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에만 집중하겠다” 이마트, DT본부 개발자 인력 이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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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DT본부 기술 인력 신세계I&C로 옮긴다
DT본부, '이버스' 서비스 종료 등 성적 지지부진
IT 업계 전반 휩쓴 감원 삭풍, 유통계까지 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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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다음 달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mation)본부 조직을 개편한다. DT본부 내 개발자 인력 일부를 그룹 내 IT 계열사로 이관, 중심 사업인 유통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유의미한 성적을 내지 못한 DT본부에 칼을 대며 산업계의 ‘기술직 해고’ 흐름에 편승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이마트, DT본부 조직 개편 단행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DT본부의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번 개편은 이커머스 사업부 인력·조직 개편의 뒤를 잇는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쓱닷컴)의 대표 및 주요 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G마켓은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대표로 영입했고, 쓱닷컴은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를 대표로 선임했다.

이마트 DT본부 총괄을 맡았던 안종훈 상무는 이번 인사를 통해 SSG닷컴 데이터·인프라(DI)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괄직이 공석이 되며 사실상 조직개편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에 이마트는 최근 DT본부의 IT 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전적 관련 설명회를 진행했다. DT본부의 개발자 인력 일부를 그룹 내 IT 계열사인 신세계I&C로 옮겨 체계 전반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 측은 차후 AI, 클라우드 등 개발 인력을 전문 계열사인 신세계I&C로 이관한 뒤 유통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전적과 관련한 구체적 일정이나 처우 등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전적은 어디까지나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인 것으로 파악됐다.

DT본부의 실패 사례

업계에선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이마트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DT 부문 사업을 축소, 본격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조직 개편의 타깃이 된 이마트 DT본부는 2021년 정용진 회장의 디지털 대전환 의지에 따라 신설된 조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접목한 쇼핑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조직 설립 당시 이마트는 향후 5년간 온라인 사업에 5조원 규모의 자원을 투자하고, DT본부를 그룹의 온오프라인 전진 기지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이마트의 DT 부문이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말 벌어진 이마트24의 게임포털 서비스 종료 사태는 이마트의 대표적인 DT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마트24는 지난 2022년 11월 게임을 통해 각종 쇼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콘셉트의 자체 모바일 앱 ‘이버스(E-verse)’를 오픈,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온 바 있다. 이버스는 이마트24 앱 내에서 미니 게임을 통해 수집한 재화(루비)를 온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액권 쿠폰으로 교환해 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이버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게임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빈번한 업데이트, 무거운 앱 가동률 등이 소비자 편의성을 훼손한 것이다. 이어지는 혹평 속 이마트는 결국 지난해 12월 게임 포털 서비스를 종료하고 유통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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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에 불어든 구조조정 칼바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부터 개발자 등 기술직을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술 분야 종사자의 해고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6만2,682명의 기술직이 해고당했다. 이는 2022년(16만4,969명) 대비 59.23%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인력을 줄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아마존(2만7,000명)이다. 같은 기간 메타는 전체 직원의 20% 이상인 2만1,000명을, X(구 트위터)는 직원의 절반 이상인 3,700명을 해고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각각 1만2,000명, 1만1,000명의 직원을 내보내며 강력한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뤄진 과잉 채용, AI 사업 확대 등이 업계 전반에 ‘감원 칼바람’을 몰고 온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IT 기업들 역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몸집을 줄여가는 추세다. 지난해 8월 카카오의 기업 간 거래(B2B) 부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으며, 비슷한 시기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지난 1월에는 네이버가 영어교육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계열사 케이크의 인력을 50% 이상 감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유수의 IT 기업들조차 기술직을 대거 해고하며 조직 개편을 단행해야 하는 것이 최근 시장의 현실”이라며 “유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신세계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DT 부문 사업을 유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