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상장 취소에 FI 엑시트 불확실성 확대, 일각선 ‘한국투자증권 책임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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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그리드 코스닥 상장 취소 수순, IPO 일정 연기에 난감해진 투자자들
1년간 상장예비심사 신청 불가능해진 이노그리드, 결국 주가 60~70% 폭락
파두 사태 이어 이노그리드 사태까지, 한국투자증권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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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이노그리드 대표이사/사진=이노그리드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기업공개(IPO)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도 미뤄진 탓이다. 이노그리드 측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경영권 이슈를 숨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시장에선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당사자인 이노그리드가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노그리드 상장예비심사 효력 불인정, 결국 상장 취소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노그리드는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상장이 취소됐다.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결과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시리즈 A와 B 두 차례에 걸쳐 총 16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진행된 시리즈 A 라운드엔 KB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옛 네오플럭스)가 총 50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엔 라운드 B 투자를 받았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우신벤처투자, 라이프자산운용 등이 약 51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그리드에 투자한 이들 중 시리즈 A 라운드에 투자한 KB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는 지난 2018년 구주를 매각하면서 이미 자금을 회수한 상태다. 문제는 시리즈 B 라운드에 투자한 VC(벤처캐피탈)들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노그리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픈워터인베스트먼트 4.77%, 한국투자증권 2.07%, 우신벤처투자가 2.2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투자사들이 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효력 불인정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1년간은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또 한국거래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예비심사신청서에 허위 기재 혹은 중요 사항을 누락할 경우 예비심사 신청 제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5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그리드 투자사 입장에선 악재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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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전문기업 이노그리드, 정부 기술 개발 과제 참여하기도

이노그리드는 2006년 설립된 클라우드 컴퓨팅 및 디지털 전환(DT) 전문기업이다. 이노그리드는 설립 이후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고성능컴퓨팅(HPC) 분야에 주력해 왔으나, 이후 2009년 오픈소스를 활용해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2015년엔 김명진 대표가 CTO로 이노그리드에 합류하면서 솔루션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9년 김 CTO가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로는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여력을 쏟으면서 클라우드 전문기업으로서의 가치 제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노그리드의 클라우드 솔루션은 모두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서비스형 인프라(IaaS) 솔루션엔 오픈스택, 서비스형 플랫폼(PaaS) 솔루션엔 쿠버네티스,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CMP)엔 모니터링 오픈소스를 각각 적용했다. 현재 이노그리드의 주력 클라우드 솔루션은 △클라우드잇(Cloudit) △오픈스택잇(Openstackit) △탭클라우드잇(Tabcloudit) △SE클라우드잇(SEcloudit) △퍼블릭클라우드잇(PublicCloudit) 등 총 5가지다. 이노그리드의 비즈니스 전략은 이들 가상자원 관리 솔루션을 통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자체 클라우드 센터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비즈니스적으로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일상생활 공간에서 자율행동체의 복합작업 성공률 향상을 위한 자율행동체 엣지 AI SW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과제는 자율행동체가 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근접한 위치에서 실시간 정보 처리가 가능한 엣지 컴퓨팅 기반의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자율행동체란 고도화된 AI 기술이 적용된 작업수행 물체를 말한다. 이노그리드는 엣지 컴퓨팅 기술 기반의 과제와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행동체 시뮬레이션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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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에 시장 신뢰도↓, 주가도 폭락 수순

그러나 상장예비심사 승인이 취소되면서 이노그리드의 시장 신뢰도는 추락을 거듭했다. 시장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가 취소된 건 이노그리드가 상장심사 신청서에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노그리드는 과거 최대 주주였던 법인과 현재 최대 주주 사이의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에 관한 분쟁에 놓인 상황이다. 

당초 상장 준비 과정부터 불안했단 지적도 나온다.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2월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뒤 올해 1월 심사를 통과했다. 원칙적으로 45거래일이 걸리는 거래소 심사를 무려 1년여 만에 통과한 것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심사 통과 후 이노그리드는 올해 3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실적 추정치의 현실성 등 문제로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이노그리드는 지난달 17일 7번째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가 깐깐해지긴 했으나, 올해 들어 일곱 차례나 증권신고서를 수정한 기업은 이노그리드 한 곳뿐이다. 통상 증권신고서 정정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 악재로 여겨진다.

이노그리드 측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와 관련해 “소송에 휘말린 적이 없으며, 의도적으로 경영권 분쟁 이슈를 숨긴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노그리드는 이어 “신청서엔 과거 경영권 분쟁 내역 및 진행 중인 분쟁 내역을 기재하게 돼 있다”며 “당사는 분쟁이 아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일회성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신청서 제출 당시엔 진행 중인 소송이 없었기에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을 것뿐이란 주장이다.

이노그리드는 승인 효력 불인정에 대한 재심사 청구 등 후속 조치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 시점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IPO가 늦춰진 데다 이번 사태로 이노그리드의 기업가치가 폭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5월 1주당 3만원을 웃돌던 이노그리드 주식은 1일 기준 4,880원까지 하락했다. 시리즈 B 당시 받았던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60~70% 감소한 수준이다. 예비심사 승인 취소에 대해 이노그리드 측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지기도 한다. 지난해 파두의 공동주관 이후 ‘뻥튀기 상장’ 논란에 집단소송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부실 IPO 논란이 재차 나오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투자증권은 이노그리드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직접투자도 단행해 왔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8만1,191주(공모 후 2.07%)를 취득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이노그리드 사태로 인해 ‘이중고’를 맞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