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강조했지만 실적 못 낸 허태수 GS 회장, 소극적 투자 양상에 M&A 전략도 동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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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바이오 투자 이어왔으나, GS칼텍스·GS에너지 매출 각각 17·16% 하락
재계 순위도 두 단계 하락, 1~10위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정자산 하락하기도
'과감한 결단력' 잃은 허태수 회장, 흔들리는 M&A 전략에 신사업 동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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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 GS그룹 회장이 1월 25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2024 GS 신사업 공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GS

신사업 영역으로 바이오를 강조하던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마땅한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M&A(인수합병) 전략도 크게 휘청이기 시작했다. 최근 대형 빅딜이 자취를 감춘 데다 인수한 기업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허 회장의 전략 전반에 동력이 꺼졌단 평가도 나온다.

신사업 공략 나선 GS그룹, 산업바이오 ‘드라이브’

25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허 회장 취임 후 전기차 충전, 폐플라스틱·배터리 재활용, 산업바이오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3년간 디지털, AI, 바이오, 기후변화 등 분야에서 신기술을 확보했고, 기존 사업과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산업바이오다. 산업바이오는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분야로, 일명 ‘화이트 바이오’란 별칭으로 불린다.

허 회장은 지난 1월 GS타워에서 ‘2024 GS 신사업 공유회’를 열고 신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며 산업바이오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사업 동력을 유지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걸맞은 관련 투자도 꾸준히 이어 왔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대한항공, HMM과 지속가능항공유(SAF) 실증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는 인도네시아 바이오원료 정제사업에 합작 투자했다. GS에너지는 2022년 포스코홀딩스와 이차전지 재활용 사업 합작법인 포스코GS에코머티리얼즈를 설립했고,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 설립한 이차전지 재활용 전문사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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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가시화, 재계 순위도 7→9위

다만 야심 찬 비전과 달리 실적은 부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6,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7.7% 감소했다. 매출도 17% 줄어 48조6,075억원에 그쳤다. GS에너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6,4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매출 역시 16% 줄어 6조5,190억원을 기록했다. 허 회장이 직접 나섰음에도 바이오 신산업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것이다.

친환경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해상풍력 설비 사업을 진행 중인 GS엔텍은 2020년 176억원, 2021년엔 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한때 900%까지 치솟았다. 그나마 그룹과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부채비율을 120%까지 낮췄지만, 이후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310.9%까지 올랐다.

재계 순위도 두 단계나 하락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GS그룹의 재계 순위는 허 회장이 취임한 2019년 7위에서 전년 8위, 올해 9위까지 하락했다. 공시대상집단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공정자산(비금융계열사 자산총계+금융계열사 자본총계)이 80조8,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재계 1~10위 대기업집단 중 공정자산이 하락한 곳은 GS그룹이 유일하다. GS그룹 측은 GS칼텍스 차입금 조기 상환 영향이란 입장이지만, 신사업 부진의 영향이 적지 않단 게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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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요기요

M&A 전략도 ‘흔들’, 자취 감춘 대형 빅딜

허 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이어지던 M&A 전략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M&A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음에도 확실한 성공 사례가 드문 탓이다. 실제 GS그룹은 그간 33개 스타트업과 7개 벤처펀드 등에 약 1,50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이들 스타트업 투자의 성과는 부진하기만 하다. 요기요가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2021년 8월 GS리테일은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30% 3,000억원에 인수한 뒤 GS홈쇼핑과 합병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배달앱 시장 내 경쟁이 과열하면서 요기요는 시장 지분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세간에선 요기요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함께 묶어 ‘배달앱 빅3’라고 부르곤 하지만, 매출액을 살펴보면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기준 각 배달앱의 매출액은 배달의민족이 3조4,155억원, 쿠팡이츠가 7,925억원인 데 반해 요기요는 2,857억원에 불과하다. 요기요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던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동력으로 치고 나오면서 배달앱 시장에서 요기요는 사실상 도태된 셈이다.

GS리테일이 2대주주(30%)로 참여하고 있는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도 상황이 좋지 않다. 1대 주주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결정한 영향이다. GS리테일은 지난 2021년 7월 IMM PE와 공동으로 펫프렌즈를 인수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IMM PE가 펫프렌즈 매각을 공식화하자, GS리테일은 IMM PE가 내놓은 지분을 취득해야 할지 동반 매각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IMM PE가 매각한 지분을 취득하면 영업손실 153억원을 떠안게 되고, 그렇다고 동반 매각하면 GS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반려동물 쇼핑몰 어바웃펫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사용자수를 비교하면 펫프렌즈(32만 명대)가 어바웃펫(7만6,000명)보다 명백히 앞선다. 펫프렌즈와 경쟁할 시 어바웃펫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없다시피 하단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GS그룹 입장에선 외통수에 빠진 것이다.

최근 대형 빅딜이 자취를 감추면서 허 회장이 강조한 신사업 강화 전략에 동력이 사라졌단 의견도 나온다.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허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2021년 국내 1위 보톡스 업체 휴젤을 1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로 사업구조 변혁에 의지가 있음을 직접 내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GS그룹의 투자 행보는 거의 끊겼다. 대우조선해양과 대한통운, 하이마트를 둘러싼 인수전에선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중도 이탈했다. 웅진코웨이, KT렌탈 인수전에선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에도 고배를 마셨고, 조 단위 빅딜인 메디트 인수전에선 1차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MBK파트너스의 빠른 의사결정에 최종적으로 놓치게 됐다. 허 회장이 강조하는 신산업 진출 및 기업 체질 개선이 허상으로만 느껴진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