전용 공간에서 주요 부품을 모듈 형태로 만든 후 최종적으로는 한꺼번에 이를 조립해 생산 능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하면 제조공정(manufacturing footprint)이 40% 이상 감소하며, 생산비 자체를 절반 정도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 측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만5,000달러짜리 신차를 만들겠다고 처음 공언한 뒤 일시 보류했다가 중국 비야디(BYD) 등의 저렴한 모델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자 해당 프로젝트를 되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인도량 면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전기차 업체로 부상했다. 테슬라가 같은 기간 약 49만5,000대를 인도한 반면 비야디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자국 내수 중심으로 52만6,000여 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