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70% 빠졌다” 위기의 리디, 올해 상장 계획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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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앞둔 리디, 대내외 악재에 휩쓸려 1분기 역성장
동종업계 기업 네이버웹툰, 미국 증시 성공적으로 입성
밀리의서재는 고의적으로 몸값 낮춰 흥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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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디

종합 콘텐츠 플랫폼 리디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급락했다. 웹툰·웹소설 시장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사업 다각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며 실적 전반이 휘청인 결과다. 올해 중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리디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가운데, 시장은 네이버웹툰, 밀리의서재 등 동종업계 기업의 상장 사례를 되짚으며 리디의 명운을 점치고 있다.

역성장 기록하며 미끄러진 리디

27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최근 리디 주식은 1주당 31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외 거래 기준 리디의 시가총액은 4,890억원 규모다. 앞서 지난 2022년 리디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 산업은행, 엔베스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2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1조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투자 유치 당시 주당가액이 100만원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기업가치가 70%가량 급락한 셈이다.

전자책 플랫폼 기업인 리디는 최근 웹소설·웹툰 수요 감소로 인해 성장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노력 역시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리디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뉴스 매체,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게임 유통 등에 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줄줄이 재매각을 택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통한 콘텐츠 생산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유의미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내외적 악재가 누적됨에 따라 리디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리디의 매출은 2,196억원으로 전년 대비(2,211억원) 0.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61억원에서 295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흑자 전환의 조짐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올해 상장을 앞둔 리디가 직전 투자 라운드 수준의 기업가치를 되찾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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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의 성공적 선례

다만 증권가에서는 동종업계 기업인 네이버웹툰의 성공적인 북미 상장 사례가 리디에 있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희망 범위 최상단인 주당 21달러에 공모가격을 확정하며 현지 기관 투자자들의 열띤 관심을 입증한 바 있다. 당초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는 18~21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 상장 첫날인 27일(현지 시각) 공모가 대비 9.5% 높은 23.0달러에 거래를 마감, 성황리에 증시에 입성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 주를 발행, 공모가 적용 시 3억1,500만 달러(약 4,400억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거래일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한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29억 달러(약 4조원) 수준이다.

네이버웹툰의 상장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 웹툰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줄줄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오전 11시 18분 기준 미스터블루는 전 거래일 대비 210원(8.79%) 오른 2,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핑거스토리와 대원미디어 역시 각각 1.83%, 2.21% 상승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의 상장 흥행은 국내 콘텐츠 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동종업계 기업인 리디 역시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몸값 낮춰 흥행한 밀리의서재

동종업계 기업인 밀리의서재(이하 밀리)가 몸값을 낮춘 이후 오히려 흥행에 성공한 선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앞서 밀리는 2022년 11월 한 차례 공모가 결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 선정 오류 △일회성 수익을 반영한 몸값 부풀리기 등으로 인한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밀리는 빗발치는 비판 속에서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해 9월 밀리는 시장 친화적인 전략을 필두로 IPO 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밀리는 2022년 IPO 실패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5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억원) 대비 무려 5배가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오히려 2022년보다 낮은 몸값을 내걸고 IPO를 진행했다. 목표 시가총액 역시 전년 목표치(2,059억원) 대비 약 10%가량 낮춰 잡았다.

저렴한 가격은 투자자 수요를 끌어모으는 ‘열쇠’ 역할을 수행했다. 상장 첫날인 지난해 9월 27일, 코스닥 시장에서 밀리의서재는 공모가(2만3,000원) 대비 80.87% 오른 4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리디가 올해 내로 1조원대 몸값을 되찾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밀리의서재와 유사하게 낮은 몸값으로 상장하며 투자자 친화적 전략을 펼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