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에 속도 내는 EU, MS·애플 등 美 빅테크 ‘비상’

160X600_GIAI_AIDSNote
EU 경쟁당국 "MS, EU 독점금지법 위반했다"
애플에는 DMA 위반 예비조사 결과 통보
EU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 美 반독점 소송에도 영향 미칠까
eu ms 20240627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끼워팔기 행위가 독점금지법에 저촉된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디지털시장법(DMA·Digital Markets Act)을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 내용을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재차 미국 빅테크 기업을 향해 규제의 칼날을 뽑아든 것이다.

‘팀즈 끼워팔기’로 발목 잡힌 MS

25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은 MS가 화상회의 앱 팀즈(Teams)를 오피스365 및 마이크로소프트365 패키지에 묶어 판매해 EU의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EU 경쟁당국은 MS가 최소 2019년부터 이러한 끼워팔기 행위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쟁사를 배제했으며, 팀즈와 경쟁 소프트웨어 간의 상호 운용성을 제한해 과도한 이점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19년 비즈니스 메시징 서비스 슬랙(Slack)이 MS의 팀즈 끼워팔기로 인해 시장 경쟁이 저해된다며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한 후인 지난해 7월 MS는 일부 제품군 배포 시 팀즈를 번들 상품으로 포함하지 않기로 했지만,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반독점 국장은 “원격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도구에 대한 경쟁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시장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MS 측은 당국의 판결을 뒤집기 위한 시정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MS 사장은 성명을 통해 “팀즈 번들을 해체하고 상호 운용성과 관련된 초기 조치를 취한 후, 오늘 EU가 추가로 제공한 명확한 정보에 감사하며 위원회의 남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 DMA 최초 위반 기업 됐다

EU가 MS를 향해 본격적으로 규제의 칼날을 빼든 가운데, 업계는 EU의 ‘빅테크 견제’ 움직임이 최근 들어 격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4일 EU 당국은 애플의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DMA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 특정 기업의 활동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지난 3월 7일 DMA가 유럽에서 전면 시행된 이후 이번이 최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애플 측에 “DMA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배포하는 개발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고객에게 더 저렴한 대체 구매 방법을 알리고, 이를 통한 구매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 방식은 어느 하나도 앱 개발자가 고객을 자유롭게 (대체 수단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EU 규제당국이 애플이 DMA를 위반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애플은 글로벌 연간 총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을 납부하게 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연간 매출이 3,832억9,000만 달러(약 531조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53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판단은 어디까지나 예비 조사 결과로, 애플은 내년 3월 25일 위반 여부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반론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다.

antitrust 20240627

美 본토의 반독점 규제

일각에서는 이 같은 EU의 엄격한 판결이 빅테크 기업들의 ‘고향’인 미국 내 반독점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EU의 제재가 선례가 돼 미국 내 반독점법 위반 소송 등의 향방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20년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후로도 메타, 아마존 등 유수의 빅테크 기업이 미국 내에서 소송전에 휘말렸다. 애플도 지난 3월 미국 법무부 및 16개 주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당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빅테크 기업이 소송을 계기로 분할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근 이어지는 EU와 미국의 ‘협공’이 수십 년 전 미국의 통신사 AT&T의 분할 사례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1984년 AT&A는 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의 공세와 8년 동안 이어진 소송 끝에 AT&T그룹(Ma Bell)과 7개의 지역 전화 사업자(Baby Bell, 니넥스, 벨 아틀란틱, 아메리테크, 벨사우스, 사우스웨스턴 벨, US 웨스트, 퍼시픽 텔레시스) 등 총 8개의 독립 회사로 분할된 바 있다.

현시점 분할 위험이 가장 큰 기업으로는 구글이 지목된다. 외신 등은 미국 법무부가 구글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구글의 검색 사업을 안드로이드, 크롬 등 다른 제품과 분리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1984년 AT&T가 해체된 이후 미국 기업의 최대 강제 해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소송전에 휘말린 애플의 경우 매출의 대부분이 하드웨어 기기 판매(약 80%)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부문과 하드웨어 부문의 분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