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산재·고용보험 미가입에 과태료 부담 진 쿠팡 CLS, “개인사업자 폐해 반복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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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적발, 쿠팡 CLS 과태료에 2억9,600만원 부과
노동자 친화 정책 이어왔지만, "개인사업자 전환으로 책임 부담 줄일 수도"
경험적으로 드러난 개인사업자 택배기사 폐해, "초과수당 없고 자율성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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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상품 배송을 맡은 택배 영업점 일부가 택배기사에 대한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을 미뤄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고용보험은 사업장의 규모·형태와 관계없이 당연가입이 의무다. 이에 따라 이들 영업점엔 과태료 3억원이 부과될 예정이다.

CLS 택배 영업점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적발

3일 근로복지공단은 쿠팡의 물류 전문 자회사인 쿠핑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배송 위탁 계약을 맺은 택배 영업점 528곳과 물류센터 11곳을 대상으로 한 산재·고용보험 가입 여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 영업점 90곳(17%)은 택배기사 등 종사자를 산재·고용보험에 가입시키지 않고 있었다. 물류센터 업체가 종사자들을 모두 산재·고용보험에 가입시킨 것과 대비되는 모양새다.

이에 공단은 미신고 근로자 및 노무제공자 4만948명(산재보험 2만868명, 고용보험 2만80명)에 대해 보험 가입 처리했다. 또 누락 보험료 47억3,700만원(산재보험 20억2,200만원, 고용보험 27억1,500만원)을 부과하고, 과태료 2억9,600만원(산재보험 1억4,500만원, 고용보험 1억5,100만원)을 부과 의뢰할 예정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쿠팡캠프 택배 위탁영업점 및 물류센터 위탁업체 사업주를 대상으로 산재·고용보험제도에 대한 안내 및 지도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박종길 공단 이사장은 “산재·고용보험은 사업장의 규모·형태와 관계없이 당연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들이 보험 미가입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태료 부담 진 CLS, 택배기사 처우의 향방은

이처럼 CLS가 보험 가입 여부로 과태료를 물게 되면서, 시장 일각에선 “향후 쿠팡캠프도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택배기사를 개인사업자로 바꿔 책임 부담을 덜어낼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CLS는 택배기사 처우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을 펼쳐 왔다. 기존 택배업계는 독점 노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쉬고 싶으면 하루 25만원가량의 외부 택배기사(용차)를 자비로 부담해 투입해야 했다. 2박 3일 여름휴가를 내려면 75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모든 택배사가 비슷한 시스템이었던 탓에 택배기사들에게 대안이 없었단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CLS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백업기사를 필수 조건으로 삽입했다. 또 CLS 자체 배송 인력(쿠팡친구)도 있어서 대리점이 관리만 잘하면 용차를 사용하지 않고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퀵플렉서)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배송업체 대표는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처럼 여름휴가 개념이 없지만, CLS 공고를 받고 퀵플렉서들의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했더니 7월부터 9월까지 다양했다”며 “타 택배사와 CLS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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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 적은 개인사업자 택배기사, 관리·감독도↑

개인사업자 택배기사의 폐해는 이미 과거 수많은 사례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7년 발표한 ‘서울 지역 택배기사의 노동 실태와 정책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 지역 택배기사 500명 중 80%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다. 이중 위탁(위임·도급) 계약 비율은 88.7%에 달했다. 택배기사의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로서 활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택배기사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거의 없단 것이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의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수 없으며, 장시간 일할 경우에도 근로기준법상 초과수당을 받을 수 없다. 업무 자율성도 낮은 편이다. 한국사회법학회가 2021년 발표한 ‘택배기사의 노동 현황과 산업재해 예방 방안’ 논문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집화에서 배송까지 단계마다 정보를 모두 입력해야 해 사실상 택배회사로부터 임금노동자에 준하는 관리를 받아야만 했다.

이 같은 이중적 지위 아래 불만이 누적되면서 택배기사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조직되기 시작했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았다. 개인사업자란 신분으로 인해 노조 설립이 불가하단 비판 의견이 쏟아진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이 2019년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긴 했으나, 이후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택배사가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가 다시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이중구조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택배기사의 실질적 사용자가 대리점인지 택배사인지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CLS 택배기사 고용계약의 퇴보를 경계하면서 현행 문제에 대한 보완책을 고려하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