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적자 이어가는 11번가, 오아시스가 인수 타진했지만 기업가치 등 매각 조건 설정부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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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강제매각 나선 나일홀딩스, 매각가 5,000억원으로 하향
오아시스 몸값이 1조5,000억원? 기업가치 협상 과정 필요할 듯
흑자전환에 자신감 보인 오아시스, 11번가 1P 적자 해소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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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유기농 상품 소싱 기업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기업 11번가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치 책정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양측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선에서다. 11번가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족쇄로 작용할 전망이다.

11번가 경영권 매각, 오아시스가 인수 타진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는 11번가 경영권 매각을 위해 오아시스 측과 논의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분 18.18%를 넘기고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 결과 국민연금이 단독 출자자(LP)로 들어간 프로젝트 펀드가 3,500억원을, H&Q의 3호 블라인드 펀드가 1,000억원을, MG새마을금고의 프로젝트 펀드가 500억원을 나일홀딩스에 각각 출자했다.

그러나 이후 11번가 최대 주주였던 SK스퀘어는 연이은 실적 악화에 따라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했고, 투자금 회수에 실패한 나일홀딩스는 보유 지분까지 묶어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에 따라 강제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을 주도 중인 H&Q는 최근까지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들과 논의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거론된 후보들만 해도 알리바바, 큐텐, 컬리 등 10곳이 넘는다. 오아시스도 H&Q로부터 티저레터(투자설명서)를 받은 곳 중 하나다. 업계 일각에선 오아시스 측이 H&Q에 인수의향서(LOI)를 보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극초기 단계인 만큼 통상적인 개념의 LOI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인수 의사를 전달한 쪽에 가까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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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스왑 방식 유력한데, 오아시스 몸값에 이견 충돌

업계에선 11번가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약진으로 국내 시장 경쟁이 한층 심화하면서 11번가의 기업가치가 부쩍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한 차례 매각 실패를 겪은 바도 있다. 당초 알리바바와 큐텐은 지난해 11번가 매각 추진 당시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매각 가격을 두고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했다. 11번가는 2018년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때만 해도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지난해 매각 협상 당시엔 1조원 안팎으로 절반 이상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일홀딩스는 11번가의 매각 가격을 5,000억원 수준까지 내렸다. 이커머스 매수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SK스퀘어 주도로 이뤄진 지난해 인수 협상 당시 가격의 절반을 매각가로 제시한 것이다. 나일홀딩스는 그동안 연 30억원씩 SK스퀘어로부터 배당금을 받은 바 있는 만큼 투자 원금인 5,000억원만 회수하면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FI 입장에서도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매각 시 투자자 원금 회수를 우선하는 워터폴(waterfall) 조항 덕이다. 이에 따르면 향후 11번가가 5,000억원에 매각되면 FI가 먼저 투자금 5,0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K스퀘어는 매각 대금을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다만 SK스퀘어도 마냥 손해만 입는 건 아니다. 11번가 매각 과정이 장기화할수록 득이 될 게 없는 상황이라서다. 11번가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11번가 매각으로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을 끊는 것만으로 손익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게 SK스퀘어의 판단이다.

문제는 매각 과정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현재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루트는 오아시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 그리고 지어소프트 대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 의장이 지분 86.4%를 들고 있는 비상장사다. 오아시스와 루트 지분을 11번가 지분과 스왑한 뒤 상장을 하는 게 오아시스 측의 청사진이지만, 업계에선 “매각 측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루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11번가 FI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옵션이기 때문이다. 루트의 매출액과 자산이 다소 작기도 하다. 지난해 루트의 매출액은 212억원, 영업손실은 46억원이다. 오아시스(매출액 4,754억원·영업이익 127억원)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자산총액도 오아시스는 2,203억원인 데 반해 루트는 353억원에 불과하다.

가치 산정 기준에도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 2022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에 오아시스 측은 11번가와 지분을 스왑할 때도 최소한 1조5,000억원의 몸값을 상정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가치로 5,000억원을 제시한 11번가와 3:1의 비율로 지분을 교환하게 되는 셈이지만, 나일홀딩스가 오아시스 측이 주장하는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사 몸값에 대한 오아시스 측과 시장의 인식에 차이가 커서다.

더욱이 현재 시장에선 오아시스의 기업가치를 최대 5,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장외시장에서 주당 15,000원에 거래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 시 4,210억원 정도의 가치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가치를 좀 더 높게 잡는다 해도 1조원을 넘기는 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선이다. 지난해 상장 도전 당시 기관 수요예측에서 6,300억원가량의 몸값을 인정받는 데 그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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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1P 적자 여전, 흑자전환 불확실성↑

합의를 이룬 끝에 가치 산정 논란이 불식된다 해도 11번가의 거듭된 적자 상황이 발목을 잡는다. 11번가는 2022년 4분기 이래 매출이 꾸준히 감소 추세다. 2022년 4분기 3,174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23년 1분기 2,163억원 ▲2023년 2분기 1,969억원 ▲2023년 3분기 1,887억원 ▲2023년 4분기 2,635억원 ▲2024년 1분기 1,712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실의 경우 올 1분기 195억원으로 전년 동기(318억원) 대비 38.7% 개선됐지만, 미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손실 개선을 위해 마케팅 규모를 크게 줄인 탓에 중·장기적인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11번가의 1P 사업을 흑자전환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지기 어렵단 점도 문제다. 이커머스 사업은 마켓플레이스 내 입점 방식에 따라 1P와 3P 모델로 나뉜다.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 1P(First-Party), 제조사가 직접 판매 및 배송을 담당하는 방식이 3P(Third-Party)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적자의 상당 부분이 1P에서 비롯됐다. 앞서 2022년 6월 11번가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상품을 직매입해 익일 배송하는 ‘슈팅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장기적인 외형 확장을 위해 쿠팡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한 셈이지만, 결과적으론 11번가의 수익 개선을 저해하는 족쇄가 됐다. 관련 사업 유지를 위해 물류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다 보니 물류창고 임대료 등 서비스 유지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적잖은 자금을 투입했으나 실적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국내 직매입 사업의 대표 격인 쿠팡 ‘로켓배송’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한 가운데 중국 직구 업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남은 파이를 사실상 장악해 버리면서다. 재고 비용 등 골칫거리도 산재해 있다. 직매입 사업 구조상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재고로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기한 있는 제품의 재고는 제때 팔리지 않을 경우 손실비용으로 잡힌다.

이렇다 보니 과거 11번가 인수를 타진하던 기업들도 11번가의 1P 사업을 흑자전환할 자신이 없어 인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IB업계에서 쏟아진다. 오아시스를 포함해 앞서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갖던 이커머스 기업은 상당수가 1P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영위하고 있었다. 11번가 인수를 통해 일정한 성과를 보이던 3P를 자사 1P에 붙여 몸집을 키우겠다는 게 이들의 청사진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11번가는 지난 3~4월 두 달 연속으로 오픈마켓 사업에서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아시스 역시 3P를 활용한 외형 확장 및 인지도 상승 등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아시스의 외형은 시장에서 절대적인 한계로 꼽힌다. 흑자 플랫폼이라곤 해도 연매출 5,000억원에 영업이익 100억원 남짓한 실적으론 회사의 가파른 성장을 기대하기는 여럽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아시스가 11번가를 품는 데 성공하면 이런 약점을 한 번에 보완할 수 있다. 오아시스와 11번가의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연매출 1조3,000억원대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11번가 3P의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 오아시스 입장에선 외형 확장과 영업이익 규모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11번가의 3P로 이익을 얻어도 1P가 적자를 거듭하면 오아시스 입장에서도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김영준 오아시스 창업주가 11번가 인수 후 흑자전환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드러난 바가 없다. 양측 모두 매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적정한 매각 조건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의견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