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삼성전자 판치네” 中 중심으로 번지는 국내 기업 ‘짝퉁 상품’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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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불법 위조·복제품으로 인한 한국 시장 피해 분석
가짜 갤럭시에 가짜 스탠바이미? 국내 유수 대기업도 '신음'
"한국이 원조인데" 곳곳에선 중국산 '짝퉁 기업'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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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이 불법 위조 상품(짝퉁)으로 인해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홍콩·중국 등지를 중심으로 국내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짝퉁 상품이 속속 생산·유포되며 시장 손실이 누적된 결과다.

‘짝퉁’ 거래 규모만 연간 13조원

OECD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불법 무역과 한국 경제’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불법 위조·복제품의 연간 무역 규모는 2021년 기준 96억9,100만 달러(약 13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해 한국 전체 수출액 6,445억4,000만 달러(약 888조원)의 1.5%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위조 제품 피해가 가장 큰 분야는 삼성 스마트폰과 노트북, LG TV, 관련 부속품 등 전자제품(51%)이었다. 섬유 의류(20%), 화장품(15%), 잡화(6%), 장난감·게임류(5%) 역시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짝퉁 제품이 가장 많이 유통된 지역은 홍콩(69%)이었으며, 이어 중국(17%),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영국, 대만 등 순이었다.

OECD가 짝퉁 제품 확산이 한국 시장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산한 결과에 의하면 위조 제품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국내외 매출 손실 규모는 61억 달러(약 8조4,0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됐다. 업종별로는 가전·전자·통신장비 부문의 손실이 36억 달러로 가장 컸고, 자동차가 18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이외로도 제조업 일자리 상실분은 1만3,855개, 정부의 세수 손실은 약 15억7,000만 달러 안팎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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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탠바이미/사진=LG전자

중국산 짝퉁에 골머리 앓는 삼성·LG

국내 기업이 짝퉁 피해로 신음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중국 등 특정 국가에서 관련 피해 사례가 꾸준히 누적되는 추세다. 관세청이 발간한 ‘2023 지식재산권 침해단속 연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청에서 적발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총 8만5,247건(134만 개)에 달했다. 이 중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발송된 상품 건수는 8만2,822건으로 전체의 97.2%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산 짝퉁 상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지난 2020년 갤럭시 노트 20 울트라 모델이 출시됐을 당시,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갤럭시S30 울트라’라는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판매됐다. 지난 2022년에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2 울트라’를 모방한 초저가 제품이 판매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정품 출고가(155만1,000원, 512GB 기준)의 13분의 1 수준인 103달러(약 12만3,000원)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자사 라이프스타일 TV 제품 ‘스탠바이미’의 중국산 유사 제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12월 15일 스탠바이미 유사품을 국내에서 유통하고 판매해 온 ㈜피디케이이엔티(옛 ㈜피디케이전자, 이하 PDK)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는 PDK가 중국 제조사가 제조한 유사품을 수입해 ‘터치톡’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유통·판매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스탠바이미 관련 특허를 침해하고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브랜드도 뺏긴다” 상표 무단 선점의 공포

국내 기업이 중국 현지 ‘짝퉁 업체’에 상표권 자체를 빼앗기는 사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생한 한국 브랜드 상표권 무단 선점 피해 의심 사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만4,132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화장품, 전자기기, 의류, 가맹점, 식품 등 5대 업종의 해외 상표 무단 선점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aT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에 비해 상표권 등록 심사 기간이 짧다”며 “특히 중국 내에서는 많은 상표권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어 무단 선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한국의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 대표적 예다. 설빙은 지난 2015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상해아빈식품’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상표권 등록을 거부당했다. 설빙과 유사한 ‘설빙원소’라는 상표권이 중국 내에 이미 출원된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확인 결과 설빙의 △메뉴 △매장 내 시스템 △직원들이 착용하는 유니폼 △매장 인테리어 등을 무단 도용한 중국 기업이 현지 시장을 선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설빙은 2020년 6월 ‘설빙원소’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설빙원소를 무효 심결했다.

이처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상품 위조·상표권 침해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 차원의 소송전, 소비자 인식 개선 노력만으로는 (가품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