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韓 물류 허브 가능성’, 물류센터 공실률도 개선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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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달러 투입해 연내 '수도권 물류센터' 확보 착수 
한국을 '물류 허브'로, 5일 안에 전 세계 배송 추진
저온 물류센터 확보 가능성, 공실률 개선 앞당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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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현지 물류창고의 공실률이 치솟고 있다. 물류센터 공급은 늘어나는 데 반해 대중국 무역 규제로 주요 기업의 생산시설이 중국을 대거 이탈하면서다. 당분간 중국 물류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는 2억 달러(약 2,700억원)를 들여 한국 내 물류센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평택항이 있는 수도권에 물류 허브를 구축할 계획으로 이는 국내 물류센터 공실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中 물류창고 공실률 급증, 주요 도시 임대료 하락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인용해 중국 동·북부 물류창고의 평균 공실률이 20%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역의 평균 공실률도 16.5%까지 올라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빈 창고가 늘어나면서 물류센터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1분기 중국 주요 20개 도시 중 13개 도시의 물류센터 임대료가 직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이 중 베이징과 선전의 임대료가 각각 4.2%,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물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내수 침체로 중국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급속도로 둔화한 상황에서 물류창고의 공급은 대거 늘었다. 금리와 건설 비용이 적은 시기에 부동산 건설이 증가한 것이 화근이 됐다. 더욱이 현재도 물류창고 건설이 잇따르고 있어 공급 과잉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는 2026년 말까지 중국 전역에 신규 공급되는 물류센터 규모는 3,300만㎡로 추정된다.

여기엔 지정학적 긴장과 관련이 깊다. 대중국 무역 규제 강화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중국 본토의 물류 시설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커머스·제조·식품 저장 분야의 장기 호황을 예상하고 건설한 물류 허브가 이제는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임대료를 인하하고 임대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며 “물류 부동산 침체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나타나는 오피스 부동산 침체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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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내수 침체에 스마트 물류·무역주도 성장 강조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자 무역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월 11일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물류비 절감을 주문했다. 리창 총리는 “화물 운송을 최적화하고 물류 부문의 디지털·스마트·친환경 발전을 촉진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물류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경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2억 달러를 들여 한국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기로 한 것도 무역 중심의 물류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알리는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한국 시장에 무게를 뒀다면 시장 진출 초기인 2018년에 대규모 물류 투자를 단행했어야 한다. 당시에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연 10%를 웃돈 데다 쿠팡이 시장지배 사업자로 부상하기도 전이어서 시장 침투도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인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이 굳건한 가운데 여러 업체가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어 알리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알리의 물류센터 계획을 두고 한국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물류·운송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알리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글로벌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물류센터에서 배로 한국까지 물품을 운송한 뒤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유럽 등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인천공항·평택항 중심으로 ‘물류 허브’ 조성 가능성

알리가 한국에 구축할 통합 물류센터의 규모는 18만㎡로 축구장 25개 크기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알리가 연내 물류센터 건립 계획을 밝힌 만큼 새로 짓기보다는 수도권의 비어있는 물류센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수출입 물동량이 국내로 진입하는 관문인 서부권의 인천, 남부권의 평택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부동산 업계는 알리가 물류허브 확장을 본격화하면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의 부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상승하는 등 침체기를 맞고 있어서다. 다만 중국과는 달리 지난해 하반기 물류센터 신규 공급이 3년 만에 하락세로 전환해 내년부터는 공급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업계는 알리가 최근 신선식품 판매에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가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저온 물류센터 확보에 나설 경우 공실 해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한국에 물류 허브를 구축하면 중국 하이웨이 물류센터에서 평택항까지 1~2일, 인천공항에서 전 세계 주요 지역으로 운송하는 데 하루 정도 소요돼 산술적으로 전 세계 어디든 늦어도 닷새 안에 배송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