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3년 만에 10% 증가 “인터넷은행 포용금융 취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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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의 중·저신용자 발굴 노력에 신용대출 비중 10% 상승
고신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부실 가능성, 연체율도 급등
금융연 " 대안신용평가 통해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 향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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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의 중·저신용자 발굴 노력이 지속되면서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년 9개월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의 개선과 함께 대출 부실 가능성도 함께 늘어난 만큼 위험 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증가

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중신용자 신용대출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저신용자가 전체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분기 17.6%에서 올해 1분기 26.2%로 상승했다.중·저신용자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20~50% 차주를 일컫는다.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중·저신용자의 75%가 작년 기준 2,000만원 이하 규모를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차입금리는 연 9.5%이며, 전체 중·저신용자의 75%가 연 11.9% 이하의 금리로 차입을 했다.

중·저신용자가 차입하는 금융회사 분포는 은행과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업권 비중이 높았고, 은행업권 차입 비중은 2021년 2분기 30.2%에서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41.3% 수준을 보였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대출을 중점적으로 실행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카카오뱅크 31.5%, 케이뱅크 33.2%, 토스뱅크 36.3%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잔액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인터넷 은행이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출범 취지에 맞게 영업하도록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 공시하도록 했다. 올해부터는 중·저신용 대출자 대출 비중 산정 방식을 기말 잔액에서 평균 잔액으로 바꾸고 중·저신용 대상 신용대출에 개인사업자 신용대출과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 초과 대출 잔액도 추가했다.

중·저신용대출 목표치는 3사 모두 30%로 결정됐다. 앞서 지난해 말 기준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로 각각 달랐다. 결과적으로 모두 목표치인 30%를 달성한 것이다. 개별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 1분기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포함한 중·저신용대출 평균 잔액은 4조6,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잔액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공급한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보다 10%포인트 증가한 35.5%에 달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3,000억원의 중·저신용대출을 공급했으며 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평균 잔액이 4조1,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커지는 부실 위험에 대출 조이기 나선 인뱅 3사

문제는 중·저신용 대출이 고신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데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저신용자의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 감소 등으로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보유한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78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339억원) 대비 43.25%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0.20%포인트 높아진 0.68%를 기록했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0.28%)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0.92%로 시중은행(0.31%)보다 3배가량 높았다.

부실채권 증가는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부실채권 가운데 11%(553억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부실을 키울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인 부실이 인터넷은행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상승하자 결국 인터넷은행 3사는 신용점수를 올림으로써 고신용자를 유입시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각각 ▲케이뱅크 951점 ▲토스뱅크 928 ▲카카오뱅크 895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0~102점가량 상승했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신용점수 900점대 이상의 고객은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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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뱅크

대안신용평가 모형 고도화로 중·저신용자 접근성 제고해야

이에 금융권에서는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향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통한 신용평가 활성화로 새로운 중·저신용자 발굴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면서 중신용자도 거래 이력 누적으로 고신용자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할 것”이라면서도 “저신용자의 중신용자 상승은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어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로 새로운 중신용자 발굴 노력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또 “중신용자 대출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리스크관리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중신용자 금융 접근성 제고에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소상공인 특화 CSS를 개발해 개인사업자 전체를 평가하는 범용모형에 개별 업종 사업자를 정교하게 평가, 변별력을 높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통신대안평가와 함께 이동통신 가입자의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점수를 매기는 텔코CB를 선보일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모회사인 토스를 기반으로 신용평가모형을 정교화한다는 입장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비율 달성과 수익 다각화를 위해 최근 개인사업자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대출 성장과 동시에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