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사고로 ‘리튬 배터리’ 위험성 부각, 전기차 업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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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명 목숨 앗은 아리셀 화재 사고, 원인은 리튬 배터리
열폭주 등으로 사고 발생 시 화재 진압 어려워
"우리도 리튬 배터리인데" 불안에 떠는 전기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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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태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 전반에 싸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사고 위험성이 부각되며 소비자 사이에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일파만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리튬 배터리’가 낳은 비극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 3동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2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1명은 실종 상태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불은 아리셀 한 건물 2층에서 발생했으며, 2층에서 대피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됐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국적별 사망자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한국인 중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사람이 1명 포함돼 있다.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은 리튬 일차전지 제조·판매사로, 화재 당시 이들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 및 포장 작업 등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곳곳에서는 이번 사고가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리튬은 밀도 높은 에너지를 담아 빠르게 방출하는 물질로, 화재 발생 시 진화가 어렵고 재점화 가능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불이 난 공장 3동에는 리튬 배터리 완제품 3만5,000개가 보관돼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폭탄 창고’였던 셈”이라며 “리튬 배터리가 폭발할 경우 사고 규모는 (일반 화재보다) 커지고, 진화는 어려워진다. 급속도로 번지는 불길에 작업자들도 채 대피할 틈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튬, 왜 특히 위험한가

시장은 사고의 원인이 된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문제는 배터리 충전 시 리튬 이온이 강제로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특히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의 상태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가 많이 충전될수록 화재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도 화재 발생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리튬 배터리는 기온 상승이나 과충전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풍선처럼 부피가 커지고 배터리 내부 압력이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분리막이 붕괴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서 온도가 순식간에 수백 도까지 상승하게 된다. 열폭주로 인해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까지 치솟을 경우, 배터리는 여러 부반응을 일으키다 폭발하며 화재를 일으키게 된다.

더욱이 열폭주로 인한 화재는 일반 화재에 비해 진압이 어려운 편이다. 폭발과 함께 배터리가 품고 있는 모든 열과 화학 에너지가 주변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열폭주 시 발생하는 불산가스 방출 역시 문제다. 불화수소는 가열 시 독성 연기를 형성하며, 금속과 접촉할 시에는 가연성 가스인 수소를 발생시킨다. 불산가스로 인해 화재 피해가 확대되거나 더 큰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이 직접 불산가스를 흡입·섭취하거나 접촉하면 심한 손상이나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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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안절부절’

이런 강누데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침체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에 거대한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과거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재조명되며 소비자의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는 총 94건에 달하며, 이 중 50% 이상(51건)이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아리셀 사고의 원인이 된 일차전지와 전기차 배터리에 탑재되는 이차전지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차전지는 100% 완충해서 출고하지만, 이차전지는 절반 정도만 충전해 출고하기 때문에 안전성 자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차전지는 음극재로 주로 리튬메탈을 사용하고, 이차전지는 흑연을 사용한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일차전지가 이차전지보다 불안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차전지와 이차전지 모두 리튬 배터리인 만큼, 화재가 발생하면 막대한 재산·인명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은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무게·비용을 줄이는 기술은 물론, 리튬 이온 전지의 열폭주를 억제하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추세다.