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한류사업 ‘K컬처밸리’ 백지화, 경기도 공영주도개발로 재추진

160X600_GIAI_AIDSNote
경기도, CJ라이브시티와의 K-컬처밸리 협약 해제
CJ라이브시티, "행정적 지원 부족으로 사업 추진 난항"
지체 상금 납부 의사 밝혔으나 경기도와 협의 불발
CJ LiveCity 001 TE 20240702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조감도/사진=CJ라이브시티

2조원 규모의 문화관광사업 ‘K컬처밸리’가 8년 만에 백지화됐다. 사업시행자인 CJ그룹 계열사 CJ라이브시티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과 지체상금 등 각종 비용 문제를 들며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중단하면서다. 이에 경기도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CJ라이브시티와의 협약을 해제하고 공영 주도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경기도, ‘K-컬처밸리’ 공공개발로 전환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1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양시민의 숙원사업이자 글로벌 한류 열풍의 확산을 위해 추진한 K컬처밸리 복합 개발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현행 사업 시행자(CJ라이브시티)와의 사업 협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비전과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추후 K컬처밸리를 ‘K-콘텐츠 특화 복합문화단지’라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재추진하기로 했다. 고양시 내 위치한 방송영상밸리와 킨텍스 등 관광·마이스 산업 기반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있는 K콘텐츠 산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K컬처밸리 사업은 CJ라이브시티가 고양특례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32만6,400㎡(9만8,736평) 부지에 2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K팝 공연장과 스튜디오·테마파크·관광단지 등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경기도는 2016년 5월 CJ라이브시티와 기본협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세 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동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2020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사업자 선정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결국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당시 CJ는 11개월 동안 경기도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CJ라이브시티는 사업계획을 여러 차례 변경했으며 사업계획 인허가 등 행정 절차에만 3년 넘게 소요됐다.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에서야 CJ라이브시티 중 아레나를 착공했고, 결국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는 올해 6월까지 완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네 번째 사업게획에 합의했다.

CJ LiveCity 002 TE 20240702
K-컬처밸리 아레나 조감도/사진=경기도

CJ라이브시티, 공정률 17%에서 공사 중단 “사업비용 감당 못해”

그러나 CJ라이브시티가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더해 한국전력도 상업시설 부지에 최소 2029년까지 대용량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내렸다.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 한 아레나를 제외한 상업시설은 완공 이후 최소 3~6년간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에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에 완공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경기도가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특히 지체상금과 관련한 갈등이 심화됐다. 지체상금은 CJ라이브시티와 같은 민간사업자가 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배상금을 뜻한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당초 2020년 완공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만큼 2020년부터 발생한 지체상금 약 1,000억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J라이브시티를 비롯해 지분 90%를 보유한 모회사 CJENM은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CJ라이브시티는 설립 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자본잠식이 진행돼 현금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CJ라이브시티가 CJ ENM으로부터 빌린 차입금만 34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은 4,599억원에 달한다. 올해에도 CJ ENM으로부터 599억원을 빌렸다. 차입 기간은 약 1년으로 내년 5월 상환이 예정돼 있다. 모기업인 CJ ENM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733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2조원대로 늘어난 순차입금 역시 현금창출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 중재 나섰지만, 결국 무산

급기야 CJ라이브시티는 공사 재개를 위해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10년 만에 재가동한 민관 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에 사업협약 조정을 신청했다. PF 조정위는 정부가 PF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정상화 대상 사업지를 선정해 이해관계를 조정해 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조정안엔 △사업기간 연장 및 지체보상금 면제 △일부 사업부지 사업 협약 해제 △토지이용계획 변경 등의 요청이 담겼다.

이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토부는 PF 조정안을 발표하며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상호 합의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는 완공 기한 재설정과 지체상금 감면을, CJ라이브시티에는 사업부지 유지와 성실의무 이행, 지체상금 감면 규모를 고려한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경기도 측은 중재안을 수용하면 특혜와 배임 소지가 있다는 자문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30조 경제효과’도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2019년 EY한영 회계법인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사업이 운영될 경우 10년간 경제적 파급효과가 29조8,676억원, 취업유발효과가 20만 명에 달한다. 연간 1조7,453억원의 소비 효과를 유발하고 고양특례시가 거두는 지방소비세도 1년마다 15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